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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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2
자명종 초침이 떨어졌다
칠 년 동안 같이 했던 시계
이참에 버려야지 했더니
여전히 잘 가고 있다
접어야지 참아야지
헤매는 나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초침이 유리 안에서
흔들리고 있다
째깍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차라리 조용한 삶이다
용포마을 스님이 내게 말했다
길을 찾을 수 없던 날
밀양 용포 마을
스님을 만났다
첫 번째 사람은 버리고
두 번째 사람은 인연이 아니고
세 번째 사람은 좀 낫네
하지만 자네는 평생 남자 복이 없네
아침밥 굶어 가며
찾아간 길
혼자 살라는 말 듣기 위해
이만 원 들었다
티눈
이마를 치고
근육을 당기고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지만
외면하는 그녀에게
새끼발가락이 날을 세운다
잘라내면 낼수록
더 날을 세우는
저 불사신을 보라
說法
고종 사촌 숙이 아들
세 살 박이 진설眞雪이가
은물恩物로 아파트를 만들어
날보고 보라는데
고 녀석, 제법이다
진설이 집은 어디야?
내 집? 없어
왜 없어? 10층, 여기네
아니야 어떻게 들어가
너무 작아서 못 들어가
발로 들어가는 시늉하다 만다
고 녀석, 엉뚱하다
초겨울 아침,
찬 서리 맞으며 뒷산 오른다
발 아래 성냥갑처럼 쌓인 저 집들
너무 작아서 못 들어가는 게 맞구나
고 녀석, 진설眞說이다
꾀병
세일 할 때 산 재킷, 십 년 이상 입어도 멀쩡하다 했더니 어느 사이 올이 빠졌다 찬바람 불 때 잠깐씩 입어 형태가 변하지 않았다 했는데 그때마다 옷 속으로 바람이 들어 갔나보다 옷뿐 아니라 내게 관련된 것들이 다 바람이 들었나보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마다 무릎이 쑤신다 아무리 옷을 껴입어도 등골이 싸늘하다 빨래를 한 날이면 팔목이 아프다 조금 긴장해도 목 줄기가 뻐근하다 조금 피곤하다 싶으면 배가 당긴다 병원에선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내 몸에서도 올이 빠지고 있나보다
첫댓글 작품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오타조회 수 172 댓글 0
바쁜 틈에도 좋은 작품을 썼군요.
모두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어 퍽 좋습니다.
그런데 한 두 가지만 지적한다면,
[철학관 간 날]에서는 둘째 련의 <밀양 용포 마을 지장암 스님>이라는 게
너무 구체적이어서 오히려 조금 걸립니다.
<지장암>이 그 절(암자)의 이름(고유명사)일 텐데,
그것을 <철학관>이라고 표현하면 그 절을
흔히들 점치는 집 정도로 여기게 해서
불교 사찰의 격을 폄하하는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그것을 그냥
<밀양 용포마을
스님이 내게 말했다>
라고 고치면 어떨는지요?
그리고
[저 불사신을 보라]는 작품은
제목을 [티눈]으로 바꾸고
다음과 같이 조금 줄여 보면 어떨는지요?
티눈
이마를 치고
근육을 당기고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지만
외면하는 그녀에게
새끼발가락이 날을 세운다
잘라내면 낼수록
더 날을 세우는
저 불사신을 보라
작품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오타조회 수 172 댓글 0
바쁜 틈에도 좋은 작품을 썼군요.
모두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어 퍽 좋습니다.
그런데 한 두 가지만 지적한다면,
[철학관 간 날]에서는 둘째 련의 <밀양 용포 마을 지장암 스님>이라는 게
너무 구체적이어서 오히려 조금 걸립니다.
<지장암>이 그 절(암자)의 이름(고유명사)일 텐데,
그것을 <철학관>이라고 표현하면 그 절을
흔히들 점치는 집 정도로 여기게 해서
불교 사찰의 격을 폄하하는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그것을 그냥
<밀양 용포마을
스님이 내게 말했다>
라고 고치면 어떨는지요?
그리고
[저 불사신을 보라]는 작품은
제목을 [티눈]으로 바꾸고
다음과 같이 조금 줄여 보면 어떨는지요?
티눈
이마를 치고
근육을 당기고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지만
외면하는 그녀에게
새끼발가락이 날을 세운다
잘라내면 낼수록
더 날을 세우는
저 불사신을 보라
고맙습니다
카타르시스조회 수 193 댓글 0
세심하게 지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
선생님 말씀을 듣고 조금 수정하여 보았습니다.
부끄러운 제 작품이 조금 힘이 생겨 보입니다.
직접 시를 들고 가서 토론을 하는 것이 순리이고 도리인 줄 알지만 정말 올해는 시를 잊어 버리고 산 날들이었습니다.
최근에 동인지 작업할 때가 되어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급조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송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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