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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15.(화) 10시~12시
철산3동 주민센터 5층
주관: 숲유치원 이야기숲 학부모 모임 ‘아궁이’
강의: 김희동 선생님(꽃피는 학교 설립자, 통전교육 연구소 소장)
자연이름: 낮은 이름
주제: 우리아이, 이끌어주기와 내버려두기
<열기>
철산3동주민센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의 한 강의실로 들어갑니다,
아이들 등원시키고 난 후에 불이나케 달려와서 준비했을 엄마들의 마음이 보입니다.
테이블과 의자만 놓여있어도 충분할 텐데
오늘의 주제를 담은 현수막과 그 아래 귀한 차와 찻잔,
아궁이 모임의 엄마들이 집에 있는 모든 보온 물통은 들고 나왔나봅니다.
강연을 들으러 찾아와준 사람들에게 백차, 보이차, 흑차를 대접 할 요양으로 크기도 모양도 가지각색인 보온물통에 가득 담아 왔습니다.
오신 손님들을 위한 천연 수세미와 이야기숲 홍보책자까지 준비되어있네요.
우리 부부는 중앙을 바라보는 오른편으로 나란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머? 그동안 이야기숲에서 진행해왔던 부모교육하고는 다른 시작입니다.
여울각시는 왼쪽테이블 맨 끝에 앉아만 계시고 김주연(임유찬 맘)님이 인사말을 하시며 오늘 강의를 열어주십니다. 아하! 오늘 강연의 주관이 ‘아궁이’임을 다시 떠올립니다. 앞에 선 그녀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숲마실’이라고 씌여진 목걸이가 눈에 띕니다. 언제나 찰랑한 단발머리에 자신감과 유머가 섞인 그녀는 진행이 자연스럽습니다. 김희동 선생님의 고운 노랫자락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김희동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김희동 선생님의 등장. 기다렸던 분입니다. 흰머리카락과 약간의 살집이 있는 얼굴생김새와 몸매가 푸근하게 다가옵니다. 그분이 입을 여니 더욱 따뜻합니다. 조용하고 느린 말투가 안정적입니다. 성실하고 청결한 환경에서 자라오신 것이 맞는 듯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이끌어주기와 내버려두기’입니다. 상반되는(이중적인) 주제에 대해 우리 스스로도 생활 속에서 자주 마주치게 된다고 이야기하십니다. ‘그렇지~ 아이가 자고 싶어 할 때 아이를 재워야해? 아니면 정해진 시간에 아이를 재워야해?’ 엄마라면 한번 쯤 고민해봤을 문제에 대해 김희동 선생님은 어떤 결론을 내리실까?
일반학교 선생 직을 내려놓고 대안학교를 이끌어 오신 선생님에게 대안학교의 발자취, 나아가서는 그 결과물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다음은 선생님의 말씀을 메모해보았습니다.>
오늘 주제 중 한가지인 ‘내버려두기’에 한 십여 년간 강하게 몰입했었습니다. 도토리 씨앗 하나가 뿌리 내려져 나무로 커 갈 때, 자라는 방향이나 크기를 지시하지 않고 빛과 물에 의해 자연스럽게 잘 자라나는 것처럼 인간도 자연스럽게 두면 더 잘 자라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마도 이끌어주기(수동적, 강제적인)대로 키워진 반항이 강했던 거 같습니다.
할아버지가 정해주신 대로 입학한 대학교의 전자과는 저와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 몰래 자퇴서를 내고 군대를 다녀와서 교육대학에 입학했습니다. 12년 교육을 받았는데도 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대학교에 입학을 했구나. 이런 문제를 가진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 사회 우리 모두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교육 쪽으로 방향을 잡고 교대에 입학했던 것입니다. 정말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4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학교 교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열정적으로 해봤습니다.
-형식적 시도: 피라미드 구조의 젤 위에 선생님, 그리고 반장과 부반장, 분단장, 그리고 나머지 대다수의 아이들이 아래쪽을 차지하는 구조부터 싫었습니다. 선생님으로써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는 지시, 강요 등도 최대한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질문에도 잘 대답해주지 않았습니다. 나의 결정대로 그저 하지 않도록 입을 조심했습니다. 기본 개념을 세울 때는 아는 체를 했지만 응용단계, 반복단계, 심화단계에서는 모른 척 했습니다. 책에 있다고 알려주기도 하고 아이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남자아이 이름을 먼저 쓰는 것, 작은 선생님의 역할을 하는 반장 제도 등도 비틀어 보았습니다.
