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시작이 있는가 아니면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한가? 이것은 인류의 오래된 의문이었다. 우주의 시초가 있다고 주장하는 빅뱅우주론이 등장하자, 이에 맞서 영원한 우주를 주장하는 정상상태 우주론이 등장하여 상반된 두 우주론 사이에 열띤 논쟁이 벌어졌었다.
우주는 영원 불멸 한가, 그렇지 않은가?
인류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우주라는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믿음과 상상에 바탕을 둔 신화적(종교적) 또는 철학적 우주론이 나타났다. 인류가 내다볼 수 있는 우주의 범위는 시대마다 한정되어 있었지만, 여기에 인간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다양한 우주론이 등장하였다. 유사 이래 인류가 생각해온 우주관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데 그것은 우주가 영원불멸인가 아니면 기원을 갖는가 하는 것이다.
무한하고 정적인 우주? 이에 반하는 증거의 발견, 우주 팽창
뉴턴의 중력이론과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등장하면서부터 우주론은 신학이나 철학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은 무한하고 정적인 우주를 선호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주는 ‘벤틀리의 역설(Bentley's paradox)’이나 올버스의 역설(Olbers' paradox)과 부딪히게 된다.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하자 성직자였던 리처드 벤틀리(Richard Bentley, 1662~1742)는 1692년에 뉴턴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내 '만약 중력이 인력으로만 작용한다면 우주 안의 모든 것들은 서로를 끌어당겨 우주가 붕괴할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올버스의 역설은 “밤하늘이 왜 어두운가?”라는 의문으로부터 제기된 것으로, 우주가 무한하고 별들이 고르게 분포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봐도 무한히 많은 별들이 보여야 하므로 밤하늘이 어두울 수 없다는 역설이다. 이 두 가지 역설은 수백 년 동안 물리학자와 천문학자들을 괴롭혀 왔다.
1912년 베스토 슬라이퍼(Vesto Slipher, 1875~1969)는 은하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주는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 생각했던 것처럼 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것이다. 허블(Edwin Powell Hubble, 1889~1953)은 이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기로 결심하고 하늘의 24개 은하를 세심하게 관측하여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아가 허블은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V)는 거리(r)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온 진화우주론, 빅뱅이론
우주가 팽창한다는 관측사실로부터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우주론은 우주가 시간에 따라 진화해왔다고 설정하는 진화우주론이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면, 우주의 팽창이 시작된 시점이 있으며 이 점으로부터 우주가 폭발적으로 팽창해왔다고 주장하는 것이 빅뱅이론이다. 가모브(George Gamow, 1904~1968)가 주장한 빅뱅이론은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의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이라는 사실에 착안하여 우주에 존재하는 경원소들의 존재량을 정확히 설명하여 주목을 받게 되었다.
빅뱅이론은 한동안 고무적이었지만 곧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다. 가모브는 빅뱅 시점에서 수소로부터 모든 원소들이 합성된다고 주장했지만, 원소의 생성은 헬륨단계에서 멈춰버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원소합성의 문제는 빅뱅이론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이것은 경쟁 관계에 있는 정상상태 우주론의 문제이기도 했다.)
빅뱅우주론을 위태롭게 만든 문제는 우주의 나이였다. 빅뱅이론은 허블이 발견한 우주의 팽창속도로부터 역산하여 우주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허블 상수의 역수(1/H)가 우주의 대략적인 나이가 된다. 허블이 관측한 허블 상수 값은 H=500km/s/Mpc (2009년 HST 자료로 추정한 값은 74km/s/Mpc)였고, 이로부터 추정된 우주의 나이는 18억 년이었다. 당시 방사성 연대측정으로 얻어진 지구의 나이는 30억 년이 넘었으므로 우주의 나이가 지구나 별들의 나이보다 적은 모순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당시 허블의 거리 측정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빅뱅 이론의 모순을 지적하며 등장한 정상상태 우주론
프레드 호일(Fred Hoyle, 1915-2001)과 토마스 골드(Thomas Gold, 1920 – 2004)는 정기적으로 헤르만 본디(Hermann Bondi, 1919-2005)의 집에 모여 토론을 벌였다. 그들은 빅뱅이론에 비판적이었는데 우주의 나이가 별들의 나이보다 젊다는 것과 빅뱅이전의 일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빅뱅이론은 흔히 우주의 탄생과 근원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빅뱅이론은 빅뱅이 일어난 직후부터 우주의 진화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지 빅뱅의 순간이나 그 이전을 설명하는 이론은 아니다.)
하지만, 허블이 관측한 우주의 팽창은 명백했으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우주가 팽창한다면 시간이 감에 따라 우주의 밀도는 작아진다. 따라서 진화하면서도 변화하지 않는 우주모델을 생각해야 했다. 토마스 골드는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은하 사이의 공간에서 새로운 물질이 나타난다는 착상을 했다.
호일과 본디는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 여겼지만, 모순이 없을 뿐 아니라 넓은 범위의 천문학적 관측사실과도 부합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동적이며 무한한 우주를 상정한 것이다. 우주가 무한하다면 우주가 2배로 커져도 역시 무한하다. 은하 사이에 물질이 만들어지기만 하면 우주 전체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이렇게 하여 정상상태이론(Steady State theory, Infinite Universe Theory)이 등장하게 되었다. 정상상태이론은 영원하고 정적인 우주를 수정한 것이다. 우주는 팽창하지만, 영원하고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인간은 우주를 탐구해오면서 우주원리(cosmological principle)라 부르는 대칭성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이 처음 상정한 우주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모든 천체가 지구주위를 돈다는 지구중심 우주모델이다. 이 모델은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 모델의 등장으로 부정되었고 지구는 특별하지 않으며 우주는 공간적으로 등질성을 갖는다는 ‘코페르니쿠스 원리’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발견되고 우주의 팽창은 중심이 없으며 모든 은하는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우주에는 특별한 중심이 없고 어떤 방향으로도 동일하다는 ‘우주원리’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 원리는 우리 은하와 주변 환경은 우주의 다른 곳과 근본적으로 같다는 것으로 우리는 우주의 특별한 장소에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원리는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전체 우주에 적용할 때 적용한 원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상상태이론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주는 시간적으로도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주위의 우주가 다른 지역의 우주와 같을 뿐 아니라 우리 시대가 다른 시대와 같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우주의 특별한 장소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며 특별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 우주원리는 시공간 모두에 대해 대칭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완전우주원리’라 부른다.
그러나, 정상상태 우주론으로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존재한다
정상상태이론에서 제기되는 첫 번째 질문은 ‘새로 생성된 물질은 어디에 있는가?’ 라는 것이다. 호일은 새로운 별과 은하가 어디에서 발견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질문은 ‘물질은 어디에서 오는가?’ 라는 것이다. 호일은 C-장(창조장)이 우주 전체에 퍼져 있어서 자발적으로 원자를 창조하고 우주를 같은 상태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호일은 C-장이 물리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연속적인 창조가 한 번의 전능한 창조보다 더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물질은 얼마나 생겨나는가? 호일은 1세제곱 미터의 공간에서 10억 년에 수소 원자 1개 정도가 생성된다고 했다. 이것은 너무 적어서 지구에서 도저히 관측 가능한 양이 아니다.
정상상태우주론과 빅뱅우주론, 어느 우주론이 옳은가?
가모브와 호일은 각각 빅뱅우주론과 정상우주론이 옳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논쟁을 벌였다. 두사람 사이에 벌어진 우주론 논쟁은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지만, 어느 우주론이 옳은가는 관측을 통해서 판별할 수밖에 없었다.
