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물-필사하기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시 당선작>
자물쇠
박찬희
안거가 일이라고 단단히 가부좌를 틀어
오가는 바람도 굳어 서있다
하필이면 벼랑 끝에 걸어놓은 맹약
효험이 낭설이기 십상이기도 하고
굳이 풀어 들여다 볼 상당한 이유가 없어도
그저 보는 것만으로는 잡다한 호기심만 늘어
없는 설명서를 찾아 읽는다
맹약의 해피엔딩은 녹슬고 녹아 서로에게 귀속되는 것
애지중지 닫아 걸 별 이유는 없어도
그냥 습관인 까닭에
벽을 치고 들어앉아 음과 양을 저 혼자 맺고 풀면서
맞지도 않는 열쇠를 깎는 일
어쨌든 그것도 수고라면 수고지
결속과 해지는 엎어 치나 메치나 한가지여서
틀림없는 쌍방의 일
자물쇠든 열쇠든 서로에게 맞출 수밖에
옳으니 그르니 해도 꼭 들어맞는 짝은 있게 마련인데
내가 너를 열 수 있을까
시도 때도 없는 옥쇄 앞에서
밤낮 우물쭈물, 나만 속절없이 녹슬어간다
시적 내용 공부하기
1. 대상: 자물쇠
2. 이미지: 자물쇠의 기능이 서로 맞물리게 하는 것과 우리 인생사에서 얼키고 설키며 살아간다는 내용
3. 보조 관념: 안거, 가부좌, 음과 양, 결속과 해지, 옳으니 그르니 등
4. 느낀 점
1 소재는 가까이에 있고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찾는 것이다
2 사물에 대한 이해와 언어에 대한 감각을 길러야 함
3 이 시는 신춘 시에서 비교적 짧은 시에 속하지만 그 안에서 화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모두 풀어내는 능력은 보조 관념으로 하여금 주제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됨
4 이시는 자물쇠처럼 닫힌 것들은 저절로 열리는 것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이해와 사랑과 관심으로만 열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낌
5 밤낮 우물쭈물, 하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무엇이든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하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