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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적도에서 굴업도까지
인천에서 덕적도까지 배를 타고 1시간. 덕적도에서 굴업도까지 또 1시간여.
굴업도는 생각보다 먼 곳에 있었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세파에서 벗어나 공해지역의 바깥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가뜩이나 인천은 전국 제일 공해 유발도시로 소문난 곳인데 같은 인천인데도 사람들은
섬 주변은 신경을 쓰지 않기에 굴업도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지요
▲ 배에서 내리자마자 식물을 찍으며 프로의식을 발휘하시고 계십니다
굴업도를 갈려면 덕적도에서 또 작은 행정선을 타고 1시간을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덕적도는 주유소도 있는 큰 섬이었습니다.
서울이나 지방에서 올려면 새벽잠을 설치고 부랴부랴 나와야만 겨우 9
습니다. 그때 되면 배가 “꼬르륵” 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배시간 때문에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입니다. 쫄쫄 굶고 덕적도에 도착할 즈음 선착장에서는 토박이 아줌마
들이 바다에서 갓 잡아 부산하게 이고 온 해산물들을 풀어놓고 관광객들의 코끝을 유혹
합니다.
선착장 끄트머리에는 각종 식당들이 자리잡고 이제는 냄새로 기다리는 관광객들을 유혹하기
시작합니다. 먹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지요.
아침안개 때문에 배가 굴업도를 못들어갈지도 모른다는 뜬소문이 있었으나 우리는 무사히
굴업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망망대해의 끝에서 갑자기 안개를 헤치고 굴업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도 말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았던 굴업도가 우리 눈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이 섬은 해안도로가 없는 1킬로 떨어진 마을로 들어가는 길만 시멘트로 포장해 놓은
때묻지 않은 섬이었습니다.
직경 500미터가 채 되지 않고 반경 100미터를 넘지 않는 총 52만평의 규모를 지닌 섬
인데 대기업인 그룹 CJ에서 98.5%를 매입해서 종합휴양시설을 갖춘 18홀의 골프장을 개발한다고
하여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섬인 것입니다.
▲ 어렸을 적부터 이곳에서 사셨거나 시집을 오신 할머니들이십니다.
섬에는 우리들을 맞으러 민박집 주인이 기아 1.5톤 봉고트럭을 가지고 마중나왔습니다.
경험 미숙한 몇몇 젊은 사람들과 노약자들은 트럭을 타고 먼저 들어갔고 나머지 호기심
많고 혈기왕성한 사람들은 걸어서 올라갔습니다. 사실 이런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을
오면 당연히 걸어 들어가야 하는 것이 순서인 것입니다.
그와 같았기 때문에 오늘 이들은 많은 곤충들과 나비떼, 그리고 희귀한 식물들과 멋진
경치들을 숲속 오솔길에서 조우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샛길입니다. 트럭은 빙둘러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곳 굴업도는 CJ의 골프장 개발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었습니다.
현재 9가구 20여명이 살고 있는데 제일 젊은 사람이 이장으로 40중반을 갓 넘겨 아이들
둘은 인천에서 학교를 다닌다고 하였고 대부분이 나이많은 노인네들로 이루어졌다고
하였습니다.
CJ는 몇번의 통지서를 보내 주민들을 내보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주민들
은굴업도에서의 거주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는 아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선대 때부터 땅에 대한 개념이 없고 이웃이 이 섬을 떠나면서 남겨주고 간 땅도 아주
귀찮아서 떠넘기듯 주고 간 땅이라서 등기를 한다든지 하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
어느땐가 누가 땅을 사서 개발한다고 나섰을 때는 이미 땅은 남의 소유가 되어버려 법의
잣대로 판단내리는 관청에도 하소연조차 할 수 없다고 이제는 내손으로 지키겠다는 굳은
결의를 내보이고 계셨습니다.