빅뱅 우주론과 정상상태 우주론은 서로 전혀 다른 예측을 하고 있었다. 정상상태 우주론에서는 새로운 물질은 우주의 모든 곳에서 만들어지며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은하를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초기 은하는 우주 전체에 흩어져 있게 된다. 하지만 빅뱅 우주론에서는 전체 우주가 동시에 창조되었고 모든 것은 비슷한 방법으로 진화해왔다고 주장한다. 모든 은하는 초기은하였던 시기가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성숙해 있다. 따라서 오늘날 초기 은하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먼 곳을 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먼 은하의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가모브와 호일이 활발한 논쟁을 벌이던 1940년대 말~1950년대 초의 관측 장비와 기술로는 초기 은하와 성숙한 은하를 구별할 수 없었다. 따라서 당시로써는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는 논쟁이었다. 다음 표는 당시까지 알려져 있던 사실에 기초하여 두 가지 우주론의 장단점을 비교한 것이다. 두 이론은 실제의 우주를 설명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었지만, 어느 쪽도 과학자들의 절대 다수의 지지를 얻지는 못하고 있었다. 정상상태 우주론은 증명하거나 부정할 관측 사실이 없었던 반면 빅뱅 우주론은 우열이 확실히 갈렸다. 어떤 사실은 긍정적으로 나타난 반면 어떤 것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천문학자들 사이에는 빅뱅우주론 보다는 정상우주론이 무리 없는 듯이 비치기도 했다. 빅뱅우주론 앞에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여러 개 놓여있었다.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나가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태양은 태양계 전체 질량의 99.9%를 차지하는데 그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이다. 따라서 태양계 전체로 볼 때 가장 풍부한 원소는 수소와 헬륨이 된다. 그 다음으로 많은 원소는 산소이고 그 다음은 탄소이다. 다음 그래프는 가장 가벼운 수소에서부터 우라늄까지의 원소 중 어떤 원소들이 더 많은지를 비교하여 나타낸 것이다. 원소들의 존재량은 대수(log)값으로 나타내었으므로 1 눈금 차이는 10배의 차이를 나타낸다.
우주 전체로 봐도 원소들의 존재량의 비는 태양계와 비슷하다. 우주에 어떤 원소가 얼마나 있는지 알려면 분광기로 별빛을 분석해보면 된다. 우주에서 가장 많은 원소는 수소인데 그냥 많은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원소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질량으로 보면 70%, 원소의 양으로 보면 90%가 넘는다. 그 다음으로 많은 원소는 헬륨이다. 질량으로 28%, 원소의 양으로는 9%를 차지한다. 다른 원소는 모두 합해도 질량으로 2%, 원소의 양으로 0.1%에 지나지 않는다. 원소들의 존재량에 이렇게 차이가 큰 것은 무슨 까닭일까?
원자핵물리학은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
물질은 원자로 구성된다. 오랫동안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는 변환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어왔다. 하지만 베크렐에 의해 방사능이 발견(1896년)됨으로써 원자,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원자핵도 변환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라늄과 같이 무거운 원자핵은 중성자를 흡수하면 불안정해져서 보다 작은 원자핵들로 분열을 일으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편 뜨거운 별 속에서는 가벼운 원자핵이 서로 융합되어 보다 더 무거운 원자핵으로 변환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태양 내부에서 수소핵융합이 일어난다는 주장은 처음에는 신뢰를 얻지 못했지만 점차 태양 속에서 핵융합이 일어난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핵분열과 핵융합은 서로 반대되는 핵반응이지만 두 과정 모두 에너지를 방출한다. 우라늄과 같이 무거운 원자핵은 핵분열을 통해서 작은 원자핵으로, 수소와 같이 가벼운 원자핵은 핵융합을 통하여 보다 무거운 원자핵으로 변환된다.
이것은 원자핵들이 보다 결합에너지가 큰 안정된 원자핵를 찾아가는 것이고 그 원자핵은 무거운 원자핵과 가벼운 원자핵 중간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것은 바로 철의 원자핵이다. 철(Fe-56)은 가장 큰 결합에너지를 갖는다. 즉, 핵융합의 경우 철보다 무거운 원자핵이 만들어지면 불안정해지고, 핵분열의 경우 철보다 가벼운 원자핵이 만들어지면 불안정해지게 되므로, 두 핵반응의 종착점은 모두 철이 된다.
우주가 하나의 거대한 원자에서 시작했다면?
오늘날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관측사실이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생각은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하여 제시한 장방정식에서 비롯되었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이 우주의 팽창을 나타낸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알렉산더 프리드만(Alexander Fri edmann, 1888-1925)이다. 이에 근거하여 조르쥬 르메트르(Georges Lemaître, 1894-1966)는 팽창하는 우주모델을 만들었다. 그리고 허블의 외부은하 관측으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르메트르는 질량이 아주 큰 하나의 원시원자에서 우주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원시원자가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여 작은 파편들로 갈라져 현재의 원자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만약 분열이 항상 같은 크기로 일어났다고 가정하면 원시원자가 260번 정도 분열하면 오늘날의 원자 크기가 된다.
르메트르의 생각은 커다란 원자핵이 불안정하다는 원리에 기초한 것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오늘날 관측되는 우주와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불안정한 큰 원자의 분열로 만들어지는 원자들은 주기율표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원자들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오늘날의 우주는 철이나 니켈과 같은 원소들이 풍부한 우주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의 우주는 가장 가벼운 원소들이 풍부한 우주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수소와 헬륨은 도대체 어디서 왔나?
조지 가모브(George Gamow, 1904-1968)는 우주의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이고 다른 원소들은 양이 매우 적다는 것에 주목하였다. 만약 우주가 아주 뜨겁고 밀집된 상태로부터 폭발적으로 팽창(빅뱅)해왔다고 가정하면 허블이 발견한 우주의 팽창과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들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가모브는 별들이 헬륨을 만들어내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태양은 초당 5.8x108톤의 헬륨을 생산해낸다. 그런데 태양 속에는 5x1026톤의 헬륨이 있다. 이 양은 태양이 270억년이 걸려야 합성할 수 있는 양이다. 태양의 나이는 겨우 50억년 밖에 안되었는데 이 많은 헬륨은 어디서 온 것인가? 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전부터 존재하던 것이 아닐까? 아마도 우주에 있는 대부분의 헬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모브가 빅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즈음에는 별이 헬륨 보다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태양은 수소를 헬륨으로 융합하는 일도 버거워했다. 아무래도 별들은 가벼운 몇몇 원소 외에는 무거운 원소를 생산하는 능력이 없어 보였다(이러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훗날 빅뱅이론에 맞서 정상상태 우주론을 주장한 호일에 의해서 밝혀지게 된다).
수소와 헬륨은 빅뱅으로 생성되었다
가모브는 무거운 원소에서 가벼운 원소가 만들어지는 르메트르의 접근을 버리고, 오늘날의 우주에서 관측되는 사실로부터 출발했다. 가모브는 천문학자들이 조사해온 별과 은하의 분포를 토대로 우주 전체의 밀도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지구 1000배 부피에 1g이 들어 있는 정도의 아주 낮은 밀도였다. 다음에는 허블의 관측결과를 받아들이고 시간을 거꾸로 돌렸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우주는 작아졌고 탄생의 순간에 접근하자 밀도는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가모브는 우주초기의 극도로 높은 온도는 모든 물질을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분리해 놓았을 것이라고 가정하여 당시 알려졌던 가장 기본적인 입자인 전자, 양성자, 중성자로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았다. 가모브는 이를 ‘일름(ylem)’이라고 불렀는데 ‘모든 물질이 만들어지는 원시물질’이라는 뜻이 있었다.
가모브는 ‘일름’에서 출발하여 시간을 앞으로 돌리며 매 순간마다 어떻게 기본적인 입자들이 결합하여 오늘날의 원자핵을 형성해 왔는지 알아내려고 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형성된 원자들이 어떻게 별과 은하를 형성하며 현재의 우주로 진화해 왔는지를 밝히려고 했다.
빅뱅 때의 원자핵합성은 5분 정도 지속되었다
가모브는 우주 초기의 원자핵 반응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원자핵합성은 한정된 온도조건에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일어날 수 있었다. 원자핵 합성은 우주의 온도가 수조~수백만 K 범위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데 우주 초기에는 온도가 너무 높아(에너지가 너무 커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너무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서로 결합할 수 없다. 따라서 핵반응은 우주의 온도가 어느 정도 식은 후 시작되지만 불과 5분 정도 밖에 지속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주가 빠르게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우주의 온도가 너무 내려가 양성자와 중성자가 핵융합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원자핵합성에 있어서 또 다른 제약은 원자핵의 중요한 성분인 중성자의 생성속도와 수명이다. 중성자는 원자핵 속에 있을 때는 안정하지만 핵 밖에서는 불안정하여 양성자로 붕괴된다. 따라서 자유 중성자가 사라지기 전에 원자핵을 형성해야만 한다. 자유 중성자의 반감기는 10분이다. 빅뱅 후 10분이 지나면 절반의 중성자가 사라지고 1시간이 지나면 2%밖에 남지 않는다. 또 핵반응은 중성자를 생산해내는 온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문제는 더욱 복잡했다.