- 내용적 시도: 국어/산수 등으로 나뉘는 분과가 싫었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그 안에 모든 과목이 녹아나게 했습니다. 예를 들면 ‘가을 소풍’ 이런 식으로 주제를 잡았는데 자연에 대한 주제가 많았습니다. 인지적 교육방식이 싫었습니다. 선생님이 쓰는 것만이, 외워야 하는 지식만이 의미 있는 것이고 그 이외의 것은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 싫었습니다. 학교 종에 맞추어 하던 일을 멈추어야 하는 것도 싫어서 시간표도 떼어 냈습니다. 이미 주제 위주로 수업을 이끌어가고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공부할 내용, 주제, 시간, 방식까지 아이들과 다 같이 결정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차츰 안목이 생겼습니다. 아주 뿌듯한 일이었습니다. 실은 이런 식의 수업이 준비할 것이 더 많습니다. 한달 전부터 무엇을 준비하고 전달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더잘 되어갔습니다.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찾아오고. 방학 때 캠프도 하고 민들레라는 잡지도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방법이 바람직한 인간상을 미리 정해놓고 개별적인 인간상은 어떠하든 상관없이 정해진 방식대로 따라오기만 하면 바람직한 인간상을 만들어줄게. 하는 식이 싫었습니다.(A방식) 그래서 각자의 개별성(큰사람, 작은사람, 뚱뚱한 사람, 날씬한 사람)을 인정하고 각자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나아갔습니다.(B방식)
그리고 한 참 후에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개별성은 잘 살아났는데 모두를 위한, 전체를 위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선한 씨앗을 하나 뿌려놓으면 전체가 선한 화단이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개인의 자율성은 피어났지만 하고 싶지 않은 것은 해 볼 시도를 하는 게 아니라 바로 안 해버리는 쪽으로 갔습니다. 제가 자유와 방임을 구분하지 못 했던거 같습니다.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면 정말 모르겠고 울고 싶었습니다. 진짜 모르겠어서 결국 교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내버려두기와 이끌어주기가 섞여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어떤 때 내버려둘것인가(B방식) 어떨 때 이끌어줄것인가(A방식) 생각해봐야합니다. 보통은 부모/어른이 자기의 경험이나 자기의 성향대로 그 기준을 결정합니다. 내가 어렸을 때 이랬는데 좋았다 싫었다 등이나 잘 변하지 않는 성향으로요. 그런데 그 어느 것도 아이에게 초첨이 맞춰져 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내가 정해 놓은 모습으로 아이가 커갈 때 잘 큰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롭고 행복한 모습’이라는 나의 상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시기에 이 아이 발달과정에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따져보지 않았습니다. 2학년 아이들이 선생님 이게 뭐에요? 하고 물었을 때 무조건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때는 대답을 해줬어야 했는지 모릅니다. 그 때 아이들은 내가 말한 게 맞는지 확인받으려고 묻기도 하고요.
두가지 가르침이 모두 필요합니다.
그 기준으로는 대략 5세, 10세, 15세, 20세 각각의 아이를 떠올려보고 이 때 이끌어주기가 맞을지, 내버려두기가 맞을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예외 없이 꼭 해야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아이는 끈기가 생기고 매일 걷습니다.(대안학교 교사생활 시절 매일 한참을 걸어야만 학교에 올 수 있는 곳에 학교가 있었다)
10살까지는 자연에서, 그 이후는 외울 건 외우고 책보고 반복할 것은 반복해야 합니다. 또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청소년기가 되어 책의 아름다움도 발견할 줄 알게 되는 거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연 속에서 몇 년을 보내게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예외로부터 보호하기도 해야합니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 있음도 가르쳐야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아니라 나부터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입니다. 나부터 이중적이 되지 않아야 떳떳할 수 있으니까요. 본을 보이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10살 이전 아이들에겐 말로 하는 교육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는 말의 내용이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어른의 말투, 표정, 방식만 받아들이니까요.