우리들은 미리 준비된 무공해 밥상을 받고 활동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집 주인은 일찍이 삼대째 이곳에서 살고 있었는데 할아버지때부터 충청도 아산쪽에서
고기를 잡다가 이곳 굴업도가 민어떼가 많아 자연히 이곳으로 이주하여 살면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뭍으로 나가 살다가 나이가 들어 다시 이곳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는 인천 연수동 문학초등학교 지나서 고가도로 옆 동네에서 “굴업도”란 일식집을 운영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곳 쥔장 사모님의 음식솜씨가 섬인데도 불구하고 아주 깔끔하기도
하였고 음식들을 농약을 주지 않고 유기농으로만 하여서인지 뱃속이 편안하였습니다.
▲ 해수욕장끝으로 가니 바위에 수많은 고동들이 붙어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고동을 따서 저녁간식거리로 삼았습니다. 아주 훌륭하더군요.
이곳은 물맛도 아주 좋았습니다. 주인의 말대로 그릇에 지하에서 나온 식수를 떠서 먹어보았는데 강원도의
물맛좋은 지하수에 비교해 보아도 상급이었습니다.
지하수는 하루 500인이 먹을 정도로 풍부한 양을 자랑하고 있는데 CJ가 골프장을 짓는다면 물이 부족할 것은
뻔한 일이고 각종 농약과 비료, 제초제로 얼룩진 섬에서 나오는 지하수가 과연 온전하겠느냐며 흥분하시며
바닷물을 담수화하는데 수십억 들여서 식용수로 만드는데 그 비용은 독과점이니 나중에 피해당할 것을 염려
하였습니다.
또한 관청에서는 인천 연안도서지역의 섬을 망라한 해양생태조사에서도 굴업도를 제외시켜 주민들은 섬의
개발을 추진시키기 위해 그렇게 하지 않았나 하며 나중에 관청에 항의
하니 7월초에 조사를 나온다고 설명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또 한 주민은 섬은 52만평이지만 섬의 가로 세로 길이가 짧고 우뚝 솟은 구릉지가 많아 산을 25m 이상을 깍아
야만 라운딩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섬을 깍은 돌과 흙들은 자연히 바닷밑에 수장이 되어 섬을 둘러쌓아 마
을을 보호하고 있는 3개의 아름다운 해수욕장은 지금의 모습을 보존하기 힘들 것이란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였
습니다.
이 곳의 해수욕장은 동해의 해수욕장과 달리 움푹 안으로 들어간 천혜의 형상으로 파도가 애들을 삼키지 않아
밀물이 들어올 때까지 몇 시간이고 바닷가에서 놀도록 하고 농사를 짓고 고기잡이를 나간다 하였습니다.
근래에 섬은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하였습니다. 지구의 온난화현상으로 조류의 방향이 틀어지고 바닷물의 수위
가 조금씩 낮아지면서 지난 40여년 전에 난파당했던 배들이 드러나는 등 선착장의 위치도 낮아져 배들이 들어오
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보기에는 아름다운 섬이 이토록 어려운 난관과 싸우고 있는 줄 우리들은 어느 누구도 꿈엔들 생각지 못한 것입니다.
30여년 전에 폐교되었던 굴업도의 분교가 민박집 바로 코앞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이 집 주인도 이 곳 분교를 졸업했다고 합니다.
덕물산은 선착장의 오른편에 위치해 있었고 산을 올라보니 굴업도의 아름다운 좌우 해변이 한눈에 조망되었습니다.
덕물산은 당나라의 소정방 군대 14만명이 백제를 정벌하기 위해 이곳을 지나다가 주둔하면서 군수물자를 쌓아두면서
유래된 산이름이라 합니다.
신라의 왕세자 법민은 범선 100여 척을 이끌고 이곳까지 찾아와 소정방을 영접했다 합니다.
