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융합과학공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인 정창섭이라고 합니다. 서울고등학교 과학중점 이수반을 졸업했고 올해 20세입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뇌 과학 쪽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이 많아 신경계 쪽으로 계속 공부하고 싶고, 최종적으로는 국제적인 교수가 되는 것이 현재의 목표입니다.
Q.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A. 고등학교 때 여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융합적인 사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저는 이 대학 이 학부를 1순위로 선택했습니다. 제 전공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면 연세대의 언더우드 국제대학 소속 융합과학공학부(ISED-Integrated Science and Engineering Division)입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른 공학부와는 달리 공과대학이 아니라 ‘언더우드 국제대학 UIC’ 산하에 있는 학부인데요. 새로 설립된 학부로 기존의 전통적인 순수과학 또는 공학 학부에서 제공하지 않는 학제간의 공부와 연구를 하는 학부입니다. 우리 학부는 2학년 때 나노과학공학, 에너지환경융합, 바이오융합 세 개의 세부 전공 중 하나를 고르게 됩니다.
아직은 1학년이라 세부 전공을 선택하지 못했지만 1학년 때 UIC에서 듣게 되는 공통교육과정으로 이과과목 뿐만 아니라 ‘Critical Reasoning’, ‘Western Civilization’, ‘Christianity & World Culture’ 등 역사나 글쓰기를 다루는 문과 수업도 듣습니다. 문과 과목에도 흥미를 갖고 있는 저에게는 이만큼 적합한 학부가 없는 것 같아요.
Q. 중고등학교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A. 중학교 때는 공부에 관심 있는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공부를 잘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중학교 3학년이 되고 제 친구들이 자율형 사립고에 많이 갔는데, 저는 지원할 성적이 안 돼서 많은 열등감을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그게 큰 동기가 되어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부터 독서실에 하루 종일 박혀 있으면서 공부를 했어요.
▲ 고등학교 화학 동아리
일반고에 입학하고 나서도 늘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르지 않는 애매한 성적에 항상 고민했지만, ‘실력이 안 된다면 노력이라도 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1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진행하는 모든 행사, 대회에 겁 없이 참여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중요성을 모르고 있는 UCC 경연대회부터 봉사활동 소감문 작성까지, 최대한 꼼꼼하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1학년 때 두루두루 여러 분야의 활동을 했는데, 그 중 우연히 참여하게 된 ‘뇌 과학 올림피아드 및 캠프’에서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러다 2학년 때는 논문까지 쓰게 됐어요. 그때의 무모한 노력들이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1학년 때부터 가리지 않고 활동과 행사에 참여하다 보니, 3학년 때 자소서를 작성하는 데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됐고요.
Q. 대입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A. 내신은 일반고 2.7로 많이 높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이과임에도 불구하고 수학과 과학 과목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물론 관심이 많았던 생명과학 같은 경우는 전교 1등을 한 경험도 있지만, 3학년 내내 전반적인 성적이 최상위권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진행했던 비교과 활동들이 바탕이 되어 특기자 전형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했지만, 중요한 것은 제 고등학교 생활의 분명한 ‘축’이 몇 가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첫 번째, 뇌 과학 관련 활동과 두 번째, 영어 활동입니다. 뇌 과학 활동을 꼽아 보면 한국 뇌 과학 올림피아드 및 캠프를 시작으로 2학년 때 R&E 논문 작성, 그와 병행한 여러 뇌 과학 서적 읽기 등이 있는데요, 이것이 비교과 활동의 첫 번째 축이 됐습니다.
여기에 일본에서 교류학생들이 왔을 때 영어로 논문을 발표하고, 그 외에도 영어와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을 병행했습니다. 교내 경시대회를 분야별로 모두 참가했고, 교내 영어 토론대회 2회 참가, 영어 서적 읽고 독후감 제출하기, 그리고 모의 유엔 참가를 통해 또 하나의 축을 완성했지요.
