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협동조합법엔 금감원에 경영지도권 부여…농협중앙회 지배구조 조사도 가능 강 회장, 합천율곡농협조합장 당시 한도대출 초과 혐의로 직무정지 3개월 징계 전력
[제작=필드뉴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금융감독원 간 갈등은 애초부터 금감원의 승리가 예고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강 회장은 올해 3월 NH투자증권의 대표 선임 과정에서 금감원에 처절하게 ‘수모’를 당했다. 당초부터 금감원이란 상대를 잘못 판단한 셈이다.
첫 번째 사유로는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태생부터 금감원에 유리하게 법적 조항이 마련돼 있지만 강 회장은 자신의 한계를 간파하지 못한 채 금감원의 ‘권위’에 도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올해 초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NH투자증권의 신임 대표로 지지했지만 고배를 마셨고, 이후 사외이사 마저 제대로 못챙겼다.
이처럼 금감원이 농협중앙회의 계열 금융사나 농협중앙회에 대해 직접 조사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농협법 덕분이다. 이 법에는 농협에 대한 경영지도권을 금감원에게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농업협동조합법]
농업법 제166조에서는 농협중앙회장이나 금감원장은 재산실사의 결과 위법·부당한 행위로 인하여 조합등에 손실을 끼친 임직원에게 재산 조회(照會) 및 가압류 신청 등 손실금 보전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장이 농협 금융 계열사의 부실 대출 등에 대해 눈감아주려 해도 금감원은 얼마든지 자체 조사에 나설 수 있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셈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금융사지배구조법)도 농협중앙회의 행동을 옥죄는 법이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이사회는 대주주·임원 등과 회사 간의 이해상충 행위에 대해 감독하며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대주주는 최대주주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100 이상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자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갖고 있어 대주주다.
[사진=농협중앙회]
두 번째는 강 회장과 금감원 간 얽히고 설킨 악연이 매듭되지 않았고, 언제든지 강 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지난 2020년 동일인 대출한도를 초과 취급한 경남 합천율곡농협 강호동 당시 조합장과 임직원에 제재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들에게는 직무정지 3개월(임원 1명), 주의적경고(임원 1명), 감봉 3개월(직원 1명), 견책(직원 2명) 등이 내려졌다. 강 회장도 3개월 직무정지 징계를 받았다.
강 회장이 농협중앙회장 선거 운동을 한창 진행할 때인 2023년 11월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 재판부는 그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직무집행 정지 처분 취소청구 선고기일에서 원고(강호동)의 소를 기각하면서 농협중앙회 회장 후보의 꿈이 좌절될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강 회장 측은 "농협중앙회장 후보 출마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발했고 ”직무정지 처분은 후보자격은 물론이고 선거활동이나 당선 후 직무 수행에 어떠한 지장도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율곡농협은 2014년 8월 7일부터 2018년 12월 27일 사이 A씨 등 3명에게 본인 또는 제3자 명의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동일인대출 한도를 최고 48억1700만원(2018년 2월 14일 기준) 초과해 대출을 취급한 혐의를 받았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대출취급 시 △자금의 용도 △소요금액 △소요기간 △상환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적정금액을 지원해야 함에도 이를 어겼다고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율곡농협이 지난 2017년 4월 13일부터 2018년 3월 2일 사이 부동산개발사업 용도로 수십억원의 대출을 내줬는데 해당 부동산의 사전분양률이 낮아 중도금을 통한 마감공사비 충당이 불가능해지자 2018년 6월 8일~7월 26일 사이 또 다른 부당대출을 실행해준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당시 강 조합장은 금감원 처분과 관련해 금융업을 모르는 비전문가임을 강조하며 금융당국의 처분이 과하다고 호소한 바 있다.
금감원은 금융업을 모른다며 비전문가임을 호소해 온 강 회장이 취임 직후 NH투자증권 신임 대표에 농협 출신의 전직 부회장을 밀어붙이는데 거부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금융사고와 관련해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뿐만 아니라 지역 농협의 비위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조치할 권한을 갖고 있다.
금감원이 강 회장의 조합장 당시의 사안을 또 다시 끄집어낼 경우 강 회장은 ‘낙하산 인사’ 등 농협중앙회의 구조적인 문제점 외에도 도덕적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애초부터 금감원에 패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강 회장의 판단 미스로 금감원의 권위에 도전해 지속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