▲덕물산 중간에서 바라본 선착장쪽의 해수욕장
저녁에 비가 내렸습니다. 잠시 그칠 비가 아니었습니다. 내일 나가야 하는데 비가 와서 걱정스러웠습니다.
덕적도에서 들어올 때도 안개가 끼어 배가 가지 않는다 하여 잠시 애를 태웠었으니까요.
우리들은 모두 모여 그날의 성과를 이야기했습니다.
산중 섬에 비가 내리는 모습은 구슬퍼 보였습니다. 맑은 날 저녁 전등빛도 없는 백사장에 나가 드러누워
하늘천장을 바라보면 빛난 별들이 금새 쏟아져 내릴 것 같이 공기좋은 섬이라며 민박집 주인은 자랑을 합니다.
정말 누워서 찬란히 빛나는 별들을 품에 안아보고 싶었습니다.
무엇인가 하나하나 잃어버리고 앞만 보고 아득바득 살아가는 제 자신이 문득 가여워졌습니다.
섬을 좋아하는 건전한 사람들은 부르는 노래도 건전합니다. 정지용의 “향수”를 듀엣으로 부르길래 같이 따라
불렀습니다. 내심 나의 18번으로 삼아야겠다고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산 옆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길이 없어 염소가
굴업도의 아침햇살
다음날 아침 맑은 하늘이 조그만 섬 전체를 휘감아 반기고 있었습니다. 마을은 비가
내려 더욱 더 초록빛 향내를 내고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일찍부터 마을 뒷산을
오른 모양입니다.
따가운 아침햇살에 먹구렁이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좀체 보기 힘든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는 구렁이인데 우리들 앞에 선물을 준다는 듯이 “짠”하고 인사를 하러
온 것입니다. 2m 정도 되는 긴뱀이었는데 아쉽게도 저는 보지 못하고 동영상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구렁이들은 독이 없는 뱀들이지만 억센 힘으로 둘둘 말아 조여서 죽인다고 하니 독
이 없다 해서 함부로 하면 큰코 다치니 조심해야만 합니다.
▲ 해안 절개지 절벽쪽만 찾아서 이동하고 있는 흑염소 가족
아침을 먹고 우리는 이제 반대편 산능선을 타고 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높은 산이
110m를 넘지 않아 오르는 데는 큰 힘이 들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자주 오르지 않아
길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장댁에서 자연 방목하고 있는 200여 마리의 사슴과 흑염소들이 눕혀 놓
은 풀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간혹 흑염소들이 깔고 앉아 해변을
향해 조망한 듯한 눕혀진 자리들이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흑염소들도 좋은 자리는
알고있나 봅니다.
조망력이 대단합니다. 흑염소 잘 조련해서 수도권 조망권 좋은 땅을 찾아보아도 될
듯 싶습니다.
이리저리 길을 찾아 마침내 산에 오르니 산새가 훌륭합니다. 좌우가 넓지 않아 양쪽
바다가 조망되고 융기되어 절개된 절벽 해안이 보입니다.
멀리 절벽에 까맣게 붙어있는 흑염소 무리도 포착되었습니다. 해안에 둥그렇게 몰아
세워져 있는 환상적인 에스라인 해수욕장도 눈에 잡힙니다.
모두들 흑염소가 앉아 조망한 바위에 앉아 준비해 온 초코렛을 꺼냈습니다.
산에 올라오면 사소한 작은 먹거리라도 사람의 마음을 금새 사로잡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내려가는 길은 더욱 더 보이질 않습니다. 간신히 풀길을 잡아 알음알음 마치 정글을
지나듯 조심스럽게 내려옵니다. 풀밭 옆에 염소똥이 보이는 걸로 봐서는 위치를 잘
잡은 것 같습니다. 산등성 중간쯤 내려오니 모래밭으로 이루어진 사구가 보입니다.
사구는 섬에 있어서 자정작용을 하는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섬의 전체적인 환경시스
템을 유지하는 핵과 같은 것이지요. 이제 보니 사구는 섬의 곳곳에서 눈에 뜁니다.
