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글쓰기 >
오브리가다 ( Obrigada)
20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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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차 상 희
친구들과 여행을 위해 다달이 여행경비를 모으고 어느 정도 여행경비가 준비되면 어디로 갈까 셋이 함께 여행지를 선택한다.
이번 여행지 포르투갈은 딱히 어떤 이유 때문에 선택했다 기 보다는 왠지 느낌이 왔다고 해야 할까. 다른 사람들이 많이 가본 나라가 아닌 낯선 곳으로 가고 싶은 우리 셋의 마음이 모아져서 선택한 곳이었다.
셋이 의견일치를 한 것이 신기할 정도로 우리는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영화나 책만 알뿐 그 나라에 대해서는 아예 무지했었다.
포르투갈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거기를 왜 가느냐고 물어왔다. 잘 아는 나라들 가운데에서도 안 가본 나라가 많은데 굳이 포르투갈을 선택한 이유를 궁금해 했다.
나도 포르투갈로 떠나기 전에는 그 이유에 대해 정확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러 권의 포르투갈관련 여행 책들을 들춰보아도 딱히 어디가 어떠해서 너무 좋았다고 표현하지 않았기에 여행을 앞두고 과연 잘한 선택일까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게 반신반의하며 떠나게 된 나라 포르투갈
리스본의 공항에 도착해서 숙소로 가는 택시 안에서 본 바깥풍경들은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있었다. 숙소 앞에 택시가 멈추고 우리는 꼬불꼬불 언덕배기 위의 낡은 건물 앞에 커다란 캐리어와 짐을 내렸다.
4층까지 찡찡거리며 짐을 들고 숙소 안으로 들어가 보니 낡은 왜관과는 달리 안은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화장실은 비행기 화장실을 연상케 하는 자그마한 크기였지만 삼면으로 보이는 창문 밖 풍경들은 한 폭의 그림 같아서 모든 것이 보상되는 듯했다. 하양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파란 하늘과 붉은 색 지붕들의 향연, 멀리보이는 푸른 바다의 조화가 숨 막히게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담고 싶어서 창문에 번갈아 가며 서서 사진을 한 천장 정도는 찍었던 것 같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저녁을 먹으러 나선 동네 산책길에서 리스본의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아슬아슬하게 노란색과 빨강색 예쁜 트램이 지나가는 풍경들이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듯했다. 밤 9시가 넘어도 환해서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리스본의 시간은 낮이 길어서 우리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빈티지한 연노랑, 연핑크, 연두빛깔 파스텔 톤의 건물들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기분 좋은 햇살을 맞으며 언덕을 오르내리며 걸으면서 리스본의 옛 시가지를 온몸으로 느꼈다.
친구들과 여행을 한 횟수가 늘어나면서 달라진 점 중에 하나가 바로 미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대로 하려고 굳이 애쓰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미리 어떤 곳을 갈지 정하지 않고 그 날 그 날 상황에 따라서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분위기 좋은 곳이 나오면 잠시 들어가서 쉬고, 먹고 마시기도 하고 또 저기 가 볼까 하면 가고 또 아니다싶으면 다시 돌아 나오고, 그렇게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는 시간들을 가졌다.
그중에서 리스본에서는 도둑시장이라는 벼룩시장이 유명한데 장이 열리는 화, 토요일 날짜가 어떻게 우리의 일정과 딱 맞아서 두 번을 다 구경할 수 있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 들 위주로 했으니 충분히 가능한 스케줄이었다. 가져올 수만 있다면 사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는데 아쉽게도 고르고 골라서 그중에 너무 눈에 밟힐 것 같은 것만 선정해서 구입했다.
우리가 만난 상인들은 처음에는 무뚝뚝한 듯이 보이는데 다가가서 깎아 달라고 미소를 보이면 조금씩 같이 웃으면서 깎아 주셨다. 너무 과하지 않게 딱 알맞은 정도의 기분 좋은 친절함이 아직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동네 정육점, 과일가게, 빵가게.... 그곳에서 마주친 동네 사람들의 온화한 표정과 친절함은 그 어떤 관광명소보다 더 기억에 남아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리스본에서의 4일을 보내고 항구도시인 포르투에서의 4일은 또 다른 시간들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동 루이스 1세 다리 위에서의 야경과 다리 밑의 히베이라 광장에서 와인을 한 병 사서 바닥에 앉아서 바라본 야경들은 잊을 수가 없다. 한국에서라면 망설였을지도 모르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가장 좋은 것은 아는 사람이 없고 그래서 남을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우리가 느끼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시간들을 함께할 든든한 지원군인 친구들이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곳에서 만난 여러 나라의 여행객들
피부색도, 하고 있는 모양새도 다 가지각색으로 달라서 처음에는 사람들을 관찰하느라 눈이 바쁘다가 나중에는 그들이 너무나 자유롭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이번 여행을 위해 체력을 키우기 위해 아침에 수영, 저녁에는 걷기를 한다고 했고 여행하면서도 평소에는 전혀 먹지 않던 비타민과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겨먹었다. 그런데도 여행을 하는 낮에는 몰랐는데 밤에 자면서 나도 모르게 끙끙 앓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앞으로 더 체력을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 리스본행 야간열차 >소설 속 한 문장이다.
낯선 곳에서 마주할 내가 모르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낯선 풍경들과 사람들을 통해서 아직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더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여행 내내 우리가 여행을 올 수 있음에 여행을 와서 느끼는 매 순간마다 이게 꿈은 아니겠지 하며 너무 좋아서 함께 포르투갈의 감사의 인사말 오브리가다를 수도 없이 외쳤다.
이번 여행을 함께 한 나의 친구 선영과 미라에게 오브리가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만난 많은 친절한 사람들에게도 오브리가다~
아주 많이 행복했고 또 순간순간 힘들기도 하고 친구들과 약간의 기분이 상하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들을 넘어서 행복한 순간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 더 크게 자리하고 있으므로 또 다음 여행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