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스쿨버스>(The Magic School Bus)는 한국에서만도 100만부가 넘게 팔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물, 지하, 인체, 태양계, 바다, 공룡, 태풍, 꿀벌, 전기 같은 소재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과학 전반에 걸쳐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지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과학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빨간 곱슬머리의 프리즐(Frizzle) 선생님과 초등학생들이 스쿨버스를 타고 견학을 간다. 스쿨버스는 달리면서 구름이나, 초소형 로봇이나, 잠수함이나, 타임머신으로 변신하여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과학의 세계를 탐험한다. 프리즐 선생님은 스쿨버스에서 질문하고 답하고, 과제를 주고 평가하면서 과학의 참 맛을 느끼게 해준다.
작가인 조애너 코울(Joanna Cole)과 삽화가인 브루스 디건(Bruce Degen)은 정작 학교 다닐 때 스쿨버스를 타 본 적이 없다. 올해로 나이가 환갑 안팎인 그들은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에 학교까지 걸어 다녔다. 따라서 그들이 도시에서 스쿨버스를 처음 봤을 때 스쿨버스는 마법의 세계로 넘어가는 교통수단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에서 환경보호를 기치로 내건 노란 스쿨버스가 등장했다. 괴상한 옷차림의 프리즐 선생님도 없고 꾸러기 초등학생들도 타지 않았지만, 이 스쿨버스는 ‘매직 스쿨버스’처럼 흥미진진한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다.
미국 버몬트 주에 있는 미들버리(Middlebury) 대학의 학생 13명이 최근 바이오버스’(BioBus) 프로젝트로 식물성 오일(튀김용 식용유)을 연료로 하는 버스를 제작하여 환경보호를 기치로 내걸고 전국 순회 캠페인에 나섰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로서 바이오디젤의 장점을 알리고, 스쿨버스부터 시작하여 바이오디젤을 채택하도록 홍보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바이오버스는 지난 9월 13일 버몬트 주를 출발하여 보스톤, 뉴욕, 필라델피아, 디트로이트, 시카고, 페어필드, 링컨, 포트콜린스, 솔트레이크, 소노마, 피닉스, 오스틴, 뉴올리언즈, 애틀란타, 랄리를 거쳐 12월 8일 워싱턴D.C.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21개 도시를 방문한다. 90일 동안 총 2만4천㎞를 주행하면서 미국 대륙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것이다.
바이오버스는 21개 도시에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그리고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를 방문하여 바이오디젤에 대해 강의하고 관련된 실험을 통해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를 위해 그들은 13년이나 묵은 낡은 스쿨버스를 노란 색으로 새로 칠하고 옥수수밭 그림을 배경으로 ‘미국을 생각하라, 바이오디젤을 생각하라’(Think America, Think Biodiesel)는 글씨를 써붙였다.
바이오디젤은 콩이나 해바라기 씨와 같은 식물로 자체 생산할 수 있고 안전하고 재생가능하며 완전 연소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이 거의 없는 차세대 청정연료다. 식물성 오일을 에스테르교환(transesterification) 공정을 거쳐 정제하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자면 식물성 오일과는 조금 다르다.
바이오디젤을 사용하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유해물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같은 양의 디젤에 비해 일산화탄소는 48%, 탄화수소는 67%,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유해 입자는 46% 줄일 수 있고, 이산화황이나 황화물처럼 산성비의 주요 원인물질은 100% 해결할 수 있다. 설탕처럼 자연 분해되어 사라질 뿐 아니라, 정제된 소금보다 독성이 적다. 따라서 이미 미국재료시험협회(ASTM)의 승인을 받았으며, 환경보호청(EPA), 에너지부(DOE), 교통부(DOT)에서 대체에너지로 인정받았다.
바이오디젤은 현재 사용하는 디젤엔진을 별도로 개조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1리터로 3.4㎞를 달릴 수 있는데, 주행 속도나 주행 거리 측면에서 디젤연료를 사용하는 버스와 비슷하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이에 바이오디젤을 일반 디젤 연료와 섞어 사용하기도 하는데, 100% 순수한 바이오디젤의 경우 일반 디젤 연료보다 갤런당 1달러 정도 비싸고, 바이오디젤을 20% 정도 혼합한 경우 갤런당 20센트 정도 비싸다. 그러나 필터 교체 등 차량을 유지관리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바이오디젤이 오히려 싸다고 할 수 있다.
바이오버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대학생 가운데 8명은 지난 해 5월 19일부터 약 한 달간 바이오디젤로 움직이는 스쿨버스를 제작하여 시범 운행한 결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고무되어 올해 13명으로 불어난 바이오버스 프로젝트팀은 아예 가을 학기 등록까지 포기했다.
이번 바이오버스 여행은 2대로 움직인다. 한 대는 제너럴모터스에서 제작한 스쿨버스(91년형)고, 다른 한 대는 폴크바겐에서 출시한 승용차(98년형)다. 버스는 일반 주유소에서 구입할 수 있는 바이오디젤을 연료로 하고, 지원용 승용차는 쓰고 버리는 튀김용 식용유로도 운행할 수 있도록 별도의 연료탱크와 연료필터를 달고 있다. 지원 차량은 식료품을 사거나 버스가 들어가기 어려운 시골에 갈 때 사용한다.
바이오버스는 연료가 떨어지면 주유소가 아니라 식당에 들러 연료를 공급받는다. 쉽게 말하면 맥도널드 햄버그나 켄터키치킨 가게를 찾아 다니면서 쓰고 버리는 튀김용 식용유를 얻어 연료로 쓰는 것이다. 바이오버스는 연료를 얻어서 좋고, 햄버그 가게는 쓰레기를 처리해서 좋다.
바이오버스팀의 학생들이 대학교를 주로 방문하는 이유는 일반 대중에 비해 대학생은 차량으로 스스로 개조할 능력이 있는데다, 차량의 외관에 그리 신경쓰지 않고, 별 스스럼없이 튀김용 식용유를 구하러 다닐 수 있어 캠페인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앞으로 튀김용 식용유를 연료로 하는 차량을 갖게 된다면, 학교 주변에서 햄버그 가게를 비롯하여, 치킨점이나 중국집처럼 식용유를 많이 쓰는 가게에 학생들이 더욱 자주 들락거리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바이오버스를 굴리는데 있어 한 가지 애로 사항이라면, 연료를 넣을 때마다 운전자가 허기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쓰고 버리는 튀김용 식용유를 주입하다 보면 차량에 온통 튀김 냄새가 진동할 것이다. 차량이 배가 고프면(?) 튀김용 식용유를 넣고, 운전자도 허기를 느껴 튀김을 먹고… 앞으로 튀김가게의 풍경은 이렇게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