가모브는 작업량이 너무 엄청나서 감당하기 어려웠다. 가모브는 수학적 재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을 뿐더러 당시는 컴퓨터가 사용되기 전이었다. 가모브는 수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랄프 앨퍼(Ralph Alpher, 1921-2007)를 박사과정 학생으로 받아들여 이 계산을 맡겼다.
가모브와 앨퍼는 빅뱅으로부터 어떤 시점에서의 온도와 밀도를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모든 핵반응의 결과는 온도와 밀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초기 우주의 조건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밀도가 높아지면 원자핵이 충돌하여 융합될 가능성이 커지고 온도가 높아지면 원자가 빨리 운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져서 원자핵이 융합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별 내부의 온도와 밀도만 알면 어떤 종류의 핵반응이 일어날 지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주의 기원, 빅뱅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해냈다
핵융합을 결정짓는 중요한 양은 중성자와 양성자의 충돌단면적이라 불리는 양이다. 이것은 어떤 입자가 다른 입자에게 얼마나 큰 목표물인가를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타율이 좋은 타자는 공이 크게 보인다고 한다. 그 선수에게는 충돌 단면적이 큰 셈이다. 원자핵 합성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중성자와 양성자가 서로에게 얼마나 큰 충돌 단면적을 갖는가이다. 여기에는 복잡한 물리학적 계산이 필요하다. 가모브와 앨퍼는 초기우주의 조건을 추정하고 거기에 원자핵물리학을 적용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주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원자핵 합성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알아내려고 했다.
마침내 앨퍼는 오랜 노력과 계산을 통해 빅뱅 후 몇 분 만에 헬륨이 형성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정확한 모델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는 원자핵 합성이 끝날 즈음 10개의 수소원자핵에 하나 꼴로 헬륨 원자핵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우주의 원소 중 수소가 90%이고 헬륨이 9%라는 관측결과와 일치하며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빅뱅모델은 그 동안 우주의 기원에 대한 사변론적인 생각을 벗어나 과학적인 증거를 갖게 한 대단한 성공이었다.
다만 앨퍼는 다른 원자핵의 합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우주가 시작을 갖고 있다는 빅뱅이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론이 제시한 수소와 헬륨의 비가 관측결과와 일치하는 것이 단순한 우연이거나 관측사실에 결과를 꿰맞춘 것이라고 비난했다. 가모브와 앨퍼는 이 문제를 나중에 다루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20세기에 이룩된 가장 위대한 과학적 성취는 우주의 기원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빅뱅 이론의 등장으로 가능해졌다. 하지만 빅뱅 이론이 처음부터 과학자들로부터 널리 인정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새로운 과학이론이 올바른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하나는 관측결과와 일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 번도 예측되지 않은 사실을 예측하는 것이다.
빅뱅 이후, 플라즈마 상태에 있던 우주는 천천히 식어가기 시작했다
빅뱅 이론은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의 90%가 수소이고 나머지 대부분이 헬륨인 것을 설명한다. 하지만 빅뱅 이론을 반대하는 학자들은 무거운 원소들의 존재비를 설명하지 못하는 사실을 두고 빅뱅 이론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이는 가모프(George Gamow, 1904~1968)의 주장과 달리 빅뱅에서 모든 원소들이 생성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랄프 앨퍼(Ralph Asher Alpher, 1921~2007)는 이 문제를 제쳐두고 로버트 허먼(Robert Herman, 1914~1997)과 함께 빅뱅 이후의 우주의 진화과정을 추적하는 일을 계속했다. 핵합성이 멎은 우주는 계속 식어가고 있었다. 우주의 온도는 아직 100만 K(절대온도)가 넘었다. 이 온도에서 물질은 플라즈마 상태로 있게 된다. 플라즈마 상태는 원자핵과 전자가 서로 결합하지 못하고 서로 뒤섞여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음전하를 띤 전자들은 양전하를 띤 원자핵과 전기적 인력으로 서로 결합하려 하나, 우주의 온도가 너무 높아서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서로 결합하지 못하고 서로 튕겨내어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는 팽창과 더불어 계속 식어가고 있었으므로 어느 시점에서 이들은 서로 결합하여 안정된 중성원자인 수소와 헬륨을 형성할 것이다. 앨퍼와 허먼은 우주의 온도가 3000K로 식었을 때 이러한 일이 일어났으며 빅뱅으로부터 약 30만년이 지났을 무렵으로 예측했다.
그 후에는 어떻게 될까? 우주에는 원자 외에 또 다른 구성 성분이 있었다. 바로 빛이다. 빛은 전하를 띤 입자들과는 쉽게 상호작용한다. 따라서 빛은 플라즈마 상태에서는 얼마 진행하지 못하고 전자에 흡수되었다가 다시 재방출되는 과정을 끊임없이 되풀이 하였다. 이러한 상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과 같았다. 하지만 원자핵과 전자가 서로 결합하자 플라즈마는 사라지고 우주는 기체 상태의 중성입자로 가득하게 되었다. 빛은 기체 속의 중성입자들과는 상호작용하지 않으므로 빛은 자유롭게 우주공간을 떠돌게 되었다. 그리고 이 빛은 우주의 팽창과 더불어 파장이 계속 길어지게 되었다.
앨퍼와 허먼은 원자핵과 전자가 결합하는 순간에 방출된 빛의 파장은 대략 1μm 정도였으며 현재는 1mm 정도일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리고 우주의 온도는 5K로 떨어졌을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것은 인간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파영역이다. 전자와 원자핵의 결합은 우주의 모든 곳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이 빛은 우주에 가득해야 하고 모든 방향에서 오고 있어야 한다. 알퍼와 허먼은 이 빛은 오늘날에도 우주를 떠돌고 있으므로 이 빛을 검출한다면 빅뱅이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빛을 우주배경복사(CMB, 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도 이들의 주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그 빛을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당시의 마이크로파 기술은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었으므로 온도가 너무 낮아서 희미한 에너지를 관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빅뱅 이론의 잘못인 우주의 나이 문제는 이론이 아닌 측정의 오류 때문이었다
빅뱅 이론이 처음 등장하였을 때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또 다른 이유는 우주의 나이 문제 때문이었다. 허블이 발견한 허블의 법칙으로부터 계산한 우주의 나이는 엉뚱하게도 당시 알려져 있던 지구의 나이보다 더 젊었다. 이 때문에 빅뱅우주론은 정상우주론자들에게 놀림감이 되었다. 이것은 허블의 측정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을 밝혀낸 사람은 독일태생의 천문학자 발터 바데(Walter Baade, 1893-1960)였다.
허블은 은하들 안에 있는 별의 스펙트럼으로부터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를 구하고 은하까지의 거리는 맥동변광성의 주기-광도 관계를 이용했다. 맥동변광성은 별이 부풀어 올랐다 수축했다 하면서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별을 말한다. 이 별은 변광 주기에 비례하여 절대광도가 높은 성질이 있다. 그 이유는 밝은 별일수록 질량이 커서 맥동주기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맥동변광성의 변광 주기를 측정하면 별의 절대광도를 알 수 있고 이것을 겉보기 광도와 비교하면 그 별이 위치한 은하까지의 거리를 계산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변광성의 변광 주기는 1~50일이었는데 케페우스자리 델타 별이 대표 별이어서 케페이드 변광성이라 불렸다.
발터 바데는 세계 제2차 대전이 한창일 무렵 윌슨산 천문대에 있었다. 당시에는 맥동변광성의 또 다른 유형으로 거문고자리 RR변광성이 알려져 있었다. 이 변광성은 케페이드 변광성 보다 변광 주기가 짧고(1~24시간) 더 어두웠다. 그는 이 변광성을 이용하여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해보기를 원했다. 바데는 윌슨 산의 100인치 후커 망원경으로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거문고자리 RR형 변광성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때마침 인근에 내려진 등화관제로 근교 도시의 불빛이 차단되어 어느 때 보다 우주를 더 잘 볼 수 있었다. 이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당시까지 알려진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는 약 100만 광년이었다. 그 정도의 거리라면 충분히 볼 수 있어야만 했다. 바데는 2차 대전이 끝난 후 팔로마 산에 설치된 당시로서는 가장 성능이 좋은 200인치 헤일 망원경으로 안드로메다 은하의 거문고자리 RR형 변광성을 찾아보았지만 역시 보이지 않았다.
