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밸리에서 18km조금 넘는 거리지만 구불한 산길을 따라 한참이나 들어가는 산속마을, 마비정 가는길은 40여분이나 걸렸습니다.
들어가는길도 주중이라 오가는 차량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주말이나 휴일이면 이 일차로를 어떻게 오갔을까 신기할 정도였어요. 마을버스도 마을입구까지 오가서 한참가다 버스라도 만나면 정말 난감할 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한 방법으로 근처 휴양림에서 걸어서 마을로 가는 단체팀들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마을입구도 그리 넓지 않아서 차량들에 사람들까지 주말 풍경이 어떨지 가히 짐작이 됩니다.
조용한 마을 그림으로 인해 북적이는 곳으로 변신을 하는걸 보면 그림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림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조금은 짐작이 됩니다.
마을 담벼락을 이쁘게 물들인 고향마을 풍경을 담은 그림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자그만 시골마을 나들이하는 시간도 그리 나쁘지 않다 싶었구요. 먼 거리 달려온 노력에 비하면 소박한 마을풍경에 실망을 하실지도 모르지만 벽화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 가볼만한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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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초입. 딱히 주차공간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잘 주차를 해놓은 걸 보면 신기합니다.ㅎ 마비정 벽화마을 아이들의 밝은 미소를 담은 그림이 환영인사를 하네요. 원래 있던 담장은 아닌거 같구요. 그림이 담장이 된 입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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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가구의 담장에 그려진 꽃과 나무, 동물, 옛날 농기구와 장승 등 향토적인 벽화를 만날 수 있는데요. 벽화뿐만 아니라 연리목과 연리지, 수령 60년의 옻나무도 있구요. 마을 안쪽으로 가면 대나무 터널길도 자그마하니 있어요. 우물과 장수 거북바위, 남근갓바위 등 소소한 볼거리들도 많은 마을입니다. 자그만 마을이라 천천히 골목을 따라 걸으며 그림속으로 옛고향 나들이를 하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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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여행지를 다니다보면 1박2일 팀이 안다녀간 곳이 없다 했는데 여긴 런닝맨 팀이 다녀갔었나 봅니다.
이 작은 마을에서 어디를 뛰어다닌 것인지 괜히 궁금해지는걸요.^^
벽화마을 안내도와 같이 런닝맨이 다녀간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구요. 이 마을 벽화를 그린 작가 소개도 있네요. 다른 지역은 대부분 어린아이들 손에서부터 전문 작가까지 다양한 솜씨를 볼 수 있는데 비해서 이곳은 이재도 작가의 작품으로만 그려져 있습니다. 2012년 5월부터 3개월간 밤낮없이 그림에 매달린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구요. 수억의 지원금으로 새롭게 단장된 마을이라고 하네요.
이재도 작가는 사람들이 쉽게 싫증나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겨운 고향풍경을 담았다고 하는데요. 벽면마다 편한 그림들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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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연리목이구요. 왼쪽은 6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옻나무입니다.
100년 돌배나무와 느티나무의 사랑이야기. 연리목이면서 연리지인데요. 나무에 이름표까지 붙여 놓아서 쉽게 알아 볼 수 있어요. 오랜 시간을 서로 의지하고 부대끼고 살다가 결국 하나가 된 나무. 두 몸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로 부모의 자식 사랑, 부부의 사랑, 연인의 사랑에 많이 비유를 합니다. 이곳 연리목은 수령이 100년 된 돌배나무에 느티나무가 합쳐져 하나가 되었구요. 수종이 서로 다른 돌배나무와 느티나무가 결합되어 있어 더욱 기이한 연리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나무 앞에서 기도하면 부부간의 애정이 더욱 돈독해지고 남녀 간의 사랑이 이뤄지고 소원하는 바가 이뤄진다고 전해집니다.
마을 제일 안쪽에 있는 옻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옻나무라고 해요.
60여년전 이 마을에 사는 김영학이라는 분이 심은 나무로 둘레가 2m, 높이가 15m로 우리나라에서는 나이, 크기면에서 보기 드문 나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워낙 오지라 약 구하기가 힘든 마을사람들이 위염이나 위궤양, 소화불량 등 위장장애 같은 증상이 있을 때 옷나무 가지를 달여 먹어서 의원나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옻 알러지가 있는 분은 5~6월 옻나무꽃이 필때는 피하시는 것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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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보세요~ 하는 듯한 인상파 누렁이랑 잠시 눈을 마주치고 마비정 유래에 관한 글이 보여서 담았습니다.
