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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한티재-길등재-깃재-칠보산-애미랑재(1일)
한티재-우천마을-추령-덕재-검마산휴양림 갈림길(2일) *참가자 : 이재근, 이인식, 옥영동, 윤재희(4명) *산행일 : 2007. 5. 26~27 평지에 가까운 산림욕장을 걷는 기분으로 06:00 동래를 출발하여 7번 국도를 따라 평해에서 88번 국도를 달려 한티재에 도착한 시각은 09:10이다. 전설에 의하면 한티재는 발리재라고도 불리며 수비면 계리에 있는 재로 임진왜란 때 의병과 왜군의 상호 교전이 치열했던 곳이라 한다. 지금도 비만 오면 핏물이 바위틈에서 흘러나온다고 하며, 고갯마루의 반석에는 말발굽의 흔적이 있다고 하나 지금은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다.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애미랑재를 향해 절개지를 올라선다. 어제 내린 비로 인하여 맑디맑은 공기는 이내 폐부 깊숙이 빨려 들어와 상쾌한 느낌이 최고조에 달한다. 적당히 자란 소나무 숲을 지나노라니 갖가지 산나물이 지천으로 널려있고, 눈앞의 연초록과 멀리 떨어진 진초록은 적당한 조화를 이루며 시력 회복에 그만이다. 초록의 터널과 평지에 가까운 산길은 지금까지 일행이 걸었던 어떤 길보다 편하다. 더구나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와 더위도 느끼지 않고 부지런히 걸을 수 있다. 가까운 곳에 마을이 있고 낮은 야산이라서 그런지 묘지들이 자주 눈에 띤다. 춘양목 사이로 수비면의 벌판이 내려다보이고 민가도 간간이 보인다. 큰 무덤 하나를 지나 내리막을 내려서니 임도가 가로지른다. 이깔나무 터널을 지나 방화선을 통과하다 09:50 계리의 계골마을과 발리마을을 이어주는 길등재에 도착한다. 통나무 계단을 통해 산길을 이어가고 이내 숲속으로 몸을 숨긴다. 이깔나무 터널지대를 오르면서 다시 잘록한 안부를 지난다. 오른편으로 간벌지대가 나타나면서 612.1봉에 이른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오른편으로 산불감시초소를 찾아보지만 나뭇잎이 무성하여 찾을 길이 없다. 612봉을 지나 도상에 표시된 헬기장을 찾으려 하나 보이지 않고 대신 산불을 방지하기 위한 방화선만 구축되어 있다. 아마 방화선 상단이 헬기장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이어지는 방화선을 따라 한없이 가다가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오르니 11:10 850.5봉 바로 옆에 있는 봉우리에 걸터앉는다. 아침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더욱 거세다. 도상에 표시된 거리보다는 빠른 시간 내에 목표지점을 통과하는 것으로 보아 오늘 일행들의 컨디션이 최고조인 것 같다. 아마도 온도와 습도 그리고 적당한 바람결에 불어오는 숲의 공기 덕이 아닌가 보다. 오늘 지나가는 산은 대체로 600에서 850 정도의 산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고도차가 많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12:00 헬기장이라고 표시된 884.7봉에 올라선다. 출발지로부터 도상시간으로 4시간 30분인데 3시간 만에 도착한다. 내일 회장님 따님의 결혼식 피로연이 약속되어 있어서 진행 코스를 바꾸어 산행하면서 걱정을 했는데 시간이 단축되어 참으로 다행이다. 금강목 단지를 지나면서 10지춘양목을 만나다 정상에는 오랜 세월동안 사용하지 않은 폐헬기장이 있고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예정했는데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한 관계로 일행은 헬기장을 곧바로 지나 완만한 평지에 가까운 능선을 따라 내려간다. 적당한 자리가 없다하며 크고 작은 봉우리를 여러 개 넘던 부회장이 저만치 가버리더니 큰 소나무 밑에 자리를 마련하고 후미를 기다린다. 