이 말은 꼭 하고 싶었는데요. 아이가 잘 때 기도를 하십시오. 진정으로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마음깊이 사랑으로 기도하면 아이에게 인격적으로 대하게 됩니다. 단 굽신거리거나 쩔쩔매면 안 됩니다. 중심을 갖고 아이에 맞게 대하십시오.
<강의 후>
2시간 동안 열정적인 강의를 듣고 행복했습니다. 이야기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다소 짧게 끝맺음하게 된 이끌어주기 쪽의 이야기도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한번 더 이야기를 펼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주연님이 구로에서 오신 이쁜 여자 분과 이야기숲 최고 미남 두 아빠에게 소감을 물었습니다. 우리 신랑 후기만 기억에 남아서 생략(음~교육에 오는게 중요혀). 그리고 드디어 여울각시가 마무리 인사말을 해주십니다. 가을에 대해서~ 맞는 말입니다. 가슴이 막 울렁이는 이 계절에 오해도 생기고 싸우기도 하지만 자연을 바라보고 말없이 같이 차만 마셔도 다 이해가 된다구요. 가을날 여행을 떠나야겠습니다.
그리고 마침 그날 읽게 된 책의 구절이 오늘 이야기와 맞닿아 몇자 남깁니다.
{우리 모두는 표면적인 것에 머물지 말고 뿌리까지 파고들어 인간 발달이 교육의 근본이 되도록 해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지지만, 대부분 국가의 감독이라는 낡아빠진 권력과 시장에 휘둘린 것들이다. 아이와 부모와 교사 집단은 스스로 새로운 요구에 직면해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근본적인 문제는 제도도 아니고 교육프로그램도 아니다. 교육에서 포기할 수 없는 주체와 대상은 개별적 인간이며 그 인간의 형성 과정이다. 교육과 육성의 최우선적이고 가장 주된 과제는 자유의 지평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형성을 묻는 질문이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발전 가능성을 장려하는가, 아니면 저해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루돌프 슈타이너는 외형적인 교육제도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인간 발달에서부터 출발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요구와 프로그램을 생각해 내는 대신 아이의 본성을 그래도 서술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댓글 좀 길죠??ㅎㅎ ㅎ
그날 수첩을 들고가서 열심히 메모를 하는 바람에^^
'김희동 선생님이 요날 무슨 말씀하셨더라~'하고 궁금해지는 시점에 읽으면 도움이 될듯합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후기를 써달라는 부탁에 제가 넙죽 알겠다고 했더니
아궁이 엄마들 맘이 무척 편안해지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이거 올리고 나니 이제사 맘이 참 편안하네요;;;
좋은 자리 마련해주어 감사합니다.
현수씨 덕분에 한번 더 김희동선생님을 뵌듯합니다~~고마워요^^
거리두기식 시선처리로 카메라 앵글이 돌아가는 듯한 도입문장을 읽고 '어머🤩' 했네요
현수씨 닮은 세련미가 곳곳에서 드러납니더~
유찬이랑 얼마전에 '나는 누구 닮았어? ' 라는 주제로 마주이야기를 나눴네요
-엄마~나는 어떻게 나왔어?(드뎌 올 때가 왔구나ㅋ)
-엄마 몸속에 있는 빨간 씨앗과 아빠 몸속에있는 파란 씨앗이 만나서 유찬이가 만들어졌지~
-그러면 내 얼굴이 반은 빨간 색 반은 파란색으로 되어있어야지~
-유찬아~빨간색과 파란색을 섞으면 어떻게 돼?
-물감 섞을때 처럼?
-응 보라색이 돼~넌 보라색 아이야
(그와 나를 닮았지만 너는 완전히 다른 사람..)
찬빈맘~
아주 모범적인 후기 잘 읽었어요.
꼼꼼하게 잘 정리하셔서 마치 그 현장에 있는듯 합니다.
김희동샘 자연이름은
'낮은이름'이 아니고 '낮은자세'입니다.
요즘은 '숲을 지나서'를 더 많이 쓰시구요.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