여기 두가지 유래가 적혀 있는데요. 아무래도 아래쪽 이야기가 더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 말이 말을 알아 듣지도 못하는데 화살보다 더 빨리 목적지에 달려가라니요. 화살보다 빠른 말이 있기나 한건지.. 그래서 죽임을 당하다니..허...
한양이나 화원으로 향하던 사람과 말들이 쉬워가던 정자, 우물이 있던 곳으로 해석하는 것이 현실적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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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곳곳은 민박과 카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도 있구요. 마을에서 직접 만든 농산물이나 두부같은 것을 판매하는 곳이 있더라구요. 마을주민들이 직접 만든거라 믿고 사가는 분들도 좋은듯 합니다.
단체로 여행온 학생들 덕에 마을은 살짝 달떠 있었는데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고향마을 더벅머리 아이들이 골목을 누비던 그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담너머로 어머님이 가마솥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 보였는데요. 마치 울 엄마의 모습을 보는 듯이 마음이 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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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모습을 재현해 놓은 거 같지요.
아이들과 혹은 친구들과 같이 걷고 있다면 설정사진을 찍으며 놀기 참 좋겠다 싶더라구요.
혼자서는 뭐 방법이 없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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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염한 포즈의 백구. 순하디 순한 녀석은 사람을 봐도 짖지도 않더라구요.
다리가 아파서 저러고 있는 것인지.. 원래 요염한 인자가 많은 녀석인지... 자세도 바꾸지 않고 저러고 바라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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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곳곳에 민속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을 참 귀엽게도 그렸어요.
생방송 투데이 촬영도 하고 갔었나 봅니다. 벽면에 그림으로 그 흔적을 강하게 남겨 놓았네요.
저도 그 프로그램은 가끔 보게되는데요. 꼼여사의 재밌는 말투과 행동... 그리고 놀랍게 창의적인 음식들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했는데요. 실제 음식맛을 함 봤음 하기도 했지요.ㅎㅎ 그 분이 이곳을 다녀갔었나 봅니다. 그림이 아주 흡사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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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벽면은 착시효과 그림이라고 하는데요. 소 얼굴을 보면서 걸어보면 나를 따라 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지요.
학생들이 지나가면서.. 아닌데? 하면서 귀여운 사투리를 남기고 총총 사라졌는데요. 제가 봐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아마도 각도에 숨어있는 비밀같은데.. 좀더 집중해서 소를 바라보면서 걸어야하나 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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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마을을 담은 그림들 배경으로 붉은 장미넝쿨을 많이 그렸더라구요. 노랑빛이 많은 그림들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장미는 초겨울 마른 시골마을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었어요. 마른 담쟁이도 붉은 줄장미 그림과 하나처럼 잘 어우러지는데요.
어느것이 그림이고 어느것이 실물인가 싶네요. 여름날 봤다면 이 느낌은 더 강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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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녀의 구두와 짚신이 같이 있는 그림.. 참 독특하지요. 뭔가 메시지를 담은 거 같기도 하구요.
이 그림은 옛 것이 있기에 지금 것이 있다는 온고이지신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하네요. 작가의 의도가 있는 그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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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의 집 한쪽 공간을 할애한 아이디어 넘치는 그림이지요. 아마도 창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 곳에 하트모양을 냈구요.
집 안쪽으로 돌아서 들어가면 하트 안으로 머리를 내밀 수 있도록 되어 있더라구요. 여성분은 안으로 들어가고 남성분은 아래에서 꽃다발을 건네며 프로포즈 하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으면 딱 맞겠더라구요.
데이트하는 연인들은 이곳에서 필히 기념사진을 담지 않을까..아니 담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 그림입니다. 그림과 함께 벽면에 농기구들도 같이 전시를 해 놓아서 아이들 데리고 오시는 가족여행객들도 교육적인 의미까지 담아서 대구 가볼만한곳으로 찾는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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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를 따라 걷다 마을 뒷편 언덕배기로 가게 되는데요. 그 즈음에 위에서 먼저 소개한 오래된 옻나무도 만나게 되구요. 물레방아도 하나 있습니다. 그 지점에서 언덕을 지나 걸어 다시 마을로 내려오다 보면 대나무터널이 있어요. 아주 길거나 울창하거나 그렇게 기대할만한 터널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볼거리, 산책로를 만들어 놓은 노력을 엿볼 수 있었어요.