측정의 정확성이 늘어나자, 우주의 크기는 계속 커져만 갔다
바데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해 보았다. 단 한 가지 가능성은 안드로메다까지의 거리 측정에 오류가 있는 경우였다. 당시 대부분의 별들이 종족 I과 종족 II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었다. 종족 I의 별은 젊은 별이고, 종족 II의 별은 나이가 많은 별이다. 바데는 케페이드 변광성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뉠 것이라고 가정했다. 결국 이러한 추측이 맞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종족 I에 속하는 케페이드 변광성의 밝기는 같은 주기를 가진 종족 II의 별 보다 4배나 더 밝았다. 이것이 오류의 원인이었다. (종족 II에 속하는 케페이드 변광성은 처녀자리 W별이 대표별로 처녀자리 W형 변광성이라 불린다.) 허블은 종족 II의 케페이드 변광성에서 얻은 주기-광도관계를 종족 I의 별에 적용했던 것이다.
이 오류를 수정하자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는 허블이 추정했던 거리보다 2배로 늘어나 약 200만 광년이 되었다. 그런데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는 다른 은하까지의 거리를 재는 척도로 사용되고 있었으므로 모든 은하까지의 거리도 2배로 늘어나서 우주의 크기도 2배로 늘어났다. 덩달아 우주의 나이도 두 배인 36억년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제 우주의 나이는 당시에 알려져 있던 지구의 나이와 더 이상 마찰을 일으키지 않게 되었다. 1952년 바데는 국제천문학회에서 공식적으로 은하의 나이가 2배로 늘어났다고 발표하였다. 이 결과에 가장 당황한 사람은 호일(Fred Hoyle, 1915-2001)을 비롯한 정상우주론을 주장하던 사람들이었다.
앨런 샌디지(Allan Sandage, 1926~)는 바데의 측정을 2년 후에 다시 수정하였다. 또 다른 거리 측정의 오류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케페이드 변광성 측정법은 먼 곳에 있는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데 사용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케페이드 변광성이 다른 별보다 밝기는 하지만 그렇게 먼 거리에 있는 은하에서 케페이드 변광성을 찾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가장 밝은 별의 밝기가 모든 은하에서 같다는 가정 하에 먼 은하까지의 거리를 구했다. 하지만 사진 기술의 발달로 샌디지는 멀리 있는 은하에서 별처럼 보이던 것이 별이 아니라 빛나는 가스와 플라즈마의 구름인 HII 영역임을 알았다. HII 영역은 넓고 온도가 높아서 별보다 더 밝게 보인다. 이 때문에 HII 영역을 별로 계산한 은하는 실제로 더 멀리 있었던 것이다. 이 오류를 수정하자 우주의 나이는 다시 55억년으로 늘어났다. 샌디지는 거리 측정을 계속하여 은하까지의 거리와 우주의 나이를 측정하는 최고 전문가가 되었다. 그의 노력으로 우주의 나이는 100억년~200억년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제 더 이상 정상우주론자들이 우주가 그 안에 있는 별들의 나이보다 어리다고 놀릴 수 없게 되었다.
전파를 통한 우주관측은 우주를 더 멀리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오늘날 우주관측은 눈으로 보이는 빛, 즉 가시광선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전파나 적외선을 이용한 우주관측과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은 자외선이나 X선, 감마선 등을 이용한 우주관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파장이 긴 적외선은 저온의 천체에서 방출된다. 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성간 먼지층을 잘 통과하므로 어두운 성운 속을 들여다보는데 효과적이다. 이 때문에 적외선 관측은 별이 태어나는 성운 속이나 성간 먼지층이 많은 은하중심을 관측하는데 유리하다. 반면에 파장이 짧은 X선은 고온의 천체에서 방출된다. X선 관측은 뜨거운 백색왜성이나 초신성 잔해, 블랙홀 등 죽어가는 별을 관측하는데 효과적이다.
우주에는 가시광선 외에 다른 형태의 빛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낸 사람은 칼 잰스키(Karl Guthe Jansky, 1905~1950)였다. 그는 이미 1930년대에 은하에서 전파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너무 시대를 앞서 갔기 때문에 오랫동안 잊혀진 채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세계 대전을 지나면서 발달한 레이더 기술에 의해, 잰스키의 발견이 우주 관측에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세계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에서는 독일의 공습과 로켓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레이더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였다. 제2차 대전이 끝나자 레이더 장비는 우주관측에 활용되었는데 이를 통해 우주에는 강한 전파를 방출하는 은하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를 전파은하라고 하는데 이 부분의 선두주자였던 마틴 라일(Martin Ryle, 1918~1984)은 전파은하들이 거리에 따라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알면 어떤 우주모델이 옳은지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1961년에 5,000개의 전파은하 목록을 작성하고 그 분포를 조사했다. 전파은하들은 거리가 멀수록 더 많이 분포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과거와 현재의 우주가 똑같다고 주장하는 정상우주모델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또 1963년에 마틴 슈미트(Maarten Schmidt, 1929~)는 라일이 작성한 전파은하 목록의 273번째 전파원(3C273)의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이 전파원이 24억 광년 거리에 있는 천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동안 이 전파원은 크기가 작아서 우리 은하계 안에 있는 특이한 별로 생각되어왔었다. 이 천체는 극단적으로 밝고,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로 퀘이사(Quasar, QUASi-stellAR radio source)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퀘이사의 정체는 초기 은하의 핵이라는 것이 나중에 밝혀진다. 그 후 많은 퀘이사들이 발견되었는데 대부분의 퀘이사는 수십억 광년 너머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퀘이사가 수십억 년 전에 존재했던 천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초기의 우주가 현재의 우주와 매우 달랐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퀘이사의 발견으로 정상모델은 신뢰를 잃었고 많은 우주학자들은 빅뱅모델을 지지하는 쪽으로 옮겨갔다.
마침내 찾아낸 빅뱅 우주론의 결정적인 증거, 우주배경복사
전파관측은 우주로 향하는 새로운 문을 열었고 새로운 천체를 발견했으며 빅뱅과 정상우주론 논쟁에 유리한 증거를 제시했다. 전파관측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1964년에 마침내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낸다. 벨연구소의 아르노 펜지아스(Arno Allan Penzias, 1933~)는 로버트 윌슨(Robert Woodrow Wilson, 1936~)과 함께 나팔모양의 전파안테나를 이용해 전파잡음을 연구하던 중 우연히 하늘 전역에서 들어오는 전파잡음을 발견하였는데 그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이들이 발견한 것이 우주배경복사라는 사실은 MIT에 있던 버크(Bernard Burke)라는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된다. 당시 프린스턴 대학의 로버트 디키(Robert Ducke)와 제임스 피블스(James Peebles)는 가모프와 알퍼와의 연구내용을 모르는 채 다른 관점에서 우주배경복사를 연구하고 있었다. 버크는 피블즈의 강연을 듣고 그 사실을 펜지아스에게 알려 주었던 것이다.
펜지아스와 윌슨이 발견한 우주배경복사의 온도는 3.5±1.0K (최근 WMAP 관측결과는 2.7K)였고, 파장은 7.3cm였다. 이는 1948년에 앨퍼와 허먼이 예측한 결과와 거의 일치했다. 빅뱅의 메아리는 전파로 바뀌어 펜지아스와 윌슨의 전파망원경에서 잡음으로 감지되었던 것이었다. 마침내 앨퍼와 허먼이 빅뱅의 증거로 예측했던 우주배경복사가 발견된 것이다.
우주배경복사의 발견은 우주가 빅뱅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였고 정상우주모델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버드 대학의 물리학자 에드워드 퍼셀은 “이것은 모든 사람들이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그 공로로 펜지아스와 윌슨은 1978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가모프는 1968년에 사망하여 관례에 따라 노벨상수상자가 될 수 없었지만 랠프 앨퍼가 공동수상자가 되지 못한 것은 빅뱅의 증거를 처음 예측했던 그의 선구적 노력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음을 의미했다.
원소의 기원을 설명하는 빅뱅우주론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탄소를 비롯한 무거운 원소들의 기원이었다. 하지만 프레드 호일(Fred Hoyle, 1915~2001)의 노력으로 무거운 원소들이 별 속에서 생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우주배경복사의 발견으로 빅뱅우주론은 정상상태 우주론보다 확실한 우위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빅뱅우주론에 대한 검증이 모두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본격적인 빅뱅이론의 검증이 시작됨을 의미했다.
