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감을 분배하는 건 마름 작의 몫이었다. 당골레인 얼에게 멧돼지의 안창살을 떼 주면 얼은 그 고기로 산신제를 올렸다. 그 후 나머지 부위를 공과에 따라 배분했다. 어린 창수 중에서는 큰주먹이 가장 많이 가졌으며, 그리매가 가장 적게 가졌다.
어른들 틈에 끼어 산신에게 절을 올리던 그리매의 머리는 복잡했다. 가장 적은 양의 고기를 갖음에 대한 불만이나 미련은 없었다. 아니, 당연하다, 과분하다 생각했다.
멧돼지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두 사람이 희생됐다. 그 고기를 백 사람과 하나의 신이 나눠 먹었다. 물가 바위에는 죽어간 멧돼지 한 마리와 두 사람이 그려졌다. 그의 주먹에 쥐어진 곱돌이 그 만큼 닳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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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매는 망설이다, 하를 찾았다. 그래도 핏줄여서일까. 하는 그리매를 보자, 덮고 있던 사슴 가죽을 걷어내곤 일어났다. 얼마 전과 비교하면 정말 유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들은 여전히 아버지의 눈치를 봤다. 좁은 움집 안 어디 마땅히 시선 둘 곳이 없어 아버지가 덮고 있던 사슴가죽의 끝자락을 보고 있었다. 몇 해 전 그러니 열 얼음이 채 못 된 큰주먹이 잡은 것이며, 하는 더운 날에까지 그 사슴가죽을 곁에 두고 있었다.
-무슨 일이더냐?
그리매는 우물쭈물, 용기를 내질 못했다. 평소의 하는 분명 이 시점에서 ‘이 사슴 같은 자식, 그래도 멧돼지고기는 처먹지……’ 불호령을 내렸을 것이었다. 그리매가 말을 꺼내기 힘들어하자 하는 화덕 안에서 고기 한 점을 꺼내, 건네며 말했다.
-먹어. 사냥도 못해, 배불리 먹지도 못했을 테니…….
그렇게 말하는 하의 어투엔 놀랍게도 빈정거림이 섞여있지 않았다. 아버지가, 아니 족장이 부족원에게 내리는 최소한의 아량을 곁들인 어조였다. 그리매는 애상치도 못한 고기 한 점에 이미 말머리를 끄집어낼 힘을 얻은 듯했다.
-족장님…….
그럼에도 그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평소라면 또 한 번 불호령이 떨어졌을 것이었다. ‘이 사슴보다 못한 놈, 멧돼지보다 힘 센 큰주먹이를 닮아라!’ 하지만 놀랍게도 하는 끈기 있게 다음 말을 기다려주었다.
-며칠 전……
-그래, 며칠 전.
하는 부드럽게 채근까지 했다.
-멧돼지 사냥에…… 두 사람이 죽었습니다……. 멧돼지 한 마리와 사람 둘을…… 바꾼 셈이지요……. 저는 뭔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두사람의 생명과 바꾼 멧돼지 고기는 엄청 맛이 있을까^^
그리매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나올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