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5
1.
이 레시피는 서울 망원동의
어느 튀김집에서 나온 것입니다
먹어본 수많은 사람들이
주저없이 대한민국 최고로 꼽은
진짜 맛있는 튀김입니다
입 짧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도
두시간이나 줄서 기다려서 먹어봤는데
기다릴 가치가 차고 넘칩니다
단언컨대, 이 집 튀김은
한국 최고....가 아니고
세계 최고...도 아니고
우주최강입니다
튀긴 음식을 유난히 좋아해서
전국의 별별 튀김맛집들을
많이 찾아다녔는데
그 어떤 유명한 집이나
방송을 많이 탄 집이라 해도
이 집 튀김 발끝도 못따라 옵니다
내 평생 이렇게 맛잇는 튀김은
다시는 없을 겁니다
어떻게 된 튀김이
시간이 지나도 눅눅하지도 않고
바삭함을 유지하는지
분명히 레시피에는 안보이는
비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2.
하지만
아쉽게도 이 집은
한달 전에 문을 닫았습니다
주인장이 너무 힘들다며
가게를 접었습니다
돈도 싫고
그냥 좀 쉬겠다고 합니다
돈은 그냥 저냥 벌었으니
더 이상 돈 욕심은 없고
좋아하는 밴드음악이나 하면서
소박하게 살겠답니다
생활의 달인, 여섯시 내고향을 비롯한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지난 수년간 취재 요청이 쇄도했으나
주인장은 끝까지 사양을 했고
결국 이 마성의 튀김은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아... 슬퍼... ㅠㅠ
흑... ㅠ
3.
하지만 전설의 무협 비급처럼
레시피는 남았습니다.
하도 주변에서 아쉬워 하고
아까워 하고
배우겠다는 사람들도 많고
체인점 사업하면
백종원처럼 돈을 긁을거라며
동업하자는 사람들도 줄을 섰지만
결국 주인장은 무슨 도인처럼
홀연히 이렇게 레시피를 공개하고
가게 문을 닫았으며
튀김집개 대신 드럼 스틱을 들고
밴드 합주연습장으로 갔습니다
4.
사실 레시피만 보면
특별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근데도 그렇게 맛있었어요
오늘 동서들이
여름 휴가차 집에 놀러 오는데
이 레시피대로 튀김을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합니다
근데 음식은 손 맛이라서
레시피대로 해도
그 맛이 나올런지는 모르겠네요
자, 그럼 드디어
레시피 나갑니다~!
[고추튀김]
돼지고기 민찌 한근,
두부 한모,
양파 2개,
새송이 3개,
다시다 3스푼,
소금 1스푼,
후추 약간, 참기름 약간,
간마늘 약간,
(선택) 피망 혹은 다진 깻잎
돼지고기 민찌에
두부 한모를 으깨서 넣고
면보를 이용해 수분을 짜주고
나머지 다진 야채와 양념을 넣은후
잘 섞어서 소를 완성한다
통고추를 갈라 씨를 빼주고
준비해 둔 소를 채운 후
튀겨주면 된다
참고로, 이 소로 동그랑땡을 해도 좋고
깻잎전을 해도 맛있다
[김말이]
삶은 당면,
당근 채 썰고,
양파 채 썰고,
피망 채 썰고,
파프리카 채 썰고
굴소스 약간,
다시다 약간,
진간장, 참기름, 후추 가루
팬에 기름을 두른 후
야채를 볶고 적당히 익으면
삶아서 적당하게 자른 당면을 넣고
잘 볶아준다
모양이 얼추 잡채처럼 되면
김발을 이용해 말아준 후
밀가루 반죽을 뭍혀 튀긴 다음
3등분을 해서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