우리 답사객들이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잡은 호텔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을 가면 트빌리시 메트로의 중심 역인 루스타벨리 역이 있었다. 이 역은 12세기 조지아의 위대한 시인 쇼타 루스타벨리의 이름에서 명명되엇다. 쇼타 루스타벨리 (1172~1216년)는 조지아의 가장 위대한 작가로 대표작은 "표범 가죽을 두른 기사"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문학 작품을 넘어 조지아의 문화적 자부심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중세 유럽의 사상과 생활상이 작품 속에 녹아있으며 12세기 조지아 역사의 단면을 보여줌으로써 조지아 중세 서사시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조지아 문학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도착 후 처음 방문한 숙소 근처 식당에서 쇼타 루스타벨리의 초상화를 만날 수 있었다. 루스타벨리를 닮은 식당 홀 젊은 매니저가 안내한 좌석 벽면에는 루스타벨리의 초상화가 있었다. 이대우 교수가 시인에 대한 설명을 하는 모습을 본 그는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조지아 전통 모자를 답사객 머리에 얹어 주었고, 위대한 시인의 초상화와 책을 이용한 벽 장식이 특이한 이 식당에서 “2024 예술마당 ‘솔’ 코카사스 인문학 답사”의 첫 번 째 단체 사진을 남기며 본격적인 답사를 시작하였다.
트빌리시의 지하철은 2개 노선의 23개 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역은 지하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승객들이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트는 빠른 속도로 작동되는데, 루스타벨리 역 에스컬레이트는 지하 60미터에 위치한 120미터의 길이로 세계에서 6번째로 긴 에스컬레이터라고 한다. 루스타벨리 역은 우리나라 전철 경춘선의 김유정 역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교통 시설을 넘어 조지아의 문화적 자부심을 상징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이대우 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소련 시절의 벽화가 있었던 장소로 갔지만 당시의 그림은 철거되고 수리 중이어서 아쉬운 마음에 몇 번이고 돌아다 보며 발길을 돌렸다. 루스타벨리 역은 루스타벨리 대로의 중심에 있으며, 그 주변에는 국립미술관, 쇼타 루스타벨리 동상, 루스타벨리 대로, 오페라 극장, 국회의사당, 국립박물관 등 주요 문화 시설이 밀집해 있었다.
다음 날, 우리 답사팀은 스탈린의 고향인 고리로 향했다. 현지 관광객들과 합류한 미니 버스의 가이드는 전형적인 조지아 사람처럼 보였다. 이대우 교수의 답사 전 강의해서 보았던 조지아 세속 미술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마치 그림 속에서 걸어 나와 우리를 안내하는 듯하였다. 조지아 사람들은 아직까지 순박한 심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날 가이드 니코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순박하기만 한 니코는 보는 순간 그 선함이 얼굴에 그대로 묻어나오고 있어서 점심 식사 주문이 엇갈렸는 순간 그 얼굴에 나타난 표정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