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rival).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 사전은 '라이벌'을 이렇게 정의한다. 연예계에도 라이벌, 맞수는 존재한다. 그 어느 분야보다 흥망성쇠가 분명한 연예계에서 라이벌의 존재는 어찌보면 행복한 일일수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도 라이벌의 존재만으로도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오른 셈이니 말이다.
스타뉴스가 연예계의 '라이벌'을 이야기하려 한다. 라이벌의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매회 라이벌의 기준이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다 읽었을 때 쯤 독자들의 고개가 끄덕이게 노력할 생각이다. 연예계 '라이벌' 매치, '매치포인트' 고고~!!
김태호 PD
1975년 5월 4일 충남 보령 출생. 공주사대부고-고려대 신문방송학과(94학번) 졸업. 2002년 MBC 공채 예능프로듀서 입사. '논스톱4', '코미디 하우스', '일요일 일요일 밤에', '무모한 도전' 조연출, '무리한 도전', '무한도전-퀴즈의 달인' 연출. 2006년부터 '무한도전' 연출 중. PD계의 패셔니스타.
나영석 PD
1976년 4월 15일 충북 청주 출생. 청주신흥고-연세대학교 행정학과(94학번) 졸업. 2001년 KBS 27기 공채 프로듀서 입사. '출발 드림팀 시즌1',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조연출, '1박2일 시즌1' 연출. 2013년 1월 CJ E&M 이적.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연출. 여행버라이어티의 새 역사를 쓰는 중.
'믿고 보는' 이라는 수식어가 이 둘만큼 잘 어울리는 예능 프로듀서(PD)가 또 있을까. 김태호(39)PD와 나영석(38)PD(가나다 순)는 각각 '무한도전'과 '1박2일'•'꽃보다' 시리즈로 TV예능계의 한 획을 그은 인물들. 김PD와 나PD는 이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 새로운 시도를 통해 예능사(史)를 새롭게 쓰고 있다. 그러기에 시청자들이 '믿고 보는' 것. '매치포인트' 다섯 번째 시간은 예능계의 두 거두(巨頭), 김태호PD와 나영석PD가 주인공이다.
김PD와 나PD는 나이는 김PD가 한 살 더 많지만 나PD가 또래보다 한살 일찍 학교에 들어가 학번은 94학번으로 같다. 둘은 비슷한 시기에 MBC와 KBS에 입사. 또 비슷한 시기에 각각 '무한도전'과 '1박2일'이라는 국내 대표 예능프로그램으로 자웅을 겨뤘다. 현재는 김PD는 계속해 '무한도전'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고, 나PD는 배낭여행프로젝트 '꽃보다' 시리즈로 tvN 예능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다.
김태호, 레게머리로 어슬렁어슬렁 "신인 개그맨인가"
"레게머리로 어슬렁거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신인 개그맨인가 했어요. 알고 보니 김태호PD더라고요."(MBC 김민식PD 2012년 MBC 방송대학 중)
김태호PD는 지금도 '무한도전' 멤버들 못잖은 화려한 패션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입사 때부터 그의 '외모'는 남달랐다. '무한도전'PD로서 잘나가서 멋을 내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본인만의 철학이 있었던 것이다.
김PD의 MBC 입사 이유도 특이하다. 신문방송학과 학생으로 KBS에서 방송 실습을 했는데 당시 한창 잘나가던 김석윤PD(현 JTBC PD)가 "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MBC로 가라"고 해서 막연하게 MBC로 가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입사 과정도 '무한도전'스럽다. "당시 머리가 노란색이었는데 입사원서를 낼 때는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했다. 그런데 나를 속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란 머리에 피어싱을 하고 면접장에 갔다."
당연히 눈에 띌 수밖에 없었고, "너는 면접 보는 놈이 이렇게 하고 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타박도 들었다. 김PD는 MBC 방송대학에서 "대놓고 얘기하지만 않았지만 속으로, '이런 것 갖고 문제 삼는 회사를 다닐 필요는 없겠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이렇듯 튀는 김PD였지만 당당히 입사했다. 당시 예능국장은 그에게 "다른 애들은 몰라도 너는 인물보고 뽑았다. 너 같은 찌질하게 생긴 애 1명 뽑아야 전체 550명 중 그래도 1명이다"고 했다고 한다. 김PD는 "당시 사회 경제적으로 벤처 정신, 도전 분위기가 컸는데 MBC도 모험 한번 한 듯한 분위기였다"고 했다.
노란머리 김태호를 뽑은 MBC의 무한도전이 결국 오늘날의 '무한도전' 김태호PD를 만든 셈이다.
나영석, 연극부터 방송작가까지 도전 또 도전 "합격했을 텐데 전화가 안 오네요?"
나영석이 PD가 된 과정은 돌고 돌아 자신의 적성을 찾은 경우. 성적에 맞춰 연세대
행정학과에 들어간 나영석은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내가 무엇이 되고 싶지?'란 생각을 처음 했다고 한다.
무협지, 만화, 인문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파고 들던 그는 대학 연극동아리에 들어갔고, 대본, 연출, 연기 등을 경험한 끝에 자신이 연기에 소질이 없음을 깨닫는 동시에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적성이 있음을 깨닫는다.
이후 도전한 게 작가의 길이다. 그는 우연히 시트콤 '세 친구'의 막내 작가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도전했지만, '예상을 깨고' 고배를 마셨다.
