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트레킹 11일차( 하이랜드) 스카이섬 (2구간)
일 자 : 2026년 8월 6일
구 간 : 보르드포드~차량이동 ~킬마리~스트라트헤어드~카마수너리~슬리가찬(오래된다리)~차량이동 ~보르도포드 ~ 원점 산행
거 리 : 18 .2 km
시 간 : 6시간 11분
세상의 고요가 머무는 섬,
오늘은 스카이섬 트레킹 둘째 날이다. 일기예보는 비 소식 없이 비교적 화창하다. 스코틀랜드에서 이렇듯 쾌청한 하늘을 만나는 것은 아주 드문 행운이다.
인터넷 정보로만 접했던 미지(Midge)의 파괴력은 놀랍고도 잔인하다. 이마와 목덜미는 미지에 물린 자국이 부풀어 올라 좁쌀만 한 염증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 가려운 부위에 손을 대니 퉁퉁 부어오른 목덜미가 안쓰럽기만 하다. 미지가 출몰할 만한 바람 없는 장소에서는 신속히 속보로 이동한다. 이러한 쓰라린 고통이 지혜로 승화되어 인류의 발전을 낳은 것은 아닐까.
킬마리(Kilmarie) 언덕길에 올라서니 검푸른 대서양과 쿨린 산맥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쿨린 산은 암탉이 알을 품듯 잔잔하고 푸른 호수를 가슴에 안고 있다. 흐리던 하늘이 서서히 개며 파란 파스텔빛이 넓게 퍼져 나간다. 몽환적인 구름이 그 파스텔빛 하늘을 길게 뚫고 쿨린 산맥을 향해 뻗어 간다. 호수는 세상의 모든 잡음을 빨아들인 듯 깊은 고요를 품어내고 있다. 섬 어느 곳에서든 바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것처럼 고요가 정지해 있다. 천지창조 바로 전,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고요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대서양 해변 너머로 바이킹 전사들의 힘찬 노 젓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오는 듯하다. 쿨린 산맥은 바이킹의 롱십(Longship)을 엎어 놓은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바이킹 롱십의 선미에서 시작하여 북쪽 선두를 향해 슬리가찬 (Sligachan) 을 목표로 걸어간다. 산은 남쪽 바닷가에서부터 북쪽으로 나를 따라오며 끊임없이 모습을 바꾼다. 정상의 세 봉우리는 날카로운 톱니 같았다가도, 여정의 종착지에 다다르면 둔각을 이루며 둥그스름해진다. 인간이 세파에 부딪히며 날선 마음의 송곳이 점차 둥글게 무뎌지는 이치와 닮았다.
물이 흥건하고 질퍽한 진흙길 위로 풀밭 우회로가 연속으로 네 개나 만들어져 있다. 기존 우회로 역시 발길이 잦아져 질퍽해지면, 여행자들이 더 높은 곳에 또 다른 우회로를 낸 까닭이다. 진흙길이라도 주먹만 한 돌들이 듬성듬성 박혀 있으면 등산화가 젖지 않고 무사히 지날 수 있다. 이름 모를 선행 여행자들의 이 소박하고 따뜻한 배려 덕분에 스카이섬은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우리 일행 역시 저마다의 배려와 존중의 발걸음으로, 그 아득한 길 위에 고요한 궤적을 차곡차곡 보태어 나간다.
동행자 글
여기에서 3박 일정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