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의 낭금갯벌,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
천일염이 들어오기 전에 우리나라는 대부분 자염으로 소금을 충당했다고 합니다. 煮鹽은 한자의 뜻대로 끓여서 소금을 만드는 것입니다. 보통 바닷물에는 3-5%의 염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바닷물을 퍼다가 끓이게 되면 연료의 소모가 굉장히 많아지니 과거에는 땔감이 부족했던 터라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바닷물 속에 포함된 염분을 농축시킴으로써 보다 저렴하게 소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냈던 것입니다.
통자락과 간통
이 통자락의 중심부에 말뚝으로 밑에는 넓고 위는 조금 좁은 사각형의 입구를 만듭니다. 이것을 틀이라고 하고, 말뚝에 띠풀로 엮어 이엉처럼 두르는데 이것을 간통이라 하며 이곳으로 염분이 농축된 바닷물인 함수가 모이게 됩니다. 이엉과 같은 것으로 말뚝을 두르는 것은 갯벌 흙이 간통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간통
이렇게 해서 통자락은 완성되는데 지금부터는 갯벌 흙을 말리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통자락을 만들기 위해 파낸 흙을 써래질하고 덩이판으로 흙을 부수어(덩이질) 콩가루처럼 잘 말립니다. 보통 5~6일 이일을 반복하는데 가장 많은 노동력이 소모되는 작업입니다.
덩이질. 써래질한 흙을 잘게 부수어 햇빛에 함토의 수부이 잘 날아가게 한다.
덩이질과 써래질을 반복하여 수분을 계속 날려버림으로써 흙에 함유되는 염분의 비율을 높여가는 것입니다. 참으로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써래질과 덩이질이 끝나고 나면 함수가 잘 흘러내리도록 통자락 주변에 모래를 뿌려주고 통자락 안으로 함토(덩이질하여 잘 말린 흙)를 통자락안으로 다시 긁어모습니다(가래질). 그리고는 간통의 입구에 이엉을 덮고 진흙으로 단단히 마무리하여 썰물 때에도 바닷물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합니다.
바닷물이 잘 스며들도록 모래를 뿌려준다.
간통마무리. 바닷물이 들어와도 간통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흙을 이엉 위로 덮는다.
마지막으로 통자락 주변에 낮은 둑을 쌓아둡니다. 이는 썰물 때에도 바닷물이 통자락 안에 오래 잠기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하여 사리 때까지 하루에 두 번씩 바닷물이 밀려들어오는 바닷물에 의하여 함토에 농축된 염분이 간통 안으로 스며들게 됩니다. 간통에 모아진 함수는 보통 염도가 13~15%정도 된다고 합니다.
사리가 지나 조금이 되면 간통의 입구를 통해 함수를 퍼내어 염벗의 버굿으로 운반하고, 통자락 안의 흙은 다시 가래질로 퍼내고, 써래질, 덩이판질 등 작업을 반복하게 됩니다.
간통에서 함수 퍼내기
염벗은 소금밭을 이르며, 함수를 불을 지펴 소금으로 만드는 장소입니다. 버굿은 염벗 안에 있는 함수를 저장하는 곳입니다.
가마솥에 불때기
특이한 것은 옛날 자염을 만들 때에는 역할 분담이 뚜렷하였다는 것입니다. 벗임자라고 하는 이는 염벗과 가마솥, 소와 제염도구를 제공하고 임대료는 소금으로 받았다고 합니다.
간쟁이라고 하는 이는 함수를 염벗의 버굿에 운반해 주는 역할을 하고 가마솥에 함수를 끓이는 순서를 정하는 등 실질적인 소금 제조 기술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품삯으로 소금을 받았다고 합니다.
생산된 소금의 임자인 염한이는 소금 생산을 위한 함토, 함수를 만들고 땔감을 조달하는 일을 하면서 함수를 끓이는 일도 염한이가 직접하였다고 합니다. 생산된 소금 중 벗임자의 염벗 임대료, 간쟁이의 품삯을 제하고 남은 소금을 차지하였다고 합니다.
가마솥 안에서 서서히 생성되는 자염
자염
자염의 소금섬(소금가마)
자염은 일반 천일염에 비해 미네랄과 유리아미노산이 풍부합니다.
갯벌에 서식하는 유기체에서 유래한 것인데 이것이 그대로 녹아 있어 소금의 맛이 고소합니다.
또한 통자락을 만드는 기간, 조금 때에는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고, 사리 때 바닷물이 들어오는 갯벌에서만 제한적으로 만들 수 있는 소금입니다. 태안군에서는 매년 자염축제를 하고 있는데 축제 기간이 다소 유동적인 것이 흠입니다.
자염 축제를 시작하던 때인 2002년, 2003년에는 봄에 개최하였다가 요즈음은 가을에 개최하고 있다고 합니다.
축제기간 중에 참가하는 분들에게 나누어 주는 자염의 그 고소한 맛을 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