"넘치는 자신감에 당연히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발표 당일 전화가 오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직접 제작사에 전화를 걸어 '제가 합격했을 텐데 전화가 안온다'고 문의까지 했어요."(올해 5월 '꽃보다 크리에이티브' 특강 중)
포기는 빠른 편이다. 작가가 자신의 길이 아님을 안 나영석PD는 영화사 막내 조연출로 길을 틀었지만 어느 날 출근했다 사무실문이 닫힌 채 모두 도망간 것을 보고 이마저도 접었다. 그가 그 때 생각한 것. '내 길이 아닌가 보다.'
김태호, 꽃보다 다채로운 '무한도전'의 도전들..그리고 메시지
김태호PD는 2006년 5월 6일부터 햇수로 9년째 '무한도전'을 연출 중이다. 그전에 2005년 '무(모)한 도전'에 조연출로 참여했고 같은 해 '무리한 도전',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을 연출했다. '무(모)한 도전'에서는 황소 대 인간 줄다리기, 전철 대 인간의 100미터 달리기, 개 대 인간의 개헤엄, 탈수기 대 인간의 빨래 짜기, 버스 안에서 버티기 등 별별 도전이 이뤄졌다.
'무(모)한 도전'을 포함, '무한도전'은 국내 예능에 있어 '리얼 버라이어티'의 효시로 불리는 작품. 특정 콘셉트를 정하지 않고 멤버들이 장, 단기에 걸쳐 온갖 도전에 나서는 모습은 열혈 시청자들을 양산했고, 유재석은 이를 바탕으로 '국민MC'의 반열에 올랐다. 김태호PD 역시 '무한도전'을 통해 '스타PD'가 됐다.
김PD는 자막을 통해 프로그램에 '개입'한 최초의 PD다. 당시까지 자막은 주로 출연자들의 말을 옮기거나 상황을 설명하는 보조 수단으로 사용됐지만 김PD는 자신의 생각을 자막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김PD는 자신의 생각을 담은 이른바 '궁서체 자막'으로 '무한도전' 제7의 멤버로 불리기도 한다.
'무한도전'은 올해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선택 2014'를 통해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부정기 시리즈인 '무한상사'도 직장인의 애환을 버무려 호평 받은 아이템. '무한도전'은 때로는 소소한 웃음으로 때로는 묵직한 메시지로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이끌고 있다. 그 중심에 김태호PD가 있다.
나영석, '1박2일' 이은 '꽃보다' 시리즈…여행 예능으로 무한 도전
나영석PD는 '출발 드림팀 시즌1'을 시작으로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등에 조연출로 참여하며 KBS 예능PD로서 발을 내딛는다. 입사 후 한 2년 정도는 방황했다는 게 그의 말.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연예인과 친분 다지는 데 주력하라는 선배들의 충고가 그에게는 와 닿지 않았다. 나PD는 '산장미팅' 조연출 당시 이명한PD(현 tvN 국장), 이우정 작가를 만나면서 '기획' 중심이 예능 연출에 확신을 갖게 된다.
"이명한PD, 이우정 작가도 PD는 기획안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는 데 공감을 하고 있었다. '우리 방식대로 일을 하자'고 의기투합했다."(꽃보다 크리에이티브 특강 중)
'산장미팅'에서 시작한 나PD와 이명한PD, 이우정 작가의 인연은 '여걸식스', '1박2일' 그리고 CJ E&M 이적 후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나PD는 '1박2일' 2007년 8월 5일 1회부터 2012년 3월 4일 233회까지 연출자로 일했다. 나PD는 단순 연출자로서 그치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에 자신의 얼굴 비추며 멤버 못지않은 활약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멤버들의 부탁에 가차 없이 "땡!'을 외치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꽃보다 다채로운 김태호, 무한도전 영석
예능프로그램이 10년 가까이 방송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 예전만큼 시청률이 나오지 않거나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무한도전' 이름 넉자가 주는 의미는 예능을 넘어 한국 방송사(史)에 있어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앞으로도 시청률이 떨어져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고, 예상하지 못한 논란과 해명이 반복되는 '트러블메이커 무한도전'이겠지만 그 때마다 현명한 해결책 또한 시청자 여러분이 줄 것이라 믿는다. '시청자바라기 무한도전'의 또 다른 10년은 이미 시작됐다. 그 여정은 시청자 여러분이 있기에 외롭지 않을 것이다."(한국PD연합회 이달의PD상 수상 소감, 2014년 6월)
나영석PD가 CJ E&M으로 이적했을 때, 방송가에서는 과연 그가 어떤 프로그램으로 복귀할지 관심이 컸다. 나PD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여행'이라는 소재에 '할배'들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소재를 붙여 '꽃보다 할배'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다. 그는 이어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등 기발한 발상으로 여행과 예능을 접목했다.
"여행은 일상의 반대말이라고 본다. 똑같은 일상을 살다가도 여행지에 가면 평소 안하던 실수를 하거나 다른 행동을 하잖나. 인간의 본질을 가장 쉽고 빠르게 드러내줄 수 있는 게 여행이라고 본다. 여행이 주는 설렘도 내가 좋아하는 코드다."(기자간담회 중)
또 다른 10년을 이미 시작했다는 김태호PD. '무한도전'이라는 꽃밭에서 그가 피워낼 꽃들은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1박2일'에 이어 '꽃보다' 시리즈로 계속해 도전하고 있는 나PD 역시 도전만큼이나 또 다른 예능프로로 시청자들을 찾을 것이다. 꽃보다 태호, 무한 영석을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