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파도가 수평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정영숙

[원추리]

정 영 숙

1993년 시집으로 등단

시집『옹딘느의 집』외

죽음은 파도가 수평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죽으면 소용없다는

어느 시인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그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죽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로 사라지기에

그가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는 건가

육신은 사라져도

그가 남긴 글은 살아 있지 않은가

누군가의 마음속에 잊혀지지 않고 살아 있어

새와 구름, 별로 다시 태어난다면

그의 영혼과 교류하고 있다면

그는 죽어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리라

파도가 수평의 중심으로 돌아가듯

언젠가는 모두가 태어난 자리로 돌아가는 것

너무 슬퍼하지 말자

매순간 흔들리는 촛불처럼 타오르며

남은 시간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자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