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홀려 나간 길에 만난 뇌조리 국수집
8월의 마지막 날이었지만 날씨는 여전히 덥고 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의 구름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여름 구름은 기묘한 봉우리를 많이 만든다고 하지만
올해처럼 아름다우면서도 다양한 모양의 구름을 보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양주에서 구름을 따라 서쪽으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를 가다 보니
파주에 닿았는데, 조리읍 뇌조리에 맛있는 국수집이 있다고 하여 그곳에 들렀다.
길가를 향해 있는 오래된 단층집이었는데, 30년을 넘게 국수집을 운영해 왔다고 한다.
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맛이면서 아주 깔끔한 육수에 말아 놓은 잔치국수는 가벼운 저녁으로는 먹기에 최적의 음식이었다.
뇌조리라는 지명은 얼핏 듣기에도 매우 이상한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원래 이곳의 지명은 노곡리(弩谷里)였는데, 옆에 있는 조산리(造山里)와 합병되면서
두 지명에서 한글자씩 따와서 이렇게 되었다.
1914년에 단행했던 토지조사 사업의 일환으로 이렇게 된 지명은 아마도 수천 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1945년으로부터 80년이 지났지만 그 흔적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양평 해장국으로 잘 알고 있는 양평이 바로 그런 류의 지명이다.
1924년에 양근(楊根-지금의 양평)과 지평(砥平-지금의 지평)을 합쳐서 양평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지평은 분리되어 원래 이름을 되찾았지만 양평은 아직 그 이름을 법정 지명으로 쓰고 있다.
아름다운 구름을 따라간 덕분에 맛있는 국수를 먹어서 그런지 더워도 덥지 않다는 기분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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