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으로 만든 고기'와 같은 대체육(代替肉)에 대해 물으셨습니다.
1. 불전에 근거한 답변
<사분율>과 같은 승단 규범집의 250가지 비구계나 348가지의 비구니계(세속법의 형법에 대응됨)에 "살생하지 말라."는 조항은 있어도, "고기를 먹지 말라."는 조항은 없습니다. 부처님을 반역한 데바닷따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를 제시하면서 부처님을 비판했습니다.
1. 불교수행자는 지붕이 있는 곳이 아닌 숲에 머물 것 (露坐).2. 불교수행자는 언제나 탁발에 의지하여 생활하며, 신자들의 초대에 응하지 말 것 (盡形壽乞食).
3. 수행자는 선물 받은 옷을 입어서는 안 되며, 넝마로 만든 분소의를 입을 것 (糞掃衣)
4. 생선과 고기를 먹지 말 것 (不食肉魚).
5. 야쿠르트와 같은 발효유나 소금을 취하지 말 것 (不食鹽)
겉 보기에는 데바닷따가 참으로 지계 청정한 금욕의 수행자 같아 보이지만, 자신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신 부처님을 여러 차례 해치려 했던 반역자였습니다. 그런데 4번 조항을 역으로 추정해 보면, 그 당시 스님들께서 생선이나 고기를 드셨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도 남방 상좌부 불교권에서는 스님들의 육식을 문제시 하지 않습니다. 탁발로 생활하는 스님들이기에, 시주자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불교권에서 스님들이 육식을 금하게 된 것은 대승보살계를 설하는 <범망경>에 근거합니다. (보살계에는 두 가지 전통이 있는데, 다른 하나는 <유가사지론> 보살계품에 근거한 유가계입니다.) <범망경>에서는 대승보살계로 엄중한 계목인 10중계(重戒)와 가벼운 계목인 48경계(輕戒)를 설하는데, 48경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스승과 벗을 공경하라.
2.술을 마시자 말라
3.고기를 먹지 말라
4.오신채를 먹지 말라
5.죄를 참회하도록 가르쳐라
6.공양을 올리고 법을 청하라
7.게으름을 부리지 말고 법문을 들어라
8.대승을 등지고 소승으로 나아가지 말라
9.병든 이를 간호하라
10.중생을 죽이는 기구를 마련해 두지 말라
11.나라의 심부름꾼이 되지 말라
12.나쁜 마음으로 장사하지 말라
13.비방을 하거나 욕하지 말라
14.불을 놓아서 태우지 말라
15.편벽되게 가르치지 말라
16.이익을 위하여 그릇되어 설하지 말라
17.세력을 믿고 구하지 말라
18.아는 것 없이 스승이 되려고 하지 말라
19.두 가지로 말하지 말라
20.방생하고 구제하라
21.성내고 때리면서 원수를 갚지 말라
22.교만을 버리고 법을 청하라
23.교만한 마음으로 편벽되게 설하지 말라
24.불법을 잘 배우고 익혀라
25.대중을 잘 다스려라
26.혼자만 이양을 받지 말라
27.별청(別請)을 받지 말라
28.스님들을 별청(別請)하지 말라
29.삿된 직업으로 생활을 하지 말라
30.좋은 때를 공경하라
31.값을 치르고 구원하라
32.중생을 해롭게 하지 말라
33.삿된 짓을 생각하지도 보지도 말라
34.잠시라도 소승을 생각하지 말라
35.원(願)을 세워라
36.맹세(誓)를 하라
37.위험을 무릎쓰고 유행(遊行)하지 말라
38.높고 낮은 차례를 어기지 말라
39.복과 지혜를 닦아라
40.가려서 계를 일러 주지 말라
41.이양을 위하여 스승이 되지 말라
42.악인에게 계를 설하지 말라
43.부끄럼 없이 시물을 받지 말라
44.경전에 공양하라
45.중생을 항상 교화하라
46.여법하게 설법하라
47.옳지 못한 법으로 제한하지 말라
48. 법을 파괴하지 말라
여기서 보듯이 3번 조항이 "고기를 먹지 말라."는 것입니다. (범망계와 달리 유가계의 43경계에는 "고기를 먹지 말라."는 조항이 없습니다.) 그런데 현대 인문학적 불교학의 안목으로 볼 때 <범망경>은 동아시아에서 찬술된 위경(僞經)이라고 합니다. (물론 동아시아적 문화 풍토에 맞추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재구성한 '위대한 위경'입니다.)
(참고로, <범망경>의 10중계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살생하지 말라 2.도둑질 하지 말라 3.음행하지 말라 4.거짓말 하지 말라 5.술을 팔지 말라 6.사부대중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7.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비방하지 말라 8.자기 것을 아끼고자 남을 욕하지 말라 9.성난 마음으로 참회를 물리치지 말라 10.삼보를 비방하지 말라)
날씨가 더운 남방의 경우, 먹을 것이 풍족하여 탁발이 가능하지만, 북방의 경우, 사찰에서 식재료를 구하여 음식을 만들어서 공양을 합니다. 남방불교의 스님들께서 탁발을 할 때에 시주자에게 폐가 되어서는 안 되기에, 육식이든 채식이든 가리지 않고 받지만, 북방불교에서 음식을 만들 때에는 식재료를 취사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불살생을 중시하는 불교이기에 동아시아 불교계에 자연스럽게 채식문화가 정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불전에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다섯 가지 청정한 고기(五淨肉)'라고 부르면서, 스님들께서 드셔도 된다고 가르칩니다.
1. 자신을 위해서 죽이는 것을 직접 보지않은 짐승의 고기 (不見殺)
2. 남으로부터 그런 사실을 전해 듣지 않은 것 (不聞殺)
3. 자신을 위해 살생했을 것이란 의심이 가지 않는 것 (不為我殺)
4. 수명이 다하여 자연히 죽은 고기 (自死)
5. 새나 들짐승이 먹다 남은 고기 (鳥獸食殘)
첫댓글 감사합니다. 대체육에 관한 불교적 해석으로 교수님 답변만한 상세한 글을 본 적이 없습니다. '불살생'과 '고기 맛에 탐착하지 않는 것'은 어느 불교전승의 수행자든지 보편적으로 지켜야 할 덕목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육식 자체를 금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교 내부에서도 여러 견해가 존재하는군요.
대체육을 포함하여 말씀하신 티벳불교식의 차제적 접근은 대부분의 불자가 수용가능한 보다 현실적이고 유용한 대안이 될 것 같습니다. 고기 맛을 탐하고 고기로 몸보신(?)한다는 사람들이나 완전채식만을 고집하여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건강을 해치는 사람들 모두 양 극단에 치우쳐 있으니 중도적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