최근 태안에서도 해안 사구를 복원하기 위한 공사를 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하였는데 사람들은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좆아 따라 나섰다가 종말에는 뒷감당을
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바보 같은 짓을 얼마나 되풀이하며 살아가는지 모를 일인 것입니다.
▲ 정상에서 바라본 마을쪽 해수욕장. 3군데 해수욕장에서
이곳 해수욕장이 가장 깨끗하고 좋았습니다.
해안도로도 없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천혜의 섬인 굴업도가 이렇게 대기업의 개발의
손끝에 맡겨져 25m나 깍아내어 18홀의 골프장과 요트시설 그리고 승마시설과 고급
휴양지를 만들어 부자들의 낙원으로 꾸며 앞으로 일반인들은 구경도 할수 없다 하니
속에서 울분이 쏟아져 나옵니다. 돈으로 세상을 낚겠다는 허망한 생각보다는 모든 사
람들이 보고 느끼고 향유할 수 있는 자연휴양지로 만든다면 누군들 좋아하지 않을
사람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루에 한번 있는 배를 타고 우리는
멀어져 가는 굴업도를 바라보니 아쉬운 마음이 가슴깊이 미어져 옵니다.
마치 다 큰 딸을 외지 골짝에 시집보내고 홀로 놔두고 나오는 아비의 기막힌 심정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자식들은 모릅니다. 이 나라의 아비들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속으로 가라앉히는 우묵배미의 깊은 사랑을 누구나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손을 흔들어 주는 민박집 주인 아저씨의 모습에서 로빈손크루소의 긴 수염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최근에 상영된 “피터잭슨” 감독의 <킹콩>이란 영화도 생각났습니다.
모두 안개가 자욱히 낀 대양 한가운데에 떠있는 외로운 섬에서 갇혀 지낸 인간과 동물인 것입니다.
그들의 단련된 외로움이 뱃고동소리를 타고 떠나는 제 등줄기를 따라 길게 퍼져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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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굴업도에 처음 들어간 날의 풍경입니다. 벌써 4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때도 늦은 6월이었는데 그때의 감동은 아직까지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들어갈 날은 6월의 첫주인데 날씨가 아마 그때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참고가 되시길 바랍니다^^
우와~ 생생한 굴업도 소식을 접하니 굴업도 더 가고 싶어져요~ㅋㅋ빨리 6월이 오구, 날씨도 쨍쨍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름드리님의 열성 덕분에 굴업도 나들이가 더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오호~~굴업도~~^^
읽으면서 왠지.. 마음이 찡해요..ㅜ
아름다운 굴업도 화이팅~민박집 아주머니도 이장님도 모두들~~흑염소도 화이팅~!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해요^^
마음상자님. 뵌지 오래 되었습니다. 굴업도에서나 뵐 수 있을 것 같군요^^
내고향인천은 왜 그랬데요? 흐긍....
굴업도 잔잔하게 머리속으로 그려봅니다
율어매님은 인천이 고향이신데 굴업도는 한번도 가보지 않으셨죠.ㅎ
우리일행이 굴업도의 아름다움을 가슴깊이 느끼게 하기위해 사전 지식을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금강송님과 우리의 열정에 탄복하여 하늘도 도와주시리라 믿고싶습니다.
주목님. 이번 굴업도 갔다오시고 나서 집에서 쫓겨나지는 않으시겠죠. ㅎ
그전에 마일리지 많이 쌓아놓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멋진 섬이 대기업의 손에 놀아나지 않고 보존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꿈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오늘 같이 비 오는 날에 괜시리 생각에 취해~~ㅋㅋ
옛날 사진들을 뒤적이다...
굴업도에 다녀온 이후 다시 한번 사진을 보니 왜케 반가운지요~^^ 굴업도 아직도 생생하네요~ 또 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