Q. 합격한 전형의 준비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A. 수시 영어특기자전형으로 합격했습니다. 전형 준비는 크게 비교과, 면접 준비, 독설활동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비교과
▲ 국인 글로벌 멘토링 프로그램 참가
일단 무엇보다도 저는 비교과에 집중을 많이 한 케이스입니다. 애초에 수시전형 자체가 학생의 성적을 넘어서 가능성과 성실함을 보려는 취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점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지만, 저는 내신만큼 비교과의 영향력도 크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뒀습니다.
굳이 교내 과학경시대회 대상이 아니더라도 우수 학생상, 농활 봉사 소감문 표창장 등 규모가 작아 보이는 수상실적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사소한 것들도 최대한 챙겼습니다.
면접 준비 저는 면접을 다른 친구들에 비해 오랫동안 준비했습니다. 지원한 학부의 면접 제시문이 영어이고 답변도 영어로 진행해야 했기에 많은 연습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씩 학원 수업을 듣고 혼자서 영어로 자연스럽게 발표하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점심시간에 교내 원어민 선생님을 찾아가 면접 연습을 부탁드리기도 하면서 영어로 발표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연습했습니다.
연습을 하면서 얻게 된 소소한 노하우 하나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자신만의 ‘틀’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어떤 문제가 나오든 나는 이것을 먼저 말할 것이고, 답을 말하고, 그 이유와 사고과정을 말할 것이다.’ 이런 식의 복잡하지 않은 틀을 항상 머리에 새겨두고 면접장에 들어가는 것이지요.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는 면접장에 갔을 때, 특히 자신의 차례가 돼서 면접실에 들어가는 순간에, 또 시간은 가고 있는데 제시문이 읽히지 않을 때 정말 유용한 팁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위의 예시를 안 따라도 됩니다.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무조건 처음에 문제 상황에 대해 요약을 하고 이 문제가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내가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언급한 다음 구한 답을 얘기했습니다. 또한 많은 학생들이 긴장해서 답에만 집중하다 보니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비언어, 반언어적 요소들입니다. 올바른 자세로 앉아서 자신감을 갖고, 급하지 않게 답변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답니다.
독서 활동 후배들을 만나보면 독서 활동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읽은 책들을 대충 책 권 수, 글자 수 채우기로 때우고 “독서했다”고 하는 후배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왜냐하면 학교생활기록부에서 학생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부분은 오로지 독서 활동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외의 수상 경력, 동아리 활동 등 대부분의 항목은 담당 선생님들이 써주시는 부분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독서 활동’란은 ‘미니 자소서’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쓸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Q. 후배들에게 대학이나 학과 선택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면? A. 많은 학생들이 대학을 서열화 시킨 다음, ‘내 점수로 갈 수 있는 최대의 대학을 가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입시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부담감과 초조감을 주는지는 그 누구보다 이해를 합니다. 저 또한 불과 1년 전에 고3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가끔씩은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 꿈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그런 생각들이 모여 나에게 더 맞는 학과를 선택하게 도와줄 것이고, 더 만족스러운 대학생활을 하는 데 보탬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Q. 진로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 국인 베이징 연수
A. 대학생 교육기부 단체인 ‘국인’이란 동아리에서 13기 남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저는 뇌 과학 분야의 교수가 되고 싶습니다.
미래 교육자를 목표로 인근 중고등학교에 방문해 강연 기부를 하거나, 일본으로 가 교포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교육기부박람회에 참여하는 등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최대한 많은 학생들에게 양질의 입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 Real 사례20’이란 책을 국인 친구들과 함께 집필하고 출판했습니다. 입시를 경험한 국인 친구들의 실제 사례 20건을 모아 자신을 분석한 내용을 꼼꼼하게 기술하고,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사항들도 포함시켰습니다.
Q. 중고등학생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입시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 가장 좋아하는 문구입니다. 지금까지 성적이 안 좋았다고 해서 앞으로의 시험 결과까지 나쁠 이유가 없고, 반대로 이번 중간고사 전교 1등이 기말고사에서도 1등을 할 거란 보장도 없습니다. 진지한 고민은 미래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걱정은 해가 될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파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