우주에서 오는 7.35cm 초단파 잡음, 빅뱅의 잔향인가?
초단파를 이용한 무선통신에서는 잡음이 들릴 때가 잦은데, 이 잡음은 주로 공간을 떠다니는 초단파 때문에 생긴다. 이들 중 특히 4,080MHz 대역에서 들려오는 초단파 잡음이 우주에서 오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 벨연구소의 아노 펜지어스(Arno Allan Penzias)와 로버트 윌슨(Robert Woodrow Wilson)이 1964년에 최초로 감지하였다. 이 잡음은 빅뱅의 잔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증거는 어디에 있을까?
첫 번째 증거는 등방성이다. 초단파 잡음은 하늘의 모든 방향에서 같은 세기로 오고 있으며 지구의 운동에 따른 영향도 받지 않는다. 이런 사실은 초단파 잡음이 태양계 바깥에서 오고 있으며 우주에 골고루 퍼져 있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 증거는 흑체복사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흑체복사 이론에 의하면 절대온도 0K 이상인 모든 물체는 모든 파장의 복사를 방출하는데, 온도에 따라 특정 파장에서 최고의 세기를 갖는 복사선을 방출한다. 그런데 이 초단파 잡음은 절대온도 약 3K에 해당하는 흑체복사 스펙트럼과 일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특징은 가모프(George Anthony Gamow, 1904~1968)와 앨퍼(Ralph Asher Alpher, 1921~2007) 등이 빅뱅이론에서 주장한 우주배경복사의 특성과 일치한다.
다만 펜지어스와 윌슨이 감지한 초단파 잡음은 7.35cm 파장(진동수로는 4,080MHz에 해당한다)에 국한되어 있었으므로, 이 잡음이 절대온도 3K에 해당하는 흑체복사임을 확증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파장, 특히 최대 세기가 되는 2mm 파장대에서 확인할 필요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 파장대는 지구 대기에 의해서 흡수되어 지상까지 도달하지 않으므로 지상에서 관측하기에는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었다.
펜지어스와 윌슨이 발견한 우주배경복사는 정상상태 우주론의 도전을 물리치고 빅뱅모델을 우주론 논쟁에서 결정적인 우위에 서도록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더욱 더 진지한 시험대에 서게 하였다. 빅뱅우주론의 다음 과제는 빅뱅으로 급격히 팽창하는 우주에서 어떻게 우주의 거대구조인 은하단이나 은하들이 형성할 수 있도록 진화했는지를 밝혀야 했다. 이미 호일은 “대폭발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면 은하와 같은 물질 덩어리가 만들어질 수 없다.”라고 주장한 바 있었다.
균일하지 않은 초기 우주의 증거, 우주배경복사에 우주의 주름으로 남아있어야
오늘날에도 천문학자들이 우주의 은하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완전히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물질이나 복사 분포의 아주 작은 불균일성에서 시작된 진화과정의 산물로 간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불균일성은 우주의 생성 초기에 존재했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주가 팽창하기 시작했을 때 완전히 평탄하고 균일했다면,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주에는 은하나 별 그리고 다양한 화학원소도 없었을 것이고 행성이나 생명체도 생겨날 수 없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빅뱅우주론자들은 초기우주가 매우 균질하기는 했지만, 완전히 균질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데 희망을 갖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우주의 밀도에 차이가 생겨나서 밀도가 높은 지역은 중력으로 물질을 끌어당겨서 밀도가 더욱 높아지게 되었고,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은하가 생성되고 오늘날과 같은 우주의 구조가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러한 전제가 옳다면 그 흔적은 우주배경복사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주배경복사를 조사하면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다시 말해 초기우주에서 밀도가 높은 부분에서 나온 빛은 에너지를 더 잃어 약간 더 긴 파장을 가질 것이고, 반대로 약간 작은 밀도가 작은 부분에서 나온 빛은 에너지를 덜 잃어 약간 더 짧은 파장을 가질 것으로 보았다.
우주배경복사에 새겨진 파문을 찾아서
펜지어스와 윌슨은 우주배경복사의 등방성(우주배경복사가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같은 세기로 온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이제는 우주배경복사가 비등방성(우주의 어떤 부분에서 오는 복사선이 다른 부분에서 오는 복사선과 약간 다른 파장을 갖는다는 것)을 갖는다는 증거를 찾아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조금 더 정밀한 수준에서 우주배경복사를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1970년대 초반의 관측은 1/100 차이까지 감지할 수 있었지만, 방향에 따른 파장의 차이가 관측되지 않았다. 그러자 이 결과를 놓고 정상우주론자들은 처음부터 그러한 차이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빅뱅우주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1/100 이하의 수준에서 변동할 가능성이 남아 있었지만, 공기 중의 수분이 약한 초단파를 방출하고 있었으므로 이 변동을 지상 관측으로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기가 희박한 대기권 상층으로 올라가서 관측해야 했다.
이 연구에 열정적이었던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조지 스무트(George Fitzgerald Smoot)는 열기구와 U-2 정찰기를 이용한 고공관측을 시도하여, 하늘 한쪽에서 오는 우주배경복사가 반대쪽에서 오는 우주배경복사보다 1/1,000 정도 긴 파장을 갖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우주배경복사의 차이가 아니라 지구의 운동에 의한 도플러 효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도플러 효과에 의한 영향을 제거하자 변화는 다시 사라졌다. 이 결과는 찾는 변동이 1/1,000 보다 작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있었다. 이렇게 작은 변화는 열기구나 항공기를 이용한 고공 관측으로도 검출하기가 어려웠다. 왜냐하면 항공기가 지나가는 고공에도 엷은 공기층이 있어서 측정을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우주배경복사 탐사선 COBE
유일한 희망은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대기권 밖에서 관측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스무트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인공위성을 이용한 우주배경복사 프로젝트를 제안하여 우주배경복사 탐사선(COBE : Cosmic Microwave Background Explorer)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1989년 11월 18일에 마침내 COBE를 실은 로켓이 발사되었다. 발사현장에는 우주배경복사의 존재를 맨 처음 예측했음에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랠프 앨퍼와 로버트 허먼도 자리하고 있었다.
이듬해 코비 위성은 다양한 지점의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하여 스펙트럼 분포가 흑체복사의 특성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흑체복사의 법칙을 따르는 우주배경복사는 온도만으로 표기할 수 있는데, COBE 위성은 그 온도가 정확하게 2.728±0.002K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 온도는 현재 우주의 온도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초단파 잡음이 빅뱅의 잔재라는 것을 더는 의심할 수 없게 되었다. COBE가 관측한 진동수에 따른 우주배경복사의 세기를 나타낸 그래프는 2.73K의 흑체복사 곡선과 완전히 일치한다.
하지만 아직 한 가지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었다. 1/3,000 수준에서 관측한 첫 번째 분석에서 우주배경복사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매스컴들은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하늘과 망원경(Sky and Telescope)>지는 ‘빅뱅은 죽었는가, 살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COBE, 1/10만 수준에서 마침내 우주구조를 설명하는 씨앗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2년에 걸친 COBE의 관측 자료가 축척되면서 1/10만 수준에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아주 작긴 했지만 우주배경복사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 1992년 4월 전 세계의 언론매체들은 COBE 위성이 우주배경복사에서 미세한 온도변화를 관측했다는 발표를 보도했다. 이 결과를 발표한 조지 스무트는 기자회견에서 “만일 여러분이 신앙이 있다면, 이것은 신의 얼굴을 본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스티븐 호킹도 “이 발견은 역사상 최고는 아닐지 모르지만, 금세기 최고의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COBE가 처음 2년 동안 관측한 전 하늘의 우주배경복사의 온도 편차를 나타낸 지도를 보면, 붉은색 영역은 평균보다 1/10만 정도 높은 지역을 나타내고, 푸른색은 온도가 낮은 지역을 나타낸다. 이것은 빅뱅 38만 년 후의 우주의 구조를 보여준다.
