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초발심공덕품
(初發心功德品)
1.제석천왕이 초발심 공덕에 대하여 묻다
그때 제석천왕이 법혜보살에게 여쭈었다.
"불자여, 보살이 처음으로 보리심을 내면 그 공덕이 얼마나 되나이까."
2. 법혜보살의 설법
(1) 이치가 깊어서 이해하기 어려움을 말하다
법혜보살이 말하였다.
"이 이치는 깊고 깊어서, 말하기 어렵고, 알기 어렵고, 분별하기 어렵고, 믿고 이해하기 어렵고, 중득하기 어렵고, 행하기 어렵고, 통달하기 어렵고, 생각하기 어렵고, 헤아리기 어렵고, 들어가기 어려우니라. 그러나 내가 마땅히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자와 그대에게 말하리라."
(2) 초발심 공덕에 관한 비유
"불자여, 가령 어떤 사람이 모든 즐길거리로써 동방의 아승지 세계에 있는 중생들에게 한 겁 동안 공양하고 그런 뒤에 가르쳐서 오계(五戒)를 깨끗이 갖게 하며, 남방ㆍ서방ㆍ 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 하방도 또 이와 같이 하였다 하면 불자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사람의 공덕이 많다고 하겠는가."
제석천왕이 말하였다.
"불자여, 이 사람의 공덕은 오직 부처님만이 아실 것이 옵고, 다른 모든 사람은 측량할 이가 없겠나이다."
법혜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여, 이 사람의 공덕을 보살이 처음 발심한 공덕에 비추어보면,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백천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이렇게 억분의 일ㆍ백 억분의 일ㆍ 천억분 · 백천억분 나유타 억분ㆍ 백 나유타 억분 · 천 나유타 억분ㆍ백천 나유타 억분 ㆍ수분(數分)ㆍ 가라분(적은 수)· 산수분ㆍ 비유분ㆍ 우파니사타분(지극히 적은 수량)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3) 이승법(二乘法)으로 가르치는 비유
"불자여, 이 비유는 그만두고, 가령 어떤 사람이 온갖 즐길거리로써 시방의 열 아승지 세계에 있는 중생들에게 백 겁동안 공양하고, 그런 뒤에 가르쳐서 십선도(十善道)를 닦게 하고, 이렇게 천 겁 동안 공양한 뒤에 4선에 머물게 하고, 백천 겁을 지낸 뒤에 사무량심(四無量心)에 머물게 하고,
억 겁을 지낸 뒤에 사무색정(四無色定)에 머물게 하고, 백억 겁을 지낸 뒤에 수다원과에 머물게 하고, 천억 겁을 지낸 뒤에 사다함과에 머물게 하고, 백천억 겁을 지낸 뒤에 아나함과에 머물게 하고, 나유타억 겁을 지낸 뒤에 아라한과에 머물게 하고, 백천 나유타억 겁을 지낸 뒤에 가르쳐서 벽지불도에 머물게 하였다면, 불자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사람의 공덕이 많다고 하겠는가."
제석천왕이 말하였다
"불자여, 이 사람의 공덕은 오직 부처님만이 알겠나이다."
법혜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여, 이 사람의 공덕은 보살이 처음 발심한 공덕에 비교하면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백천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내지 우파니사타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불자여, 모든 부처님께서 처음 발심하실 때에, 다만 온갖 즐길거리로써 시방의 열 아승지 세계에 있는 중생들에게 공양하기를, 백 겁 동안이나 내지 백천 나유타억 겁 동안을 지내기 위하여 보리심을 낸 것이 아니며, 다만 그렇게 많은 중생들을 가르쳐서 오계와 십선업도를 닦게 하거나, 사선정ㆍ사무량심ㆍ사무색정에 머물게 하거나, 수다원과ㆍ사다함과ㆍ 아나함과ㆍ아라한과ㆍ벽지불도를 얻게 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낸 것이 아니고, 여래의 종성(種性)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연고며, 일체 세계에 두루 가득하게 하기 위한 연고며, 일체 세계의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기 위한 연고며, 일체 세계의 이루고 무너짐을 알기 위한 연고며, 일체 세계에 있는 중생의 때 묻고 깨끗함을 알기 위한 연고며, 일체 세계의 성품이 청정함을 알기 위한 연고며, 일체중생의 욕락과 번뇌와 습기를 알기 위한 연고며, 일체중생이 여기서 죽어 저기 나는 것을 알기 위한 연고며, 일체중생의 근성과 방편을 알기 위한 연고며, 일체중생의 마음과 행을 알기 위한 연고며, 일체중생의 삼세의 지혜를 알기 위한 연고며, 일체 부처님의 경계가 평등함을 알기 위한 연고로 위없는 보리심을 내었느니라."
(4) 많은 세계를 빨리 지나가는 비유
"불자여, 이 비유는 그만두고, 가령 어떤 사람이 한생각 동안에 동방으로 아승지 세계를 능히 지나가는데, 생각생각마다 이와 같이 하여 아승지겁이 끝나도록 하였다면, 이 여러 세계는 그 끝간 데를 찾을 수 없느니라.
또한 둘째 사람이 한생각 동안에 앞에 사람이 아승지겁 동안에 지나간 세계를 능히 지나가는데, 이와 같이 하기를 또 아승지겁이 다하도록 하였으며 차례차례로 더하고 더하여 열째 사람에게 이르렀으며 남방ㆍ서방ㆍ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 하방도 역시 이와 같이 하였다.
불자여, 이 시방 가운데 모두 백 사람이 있어서 낱낱이 이와 같이 하여 모든 세계를 지나갔다면, 이 모든 세계는 오히려 끝간 데를 알 수 있다 하더라도, 보살이 처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서 얻은 선근은 그 끝간 데를 알 사람이 없으리라.
무슨 까닭인가.
불자여, 보살이 다만 저러한 세계, 지나간 것만을 알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기로 제한한 것이 아니라, 시방 세계를 분명히 알기 위하여 보리심을 낸 것이니, 이른바 묘한 세계가 곧 추한 세계요 추한 세계가 곧 묘한 세계며, 젖힌 세계가 곧 덮은 세계요 덮은 세계가 곧 젖힌 세계며, 작은 세계가 곧 큰 세계요 큰 세계가 곧 작은 세계며, 넓은 세계가 곧 좁은 세계요 좁은 세계가 곧 넓은 세계며, 한 세계가 곧 말할 수 없는 세계요 말할 수 없는 세계가 곧 한 세계며, 말할 수 없는 세계가 한 세계에 들어갔고 한 세계가 말할 수 없는 세계에 들어가며, 더러운 세계가 곧 깨끗한 세계요 깨끗한 세계가 곧 더러운 세계임을 알고자 하며, 한 터럭 끝 가운데가 일체 세계의 차별한 성품이요 일체 세계 가운데가 한 터럭 끝의 한 성품임을 알고자 하며, 한 세계 가운데서 일체 세계를 내는 것을 알고자 하며, 일체 세계가 자체의 성품이 없음을 알고자 하며, 잠깐 동안 마음으로 모든 광대한 세계를 다 알아서 장애가 없고자 하는 연고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느니라."
(5) 세계가 이뤄지고 무너짐을 아는 비유
"불자여, 이 비유는 그만두고, 가령 어떤 사람이 한생각 동안에 동방에 있는 아승지 세계가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겁의 수효를 능히 알며, 생각생각마다 이와 같이 하여 아승지겁이 다하느니라
20240904. 무비스님의 한글화엄경 제 3권 발심공덕품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