달콤한 휴식을 취하다가 후미가 도착하여 식탁 보자기를 펴고 가져온 햇반으로 허기를 달래본다. 13:05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깃재를 향하던 길은 왼편으로 크게 휘돌아가다가 다시 약간 오른편으로 내려선다. 842봉을 넘어 가파른 내리막을 적송들이 내뿜는 산소를 마시며 13:17 깃재에 당도한다. 주변에는 일명 금강목이라 불리는 춘양목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한결같이 아랫부분은 검은 색을 띠고 있으나 위를 쳐다보니 높이 올라갈수록 붉은 빛을 띠고 있는 모습이 활기차다고나 할까? 다시 천천히 고도를 높이면서 금강목 단지를 지난다. 이곳 금강목들은 예로부터 궁궐을 짓는데 필요한 자재로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를 해 온지라 곧게 자라 소나무도 관리 여하에 따라 좋은 재목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곧게 자란 금강목을 보면서 주변의 환경을 탓하기보다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는 교훈을 얻는다. 13:50 지나는 길목에 한 그루의 나무에 여러 개의 가지가 뻗은 10지춘양목을 만나게 된다. 한 마디로 기형 소나무로 낙동정맥의 명물인 셈이다. 밑둥에서 2미터 정도 자란 부분에서 갑자기 10여개의 가지가 부채꼴 모양으로 자라면서 하늘을 향해 활짝 날개짓을 하고 있다. 연두빛 새 잎은 어느새 짙은 초록으로 변하고 오른편 방향으로 거슬러 오르니 14:05 소나무가 빙 둘러쳐진 폐헬기장에 도착한다. 헬기장에서 마루금은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북쪽 방향으로 이어진다. 완만한 내리막을 거침없이 내려서니 새신고개가 나타난다. 새신고개를 지나면서 다시 오르막은 이어지며 자작나무 군락이 펼쳐진다. 왼쪽으로는 새신마을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신암리로 이어지는 안부인 셈이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탄력을 받아 오르막을 오른다. 길은 왼편으로 꺾어지다가 다시 오른편으로 휘몰아치면서 10여분만인 15:05 칠보산(974.2m) 정상에 이른다. 칠보산이라는 명칭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 익숙한 느낌이다. 충청도 괴산에 위치한 칠보산(778m), 함경도에 있는 칠보산(894m), 경북 영덕 자연 휴양림이 있는 칠보산(810m)은 익히 잘 알고 있으나 오늘 일행이 통과하는 칠보산이 그 중에서 고도가 가장 높은 산임에는 틀림없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수비면 택시에 연락을 취한 뒤 내려간다. 하루 종일 바람이 세차게 불어 땀이 날만하면 식어버려 다른 날처럼 물을 많이 마실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가지마다 돋아난 연한 연두색 잎이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의 반대방향에서 보면 초록 꽃잎처럼 보이고, 뒤쪽은 솜털이 채 가시지 않은 탓에 은빛 물결처럼 춤을 춘다. 가까운 곳은 연한 빛을 발하고 조금 멀리 떨어진 나무는 짙은 초록으로 이어지며 어느새 몇 그루 너머 풍경은 조망할 수 없는 계절이 되었다. 허리가 잘린 애미랑재에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바람이 불고 원뿔 모양의 산세를 한 칠보산을 뒤로 하고 거침없이 내려간 경사로는 끝이 보이고 다시 조그만 봉우리 두어 개가 이어진다. 영양군 지역에서도 수비면 일대에는 금강목이 잘 관리되고 있었다. 묘지를 지나 건너에는 애미랑재로 이어지는 도로가 보인다. 막바지에 다다를 즈음 길이 두 갈래로 나 있어 일행은 정맥이란 마루금을 잇는 것으로 판단하여 능선을 따라 직진하였다. 그런데 봉우리를 넘어서자 이게 웬일인가? 절개지 낭떠러지가 나타는 것이 아닌가? 