사진의 각분해능이 약 7도이므로 전체적으로 흐릿하게 보이고 있는데, 이 사진은 우주의 가장 큰 구조물인 초은하단보다 더 큰 척도로 관측한 것이다. 초은하단의 지름은 수억 광년 정도이지만 천구 상에서 차지하는 각도는 약 1도 정도이므로 이 사진에는 초은하단은 보이지 않는다. 이 사진은 초기우주에 밀도의 파동이 있었음을 증명한다. 이제 빅뱅우주론은 은하의 형성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발견은 위기에 빠진 빅뱅우주론을 구해냈다. 그 공로로 조지 스무트와 존 마셔(John Cromwell Mather)는 2006년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우주배경복사 탐사의 중요성
우주배경복사 지도는 우주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보물지도와 같은 것이다. 천체물리학자들은 우주배경복사의 정보와 다른 우주 관측 자료를 결합하여 우주의 여러 성질을 알아내고 있다. 예를 들어 온도가 약간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의 크기와 온도를 비교하여 초기우주의 인력의 세기를 알아내고 물질이 얼마나 빨리 쌓이게 되었는지 추론할 수 있다. 또 우주배경복사로부터 얼마나 많은 물질과 암흑물질, 그리고 암흑에너지가 우주를 구성하는지 추정할 수 있으며, 우주가 영원히 팽창할 것인지 아니면 팽창속도가 느려질지 아니면 빨라질지도 결정할 수 있다.
COBE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지만, 과학자들은 COBE보다 10배, 100배 더 민감한 장치를 실은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 더욱 정밀한 관측을 수행하고 있다.
2001년에 발사된 윌킨슨초단파비등방 탐사선(WMAP)은 파장 3mm~1.5cm 영역에서 우주배경복사지도를 각분해능 15‘의 해상도로 제작하였다. 뒤이어 2009년에 발사된 유럽의 플랑크(Planck) 탐사선은 100만분의 1도 규모의 온도 요동을 측정할 수 있으며, 각해상도 5‘로 파장 0.3mm~1cm 사이의 우주배경복사를 측정하고 있다.
현재의 우주배경복사연구에서 선구적 역할을 하는 것은 윌킨슨초단파비등방 탐사선(WMAP)의 관측결과이다. 이 위성은 2002년부터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하기 시작하여 몇 차례에 걸쳐 매우 정밀한 우주배경복사 지도를 작성하였다. 우리는 이 위성 관측에 의해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이고, 우주의 물질과 암흑물질, 그리고 암흑에너지 비율이 각각 4.6%, 23%, 72%라는 것을 알아냈다. 우주배경복사 관측은 빅뱅의 결론을 입증하였을 뿐 아니라 우주론 연구를 정량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모든 과학은 정량적인 관측을 바탕으로 발전하는데 이제 우주론도 정량적인 과학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태초에 대폭발이 있었고 우주는 팽창해 왔다. 과학자들은 이 폭발을 우주의 시작이라고 보고 우주의 나이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허블은 은하가 우주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속도와 우주의 중심에서 이 은하까지의 거리와의 관계를 조사하였는데, 어떤 은하가 우주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속도는 우주의 중심에서 그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하였다. 이 비례상수를 허블상수라고 한다. 우주의 팽창 속도가 태초부터 현재까지 변하지 않았다면 허블상수의 역수는 우주의 나이가 되며, 이로부터 구한 우주의 나이는 115~125억 년이다. 우주의 나이에 대한 또 다른 정보는 우주에 있는 무엇인가의 나이를 측정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다. 우주 내에서 가장 오래된 천체로 밝혀진 구상성단의 나이는 140억 년이다. 우주가 태어나고 난 후 그 구상성단이 만들어졌을 것이 분명하므로 우주의 나이는 이 구상성단의 나이 이상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허블상수로 추정했던 우주의 나이가 잘못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를 ‘우주의 나이 문제’라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의 팽창 속도가 일정하다는 가설은 포기되어야만 했다. 팽창 속도가 처음에는 느렸고 점차 증가하여 현재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에 이르렀다면 팽창 속도가 일정한 경우보다 현재 우주의 크기로 우주가 팽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우주 팽창에 대한 정교한 이론인 ‘팽창 속도 이론’을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우주의 나이는 145~155억 년으로 우주의 나이 문제는 해결되었다. 현대우주론의 또 다른 화두는 “우주 속에서 은하와 은하단과 같은 거대구조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을까?”하는 질문이다. 우주의 팽창에 대한 이론으로는 이 과정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관찰한 은하 중 가장 작은 은하를 구성하는 별들에 대한 모든 정보를 조사한 후 이 별들을 공간에 마구 흩어 놓아 초기 조건을 만들고 은하가 물리 법칙에 의해 생겨나는 것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하였다. 그 결과 은하가 생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우주의 나이의 약 100배나 되었다. 은하가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우주의 나이보다 너무 길어 천문학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① 우주의 나이는 적어도 140억 년 이상이다. ② 과거의 우주 팽창 속도가 현재보다 항상 더 빨랐다면 우주의 나이는 125억 년보다 적어야 한다. ③ 우주의 팽창 속도가 일정하고 허블상수가 현재 추정값보다 크다면 우주의 나이는 125억 년보다 적어야 한다. ④ 우주 중심에서 은하까지의 거리와 그로부터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를 알면 허블상수를 구할 수 있다. ⑤ ‘팽창 속도 이론’은 은하의 생성 과정을 설명해 준다.
2008 PSAT 언어논리 3번
두 과학자 진영 A와 B의 진술 내용과 부합하지 않는 것은?
우리 은하와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들이 모두 우리 은하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 사실을 두고 우주의 기원과 구조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두 진영이 다음과 같이 논쟁하였다. A진영 : 우주는 시간적으로 무한히 오래되었다. 우주가 팽창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우리 견해가 틀렸다고 볼 필요는 없다. 우주는 팽창하지만 전체적으로 항상성을 유지한다. 은하와 은하가 멀어질 때 그 사이에서 물질이 연속적으로 생성되어 새로운 은하들이 계속 형성되기 때문이다. 비록 우주는 약간씩 변화가 있겠지만, 우주 전체의 평균 밀도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만일 은하 사이에서 새로 생성되는 은하를 관측한다면, 우리의 가설을 입증할 수 있다. 반면 우주가 자그마한 씨앗으로부터 대폭발에 의해 생겨났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이처럼 방대한 우주의 물질과 구조가 어떻게 그토록 작은 점에 모여 있을 수 있겠는가? B진영 : A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은하 사이에서 새로운 은하가 생겨난다면 도대체 그 물질은 어디서 온 것이라는 말인가? 은하들이 우리 은하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우리 견해가 옳다는 것을 입증할 뿐이다. 팽창하는 우주를 거꾸로 돌린다면 우주가 시공간적으로 한 점에서 시작되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만일 우주 안의 모든 물질과 구조가 한 점에 있었다면 초기 우주는 현재와 크게 달랐을 것이다. 대폭발 이후 우주의 물질들은 계속 멀어지고 있으며 우주의 밀도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대폭발 이후 방대한 전자기파가 방출되었는데, 만일 우리가 이를 관측한다면, 우리의 견해가 입증될 것이다.
① A에 따르면 물질의 총 질량이 보존되지 않는다. ② A에 따르면 우주는 시작이 없고, B에 따르면 우주는 시작이 있다. ③ A에 따르면 우주는 국소적인 변화는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변화가 없다. ④ A와 B는 인접한 은하들 사이의 평균 거리가 커진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⑤ A와 B 모두 자신의 주장을 경험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2006 견습 PSAT 언어논리 5번
다음 글의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은하수로부터 오는 전파는 일종의 잡음으로 나타나는 데, 천둥이 치는 동안 라디오에서 들리는 배경 잡음과 흡사하다. 전파 안테나에 잡히는 전파 잡음은 전파 안테나자체의 구조에서 생기는 잡음, 안테나의 증폭회로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잡음, 지구의 대기에서 생기는 잡음과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 별처럼 작은 전파원의 경우는 안테나를 파원 쪽으로 돌렸다가 다시 그 부근의 허공에 번갈아 돌려보며 비교함으로써 안테나의 구조나 지구의 대기에서 비롯되는 잡음을 제거할 수 있다. 이러한 잡음은 안테나가 파원을 향하는지 또는 파원 주위의 허공을 향하는지에 상관없이 거의 일정하기 때문이다. 펜지어스와 윌슨은 은하수로부터 오는 고유한 전파를 측정하려 했기 때문에, 장치 내부에서 생길 수 있는 일체의 잡음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냉부하 장치’라는 것을 사용했다. 이것은 안테나의 전파 출력을 냉각된 인공 파원에서 나오는 출력과 비교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증폭회로에서 불가피하게 생긴 잡음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펜지어스와 윌슨은 지구의 대기로부터 전파 잡음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것은 안테나의 방향에 따라 차이가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그 잡음은 안테나가 가리키는 방향의 대기의 두께에 비례한다. 예를 들어, 안테나가 천정(天頂) 쪽을 향하면 더 작고, 지평선 쪽을 향하면 더 크다. 이렇게 생기는 잡음은 별의 경우처럼 안테나의 방향을 바꾸어 봄으로써 찾아낼 수 있다. 이 잡음을 빼고 나면, 이로부터 안테나의 구조에서 생기는 잡음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64년 봄, 펜지어스와 윌슨은 놀랍게도 7.35센티미터의 파장에서 방향에 무관하게 상당한 양의 전파 잡음이 잡힌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또 이 전파 잡음이 하루 종일 그리고 계절의 변화와 무관하게 늘 일정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관측된 전파 잡음이 방향과 무관하다는 사실은 이 전파가 펜지어스와 윌슨의 원래 기대와는 달리 은하수가 아니라 우주의 훨씬 더 큰 부분에서 온다는 것을 아주 강하게 암시했다.