신기하게도 대나무가 터널을 이뤄서 연인들은 다정한 포즈로 지나야 할 거 같은 그런 지점. 혼자서 걷는 저같은 사람은 왠지 쓸쓸함에 얼른 지나치고 싶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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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뒤켠으로 한바퀴 돌아서 내려오는길.. 옛 우물이 두레박과 같이 보입니다.
이 우물은 옛날에 물을 긷기 위해서 땅을 파서 식수로 사용했던 것인데요. 현재는 사용하고 있지 않구요. 이곳 마비정 마을 주민들의 공동 식수로 오랫동안 사용했다고 합니다. 우물 위 지붕과 물을 긷기 위한 두레박도 원래 모습대로 복원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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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이 런닝맨 촬영을 했던 곳이라고 하는데요. 제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아니다보니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촬영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구요. 어느분들이 특별출연을 한 촬영이었는지도 궁금하네요.^^ 내부는 민박에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더라구요.
다들 마루에 앉아서 기념 사진을 찍느라고 분주하네요.^^(사진을 자세히 보니 유아인 김혜숙 님이 출연했을 때였네요.^^)
방송의 힘은 참 대단하다 느끼는 때는 방송후 촬영지를 찾는 분들이 확~ 늘어난다는 사실 때문인데요. 이곳도 그후 많은 분들이 찾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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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그림이지요. 그림과 실물이 어우러지는 벽면인데요. 개줄을 연결해 놓았구요. 강아지 등에는 실물 검정고무신도 한짝 붙어 있어요. 그림자가 깉어서 잘 보이지 않는거 같은데.. 그곳에 발을 넣고 기념 사진을 찍는다고 하네요.
이왕이면 개가 물고 가는 저 고무신이 실물이었음 더 재밌었을 거 같아요. 고무신 신고 한쪽다리 올려 사진을 찍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하하호호 그림으로 인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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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그림 위에 뿡쟁이 밀짚모자 소년 그림 재밌는데..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멀리서만 담았네요.
가까이서 담았음 훨씬 귀여운 그림이었을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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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한바퀴 돌고 내려오면 다시 올라가던 때의 골목으로 나오게 되는데요. 그 전에 거북바위와 남근 갓바위를 만나게 되는데요. 원래 있었던 바위일까 싶게 조금은 인위적인 느낌이 들더라구요. 거북바위는 마비정 마을에 거주하는 석윤수 씨가 예전부터 관리하던 것이로 암수 2개가 나란히 놓여 있어요. 마을 주변 산에서 발견한 것을 이곳에 옮겨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했다고 하구요. 예로부터 거북은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이지요. 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해서 장수바위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남근 갓바위는 오래전부터 마을 입구에 놓여 있던 것인데 생긴 모양이 남근을 닮았다 하여 남근바위라고 하고 그 위에 갓을 씌워 남근석을 보호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 바위를 만지면 부부사이가 좋아지고 자식을 갖지 못하는 부부에겐 자식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옵니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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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동자꽃이 피었네요. 마알간 동자꽃 미소를 보면서 대구 마비정 벽화마을 나들이는 마무를 했습니다. 대구여행하고 오신 분들이 마을 풍경을 담은 사진을 보고는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 별미여행과 함께 대구 가볼만한곳까지 함께하는 1박2일이라 설렘도 많았던 여행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대구에서도 꽤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한 오지마을이라 이 그림이 아니었다면 외지 사람들이 잘 찾지도 않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귀여운 꼬마들이 등장하는 정겨운 고향마을 그림들이 집집 담장을 수놓은 대구 벽화마을로 이제는 전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곳이 되었는데요. 조용하던 오지마을이 그림으로 인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사람냄새 나는 마을이 되었어요. 찾은이들에게 많은 체험거리와 먹거리까지 제공하는 곳으로 앞으로도 고향을 그리워 찾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그런 마을로 오래도록 유지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