일행은 절개지 배수로를 따라 조심스레 내려갔다. 16:06 산행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다. 애미랑재에는 관광버스 한 대가 대기 중이다. 아마도 답운치에서 애미랑재까지 산행을 한 사람들인 모양이다. 이곳 애미랑재는 예전에는 마차 정도나 넘나드는 작은 길이었지만 지금은 속살을 훤히 드러내고, 야생동물의 통로마저 절단시킨 채 아스팔트로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애미랑재라는 이름이 가진 사연이 있을진대 알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광비령이라 불렸다고도 한다. 왼쪽은 남회룡 마을로 이어지고 오른편은 욍피천의 상류가 되는 신암천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재를 관통하는 바람의 세기는 사람이 몸을 가누어 제대로 서 있기가 힘이 든다. 16:40 택시를 타고 한티재에 도착한 일행은 영양읍에 숙소를 정하고 내일을 기약한다. 새벽길을 상쾌하게 걸으며 새날을 시작하다 05:00 모닝벨 소리에 무거운 눈꺼풀을 올려 세우려고 노력한다. 주섬주섬 채비를 하고 차량에 몸을 던진다. 05:40 31번 국도에서 오른편으로 갈라지는 88번 국도로 접어든지 10여분 만에 한티재에 이른다. 길가에 주차를 하고 한티재-영양 2구간 낙동정맥 안내도를 살핀다. 이른 아침인지라 기온은 내려가 있고, 지나는 길에는 부지런한 거미가 여러 갈래 줄을 쳐놓아 얼굴에 자주 닿는다. 솔가리가 수북이 쌓인 오솔길은 호젓하기만 하고 한적하다. 아무도 지나지 않는 새벽길을 걷는 기분은 상쾌하기 그지없다. 어제와는 달리 바람이 없어 나뭇잎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단지 흐린 날씨아래 동녘에는 붉은 햇살이 드리운다. 한티재는 인근의 수비면 소재지 마을이 발리이기 때문에 일명 발리재라고도 불리고, 해발 430m라고 하지만 밋밋한 구릉처럼 여겨진다. 수비면은 고원지대에 가까운 분지 형태를 하고 있어 이곳의 특산물은 고추와 담배, 그리고 송이 채취지역으로 명성이 높다고 한다. 군세는 약화되어 인구가 경북에서 울릉군 다음이라고 하니 주민 소득이 적다는 것을 느낀다. 나무의자와 시가 있는 쉼터를 지나는 길손들 오늘 일행이 가야할 길은 한티재에서 검마산휴양림 갈림길까지 15.3㎞에 이른다. 1차 중간 지점인 추령까지는 6.6㎞인데, 지나는 길 요소요소에는 영양군에서 설치한 이정표가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 묘지를 지나 10분쯤 걸어 첫 번째 봉에 이르니 나무의자가 설치되어 있고, 나무에는 김소월의 “산”이라는 시가 적혀 있다. 이어지는 길은 오붓한 소로로 낮은 야산에 불과하면서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나타난다. 두 번째 봉에 올라서자 이번에는 양주동의 “산길”이 눈에 보인다. 지나는 봉우리마다 나무의자와 시를 게시하여 고즈넉한 쉼터를 만들어 준 배려가 돋보인다. 이제 길은 갑자기 오른편으로 방향을 돌려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06:40 또 다른 묘지를 지나 내리막에 이르니 부지런한 농부는 밭일을 하고, 멀리 우천마을이 보인다. 06:50 밭고랑을 타고 안부에 이르자 이정표에는 우천마을 0.3㎞, 추령 2.7㎞와 함께 이곳의 고도가 496m임을 나타내고 있다. 무성하게 자란 풀밭을 가로질러 잣나무가 빼곡한 숲 속으로 들어서고, 능선을 휘감아 오르는 등산로를 따라간다. 능선마루에 올라 오른편으로 오르막을 다시 오른다. 풋고추와 된장, 물김치만 있어도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어 07:00 자리를 잡고 햇반을 꺼내 아침을 먹는다. 지난 밤 식당에서 얻어온 풋고추와 된장, 그리고 물김치로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그릇을 비운다. 07:20 다시 출발, 소나무 벌목지역을 통과한다. 부분적으로는 목재로서의 가치가 높은 금강목을 잘 관리한 흔적이 보인다. 