① 지구 대기에 의해 발생하는 잡음은 방향 의존성을 갖는다. ② ‘냉부하 장치’를 사용하면 안테나의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잡음이 없어진다. ③ 펜지어스와 윌슨은 은하수가 고유한 전파를 방출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④ 지구의 공전 및 자전과 관계없이 7.35센티미터의 파장에서 전파 잡음이 감지된다. ⑤ 전파원과 그 주변의 허공에서 나오는 전파를 비교하여 전파원의 고유 전파를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MDEET 07언어추론 38~40번
20세기 초 허블은 은하들의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에너지가 낮은 긴 파장 쪽으로 분광선들이 이동되는 적색 이동 현상을 발견하였다. 이로부터 그는 먼 은하일수록 더 빨리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과 더불어 이 결과는 우주 진화를 설명하는 표준 대폭발 이론의 형성에 중요한 영감을 주었다. 표준 대폭발 이론에서는 은하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현상을 은하들의 고유한 운동 때문이라기보다는 우주 공간 자체가 팽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이 이론에 따르면 초기의 ‘뜨거운 대폭발’ 이후 우주의 팽창에 따른 냉각 과정에서 별과 은하 등의 재료가 되는 정상적인 물질이 모두 생성되었고, 현재 관측되는 절대 온도 2.7도의 우주 배경 복사(宇宙背景輻射)를 만드는 빛이 방출되었다고 한다. [가]그러나 표준 대폭발 이론에도 몇 가지 약점이 있다. 예를 들면 우주 배경 복사가 관측 방향에 관계없이 아주 작은 오차 범위 내에서 같은 값을 보이는 등방성(等方性)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정보가 두 지점 사이를 이동하는 가장 빠른 속도는 광속이므로, 한 지점으로부터 빛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 거리인 ‘지평선 거리’보다 먼 지점과의 접촉은 불가능하게 된다. 그런데 우주에서 반대 방향에 있는 두 영역은 방출될 당시 서로 지평선 너머에 있어 어떤 상호 작용도 불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주 배경 복사의 온도는 거의 일치한다. 표준 대폭발 이론은 또한 우주의 평균 밀도가 우주의 팽창을 언젠가는 멈추게 할 정도의 중력을 만들어 내는 밀도인 임계 밀도(臨界密度)에 가까운 이유도 설명하지 못한다. 우주의 모양과 운명은 모든 것을 서로 멀어지게 하는 우주의 팽창과 중력과의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므로 우주는 평균 밀도가 임계 밀도와 같으면 가까스로 팽창을 계속하는 평탄 우주가 되고, 임계 밀도보다 작으면 영원히 팽창을 계속하는 열린 우주가 되며, 임계 밀도보다 크면 어느 시점에 팽창을 멈추고 수축하게 되는 닫힌 우주가 된다. 표준 대폭발 이론의 이런 문제점은 급팽창 이론이 제시되면서 해결되었다. 1980년대 구스는 우주가 탄생하고 10-35초가 지나 극히 짧은 시간 동안 1050배 정도로 급격히 팽창했다는 이론을 제시하였다. 이에 따르면 우주의 모든 영역들은 탄생 직후에는 지평선 거리 안에 가까이 있어서 상호 정보 교환으로 같은 온도가 되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며, 이후 공간의 급팽창으로 지평선 거리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우주가 엄청난 크기로 급팽창했다면, 우주는 부분적으로 거의 평평하게 보이게 되어 우주의 평균 밀도는 임계 밀도 값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관측 결과, 우주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인 우주의 질량이 우주의 평균 밀도에 관한 이론적인 예측치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우주에서 관측되는 천체들을 포함한 정상적인 물질의 질량은 임계 밀도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질량의 수 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질량이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로 이루어져 있음을 의미하는데, 중성미자, 약간의 질량을 가진 가상적인 입자 등이 그 후보로 거론되나 아직 확인된 것은 없다. 암흑 물질의 실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던 중인 1998년에 수십 억 광년 떨어진 은하에 있는 초신성의 관측으로부터 우주의 팽창 속도가 한때 생각되었던 것만큼 느리지 않고 오히려 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팽창이 가속되고 있다는 것은 미지의 에너지가 별도로 있어 서로를 끊임없이 밀어내지 않는 한 설명하기가 어렵다. 결국 암흑 에너지라 불리는 이 에너지가 우주 밀도의 70여 퍼센트를, 암흑 물질은 20여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현재까지의 우주에 대한 이해가 옳다면, 미래에 우리가 볼 수 있는 밤하늘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인가? 최근에 미국의 한 연구팀은 암흑 에너지에 의해 지배되는 우주의 변화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우주 나이가 지금의 두 배가 되면 우리 은하는 강한 인력에 끌려 이웃 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 등과 합해져 밤하늘에 보이는 별의 수가 약 두 배가 된다. 그렇지만 먼 은하들은 점점 더 멀어져서 우리 시야에서 사라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관측자는 자신을 둘러싼 우주의 일부만 볼 수 있게 되어, 우리 은하단은 거대한 우주 공간의 작은 ‘섬 우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위 글로 미루어 볼 때 올바르지 않은 진술은?
①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은 서로 반대되는 힘으로 우주 팽창에 작용한다. ② 우주의 모양과 운명은 임계 밀도의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예측할 수 있다. ③ 우주의 미래에 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초기값에는 우주 평균밀도가 포함된다. ④ 급팽창 이론은 우주 전체의 암흑 물질 밀도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였다. ⑤ 평탄 우주는 표준 대폭발 이론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급팽창 이론과는 양립 가능하다.
<보기>는 전체 우주에서 암흑 에너지에 의해 일어나는 변화를 추론한 것이다. 타당한 것을 모두 고르면?
<보기> ㄱ. 우주 배경 복사의 관측 온도가 가속적으로 감소한다. ㄴ. 우주 평균 밀도가 임계 밀도를 넘어 가속적으로 증가한다. ㄷ. 우주 안의 정상적인 물질의 총질량이 가속적으로 증가한다.
① ㄱ ② ㄷ ③ ㄱ, ㄴ ④ ㄱ, ㄷ ⑤ ㄴ, ㄷ
<보기>는 우주 배경 복사가 발견된 상황을 기술한 것이다. [가]와 <보기>를 함께 고려할 때 올바른 진술은?
<보기> 1960년대 중반, 벨 연구소의 펜지아스와 윌슨은 극초단파 안테나를 이용하여 무선 통신에 방해가 되는 전파 잡음의 발생원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 결과 이 잡음이 안테나의 지향 방향과 관계가 없음을 발견하였다. 안테나를 태양 방향이나 은하수 방향으로 맞추었을 때에도 잡음의 강도는 변하지 않았는데, 이는 잡음을 일으키는 전파 신호가 태양이나 은하수에서 방출된 것이 아님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이 전파 신호는 곧 표준 대폭발 이론을 연구하고 있던 디키 등에 의해 표준 대폭발 이론이 예측하였던 극초단파 복사임이 알려졌다. 이것은 말하자면 우주 초기에 일어났던 대폭발의 잔열이었던 것이다.
