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육아하며 새롭게 만난 세상
-살림꾼 유리 님 이야기-
벗들과 함께 먹고, 놀고, 공부하는 삶 즐겁고 힘차게 누리며 행복 짓는 날 보내는 살림꾼 유리예요. 임신출산육아를 경험하며 신비로운 날들 보내고 있는데 최근에는 23개월 된 아기와 산책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도 합니다. 거의 날마다 도토리 어린이집 아기들이 산책하는 시간에 맞춰 함께 걷는 기쁨 누리기도 하고, 마을찻집 고운울림에서 일하며 맞이하는 손님들을 정겹게 만나가려 애쓰며 지내요. 아이들도 손님들도 밝게 인사하며 시작하는 하루가 큰 힘이 된답니다. 올해는 삼일학림 입학해서 아름다운 삶 지어가는 배움도 하고 있어요.
살림학연구소가 꾸려지고 살림꾼으로 함께하는 과정에서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연구를 할 수 있지?’ 하며 제 머릿속에 그려둔 연구소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고민하고 있었지요. 그때 ‘살림과 육아하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이야길 듣고 그동안 함께 공부하며 배움길 이어왔던 흐름과 다르지 않다는 것 깨달았어요.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교사로 지내면서 학생들과 비질(쓸고), 걸레질(닦고), 설거지하는 ‘살림’ 함께하며 예와 염치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배움인지 알았는데, 살림이 평화로 이어진다는 이야기가 새롭게 연결됐습니다. 밥 먹는 이와 설거지하는 이가 따로 있지 않고, 더럽힌 이와 청소하는 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요. 살림의 영역이 따로 구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쓴 자리, 함께 쓴 자리를 정돈하는 것이 다음 사람을 생각하며 배려할 수 있는 슬기입니다. 배려와 슬기가 삶의 밑바탕이 되어 관계 안에서 책임 있게 만나고, 내 것 네 것 구별하지 않고 지내는 것이 곧 한몸된 평화로 살아가는 삶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벗들과 공부하며 변화해왔던 고마운 여러 날 떠올랐고, 연구할 주제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더 잘 살기 위한 고민이 바로 연구 주제이자 삶이구나! 싶었어요.
저는 출산육아하면서 아이가 초대한 세상에 함께 태어났어요. 그 세상에서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어요. 예전이었으면 무심코 지났을 길 위에 작은 돌멩이와 개미가 저를 멈춰 세우곤 했어요. 또 기고 서고 걷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반복하는 것이 한 생명을 거듭나게 하는 힘이구나 깨달았어요. 아이와 함께하는 삶 속에서 관념으로만 머물러 있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반면에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주체적으로 태어날 권리를 박탈당하고, 아기가 자라면서 만나는 놀잇감과 맺는 관계도 자본의 지배 논리 속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함께 육아하며 같은 고민하던 벗들과 밝게 깨는 공부를 통해 새로운 힘을 만들 수 있었지요.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고, 가만히 있으면서 방관하고 무책임한 삶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았지요. 가만히 있게 만드는 자본의 논리에 따르지 않고, 몸을 깨우고 자각하며 뿌리내리고 뻗어나가기 위해 살림꾼 초대에 고마운 마음으로, 반가운 마음으로 함께했어요.
아기들이 자라는 때에 맞춰 부를 수 있는 노래와 몸짓(율동)도 지어보고, 사라져가는 노래 살리고 함께 부르고 싶다 생각했는데 마침 함께 마음 모은 살림꾼들이 있네요. 함께 육아하는 벗들 집에 아이 데리고 놀러갔을 때, 밤에 아기 재우고 손바느질하며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다가 떠오르는 아기들 입말 살려 노랫말 짓고 가락 더하니 노래 두세 곡이 뚝딱 만들어졌어요. 비오는 날, 길에 고인 웅덩이를 밟으며 신나게 물놀이하는 아기들 어여쁜 모습을 떠올려 지은 노랫말 하나 소개할게요.
비가 와요 얼쑤~ 첨벙 첨벙 첨벙 첨벙
비가 와요 얼쑤~ 첨벙 첨벙 첨벙 첨벙
다음 날 아기들과 함께 불렀는데 흥겹게 온몸으로 노래했어요. 여러 모양으로 아이들 만나고 있는 살림꾼들과 함께 짓고 부를 가락이 기대됩니다.
배움이 순환되어 서로를 풍성하게 하고, 아이들에게 물려줄 좋은 세상은 어른들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나를 바꾸어가는 애씀에서 시작됩니다. 교육의 현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을 만나는 곳이 교육의 현장임을 깨달았어요. 생명평화가 존재하지 않는 삶과 동떨어진 무책임한 교육이 아닌, 생명과 생명이 밝게 어울리게 하는 능력을 되찾고 옆에 있는 동무가 든든한 동지로 어우러질 수 있게 하는 고운 마음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살림꾼으로 함께하면서 제 안에 생기가 돋는 걸 느꼈어요. 가까이에서 멀리서 함께하는 살림꾼들 떠올리니 입가에 웃음이 번집니다!
유리_마을찻집 고운울림에서 찻집지기로 지내고, 아기와 함께 산책하며 새로운 세상 만나는 즐거움 누리며 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