갖가지 산나물이 잘 자라고 있고, 복분자는 하얀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왼편으로는 우천마을이 보이나 숲에 가려져 전체적으로 조망하기가 어렵다. 주능선에 올라서니 추령 1.5㎞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이고 왼편으로 살짝 돌아 내리막을 내려간다. 07:57 추령 고갯마루에 도착하니 추령쉼터라는 팻말이 보이고 수많은 깃이 설치된 줄에 나란히 매어 있었다. 추령은 영양군 일월리와 오기리를 이어주는 길로 가릿재라고도 불린다. 예전 추령쉼터에는 움막이 있었다고 한다. 한티재에서 백암산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S자 모양을 하고 있어 하루 종일 걸어도 보이는 동네는 항상 같을 모습 그대로일 뿐이다. 휴양림까지는 8.7㎞가 남아 있다. 싱그러운 풀내음은 역겨운 땀 냄새를 덮어버리고 다시 오르막이 이어지고 잠시 후 08:10 삼각점이 있는 635.5봉에 이른다. 싱그러운 오월의 풀내음이 온몸에 베어 땀 냄새도 적게 느껴진다. 길은 다시 왼쪽 아래로 방향을 바꾸고 묘지가 나타난다. 08:20 오기리와 송정마을을 이어주는 송정교 안부에 이르고 계속되는 길은 가볍게 지날 수 있는 정도이다. 지난 산행에서 일행이 지나야했던 죽파리가 오른편에 있다. 09:08 가마솥 단지와 주거 흔적이 엿보이는 집터를 지난다. 이곳에서 왼편 아랫마을인 신기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뚜렷하다. 아마도 예전에 화전민이 살던 집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집터를 지나 5분쯤 걸어가자 이번에는 묘지가 다시 나타나고 옛길이 보인다. 나뭇잎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검마산의 형상은 말 그대로 태양을 등진 채 마치 창검을 빼어들고 뒤로는 검은 베일을 둘러친 모습 그대로다. 울창한 신갈나무 숲은 수령이 오래되었고, 그 사이로 금강목도 경쟁하며 쭉쭉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다. 09:24 631.4봉을 지나고 어느새 왕릉봉을 지나친다. 아름드리 장송은 새들에게 훌륭한 연주장소를 제공해 주고 지나는 길손에게 청량한 산소를 무제한 공급해 준다. 작은 사랑의 날개짓과 아름다운 선율은 잔잔하게 귓전을 간질이고 지난 청춘을 회상하게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붉은 절개지는 분명 덕재로 향하는 길임에 틀림없다. 10:18 나무계단을 따라 덕재에 내려서자 휴양림 2.4㎞라는 이정표를 만난다. 길을 건너 퍼석퍼석한 절개지 위로 올라서 잔솔이 우거진 숲속으로 파고들어 마지막 구간을 힘차게 오른다. 덕재에서 오르는 구간에는 지금까지 걸었던 길과는 달리 작은 자갈들이 깔려 있다. 수종도 변하여 진달래를 비롯한 일종의 관목들이 빼곡히 들어선 곳이다. 10:58 조망이 뛰어난 봉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면서 수비택시에 연락을 취한다. 11:40까지 휴양림으로 와 달라고 했으나 다른 곳으로 운행 중이어서 12시10분경에야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약속을 하고 일행은 마지막 구간을 내려선다. 11:07 검마산휴양림 갈림길에 도착함으로써 오늘 산행에 종지부를 찍는다. 이제 휴양림까지 터벅터벅 걸어 내려가야 한다. 휴양림에 도착한 시각은 11:35이다. 시원한 계곡에서 땀을 씻고 휴식을 하고 있노라니 12:00 차량이 도착한다. 행복한 인생의 새 출발을 축하하며 12:30 한티재를 출발하여 백암에서 비빔밥을 먹고 부산으로 향한다. 회장님 따님 결혼식 피로연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오늘은 각자 집에 가서 씻기로 하였다. 중앙동 부산무역회관에서 18시에 만나기로 하고 노포동, 동래역, 만덕을 거쳐 도착한 시각은 16:50을 넘어서고 있었다. 다음 산행은 정기산행으로 청도 쌍두봉이다. <숭악사관 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