① 우주 배경 복사가 등방적이라는 사실은 표준 대폭발 이론으로 예측된 것이었으나, 극초단파 복사가 우주 배경 복사로 받아들여진 것은 급팽창 이론이 등방성을 설명한 이후의 일이다. ② 우주 배경 복사는 펜지아스와 윌슨이 발견할 당시에 등방적이라는 사실까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후에 그 등방성이 밝혀짐에 따라 표준 대폭발 이론의 지지 증거에서 반대 증거로 역전되었다. ③ 표준 대폭발 이론을 입증하는 증거로 등장한 우주 배경 복사가 표준 대폭발 이론의 미해결 문제로 바뀌었던 것은, 후에 이 복사가 지평선 거리를 넘어서 상호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④ 디키 등은 극초단파 복사가 전 우주에 골고루 퍼져 있는 대폭발의 잔열이므로 지평선 거리와 무관하게 등방성이 관측된다고 하였으나, 구스는 지평선 거리 너머의 등방성을 부인함으로써 급팽창 이론을 제시하였다. ⑤ 극초단파 복사는 등방성 때문에 우주 배경 복사로 확인되어 표준 대폭발 이론의 증거로 간주되었으나, 표준 대폭발 이론은 우주 배경 복사가 전 우주에서 왜 등방적인지는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불완전한 이론이 되었다.
PEET 언어추론 예비검사 7~9번
1930년대에 암흑 물질의 존재가 예견되었는데, 이것은 나선 은하에서 나선 팔의 균일한 회전 속도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뉴턴 역학에 따르면 은하 중심을 축으로 회전하는 별의 속도는 회전 운동 궤도 안에 존재하는 전체 질량과 별의 궤도 반경에 의해 결정된다. 은하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알려진 별은 대부분 은하 중심에 모여 있다. 따라서 중심을 벗어난 영역에서는 반경에 상관없이 궤도 내의 전체 질량은 일정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들처럼 궤도 반경이 클수록 별의 회전 속도는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관측 결과 궤도 반경이 커져도 별의 속도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 현상을 설명하려면 은하 내부에 질량은 가지면서 보이지는 않는 미지의 암흑 물질이 있어야 한다. 암흑 물질은 최근 두 은하단의 충돌을 관측하는 과정에서 그 존재가 확인되었고, 그 실체에 대해서는 최근 입자 물리학에 의해 설명이 가능해졌다. 암흑 물질은 질량을 가져야 하고 중력에 의한 상호 작용을 제외하고는 빛과 상호 작용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미약하게 하는 성질이 있어야 하므로, 입자 물리학에서 제안된 중성미자, 윔프, 액시온 등이 그 후보가 될 수 있다. 이 입자들의 질량은 다르지만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밀도가 암흑 물질의 질량 밀도를 설명할 수만 있으면 된다. 중성미자는 중성자가 양성자와 전자로 붕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입자로 양성자, 전자보다 매우 가벼우며 그 질량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중성미자는 현재의 우주 공간에서 빛의 속도에 가깝게 운동하는데 우주 생성 초기에는 더 빠르게 움직였다. 중성미자가 암흑 물질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질량을 가지는 경우, 우주의 구조 형성에 대한 가상 실험에 의하면 은하를 만들 수 있는 씨앗이 되는 구조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암흑 물질을 설명하는 입자는 우주 구조 형성 단계에서 느리게 움직여, 은하의 형성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중력 구심점에 모여 은하 형성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빠르게 움직이는 중성미자는 양자 요동에 의해 형성되는 초기 우주의 중력 구심점을 흩트려 은하의 형성을 방해한다. 입자 물리학의 최신 이론에서 예측되는 윔프는 약한 상호 작용을 하는 무거운 입자로서, 더 이상 가벼운 입자로 붕괴하지 않으며 쌍으로만 생성ㆍ소멸된다. 윔프는 우주 초기의 높은 온도에서 다른 입자들과 열평형 상태를 이루어 쉽게 생성ㆍ소멸되지만, 우주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내려가면 다른 입자로부터 윔프를 만들어 낼 에너지가 부족해져 소멸만 일어나다가 밀도가 더 낮아지면 소멸도 할 수 없어 그 개수가 보존된다. 양성자의 수십 배 정도의 질량을 가지는 것으로 예측되는 윔프는 암흑 물질을 설명할 수 있어 이를 ‘윔프의 기적’이라 부른다. 윔프는 우주가 식으면서 느리게 움직이며 양자 요동으로 만들어진 씨앗에 모여들어 은하의 형성을 돕는다. 윔프는 은하 주변보다 은하 중심에 상대적으로 많이 모여 있고, 지구 근처에서는 평균적으로 물 컵 정도의 공간에 한 개 정도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윔프가 우리 몸과 지구를 관통하면서 양성자, 전자 등 일반 물질과 약한 상호작용을 하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못 느낀다. 액시온은 또 다른 암흑 물질 후보다. 액시온이 존재한다면 매우 가벼운 입자로 빛과 미약하게 상호 작용을 하며 그 질량은 전자 질량의 수십억 분의 일보다 작다. 따라서 암흑 물질의 질량밀도를 설명하려면 물 컵 정도의 공간에 1016개 이상의 액시온이 있어야 한다. 우주 초기의 높은 온도에서 자유롭던 쿼크가 온도가 낮아지면서 양성자, 중성자가 되는데 이 상전이 과정에서 거의 정지 상태의 액시온이 많이 생성된다. 이러한 액시온의 생성과정은 열평형 상태가 아니므로 액시온은 가벼운 입자임에도 불구하고 우주 구조 형성 시기에 매우 느리게 움직여 양자 요동으로 만들어진 씨앗에 모이게 되어 은하 생성을 도울 수 있다. 암흑 물질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실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윔프는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검출할 수 있다. 직접 검출 방법은 윔프와 원자핵의 상호 작용을 이용해 결정검출기로 윔프를 찾는 것이다. 간접 검출 방법은 질량 밀도가 높은 은하 중심이나 태양에서 윔프가 소멸되면서 윔프의 질량이 빛이나 일반 물질의 에너지로 변환되는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반(反)입자 우주선이 특정한 에너지 스펙트럼에서 초과 검출되면 윔프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속기에서도 양성자를 충돌시켜 윔프의 생성이 가능하다. 한편 액시온은 강한 자기장에서 빛으로 바뀌는 특성이 있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바뀐 빛을 증폭하여 액시온을 검출하기 위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위 글에 비추어 볼 때 암흑 물질을 설명하기 위한 입자의 필요조건은?
① 빛과의 미약한 상호 작용 ② 은하 전체에서의 균일한 분포 ③ 더 가벼운 입자로 붕괴할 가능성 ④ 은하 형성을 도울 수 있는 느린 속도 ⑤ 결정 검출기나 증폭기에 의해 검출될 가능성
위 글로부터 추론한 것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우주 초기에는 윔프의 생성과 소멸이 활발하였으므로 그 개수가 지금보다 많았다. ② 액시온이 암흑 물질의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쿼크가 양성자, 중성자가 되는 상전이 과정이 중요하다. ③ 중성미자는 별의 주요 구성 성분인 양성자와 전자에 비해 상당히 가볍기 때문에 암흑 물질의 질량 밀도를 설명할 수 없다. ④ 은하 중심을 벗어난 영역에서 별과 별 사이에 암흑 물질이 지금보다 더 많다면 바깥 궤도를 돌고 있는 별의 속도는 더 빨라 질 것이다. ⑤ 양성자 질량의 수십 배 정도의 에너지를 가지고 은하 중심으로부터 온 반양성자 우주선이 많이 검출될 경우, 윔프가 소멸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을 암흑 물질에 관한 위 글의 설명과 대비할 때, ㉠~㉤에 대응하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뉴턴의 역학이 확립되었을 때 알려진 ㉠ 태양계의 행성들은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이었다. 관측된 ㉡ 천왕성의 궤도가 이론상 예측된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 천왕성 바깥쪽을 도는 새로운 행성의 존재를 도입하였다. 이 ㉣ 외행성의 위치를 뉴턴 역학을 이용해 예측할 수 있었는데, 성능이 개선된 망원경으로 관찰하여 예측한 장소에서 ㉤ 해왕성의 존재를 확인하였다.
① ㉠-은하 ② ㉡-회전 운동하는 별의 속도 ③ ㉢-암흑 물질 ④ ㉣-윔프의 질량 ⑤ ㉤-액시온의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