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역촌동의 한 병원. 영화 '인천상륙작전' 주연 배우 이정재(44)씨가 한 손에는 꽃바구니, 다른 손에는 비디오테이프를 들고 찾았다. 이곳엔 영화에서 맥아더와 우연한 만남을 통해 유엔군 참전 결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묘사된 소년병의 실제 모델 고(故) 신동수씨의 아내 두월순(82)씨가 입원해 있다. 최근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두씨는 젊은 시절의 남편이 등장하는 영화를 비디오로 소장하고 싶어 했다〈본지 3일 자 A13면〉. 영화 초반부 1분가량 나오는 짧은 장면이지만, 두씨는 "영화로나마 남편과 다시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두씨의 바람은 하루 만에 현실이 됐다. 두씨의 사연을 신문에서 읽은 이씨가 영화를 비디오테이프에 담아 찾아온 것이다. 흰 셔츠에 검정 넥타이를 맨 차림의 이씨를 만난 두씨는 소녀처럼 미소 지었다.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옆자리에 앉은 이씨는 두씨의 손을 잡고 "영화 속 소년병으로 나오는 어르신 같은 분들이 계셨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며 "직접 비디오를 전해 드리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두씨는 "남편 그리운 마음에 툭 던져본 말인데 이렇게 만나게 될 줄 몰랐다"면서 "남편 덕에 잘생긴 배우까지 만나고…"라며 웃었다.
영화 속 소년병은 영화 초반부에 잠깐 등장할 뿐이지만 출연 배우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맥아더로 나오는 영국 배우 리엄 니슨도 두씨의 사연을 접하고, "맥아더 역을 맡은 이유 중 하나가 당신의 남편을 만난 장면 때문이다. 남편이 맥아더에게 건넨 '상관의 명령 없인 절대 후퇴하지 않겠다. 죽어도 여기서 죽고, 살아도 여기서 살겠다'는 말에 담긴 헌신은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을 것"이라는 이메일을 제작사를 통해 두씨에게 보내왔다.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위해 목숨을 걸고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장학수를 연기한 이씨 역시 "촬영 전부터 '소년병' 이야기를 여러 번 들어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씨는 "내가 느꼈던 뜨거운 마음을 많은 관객이 함께 느끼고, 나라를 위해 싸운 분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