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두 배로 행복하기’
밤새 콘서트의 장면들과 노래들이 머리 속을 돌고 돌아, 잔둥만둥 눈을 뜬 공연 날이다. 창문을 여니, 새벽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그랬구나! 콘서트의 핵심인 우리의 목소리 촉촉하게 해주려고 비를 내리셨구나! 찜통더위 식혀서 관객들 시원하게 해주려고 때를 맞춰 주셨구나! 우리는 콘서트 날 아침 기분 좋은 예감으로 서로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공연장인 노원문화예술회관에 도착하니, 스탭진들이 아침 일찍부터 와서 음향이며 무대 꾸미기 등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는 음악세션 5인조 연주에 맞추어 공연곡들을 차례로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엄청나게 연습해 왔기에 공연 직전 리허설은 문제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이 불협화음은 무슨 징조인가? 자꾸만 삐거덕거리고, 템포며 박자 등이 왜 이리 맞지 않는 것일까?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이 불안감은 도대체 무엇인가?
“기도하자! 마음을 비우자! 정신을 차리자!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
다시 악보를 보며 가사와 박자 등을 확인하고, 심호흡과 스트래칭으로 긴장 풀기에 전력을 다했다. 하늘에 계시는 부모님, 일찍 부모님 따라 가신 오빠들께, 공연에 필요한 곳곳을 살펴 주시라고 한마음으로 빌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우리 트윈 플라워즈의 이야기를 담은 동영상이 대형 화면 가득히 퍼져나갔다. 우리는 관객들 반응에 귀를 기울였다.
“아아, 우와, 어머나, 똑같애! 기가 막히네, 히야,.......!”
일단 우리 둘의 옛날 흑백 사진으로 어린 시절, 소녀 시절, 대학 시절, 초임 교사 시절 등으로 트윈즈 스토리가 흘러가니, 관객들이 흥미진진해한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우리는 첫 번째 무대로 나갔다. 똑같은 노랑나비 무늬 파란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의자에 나란히 앉아 통기타로 연주하며, 둘이서 70년대의 팦송, 밀 브라더스의 ‘Yellow Bird(노랑새)’ 노래를 회상에 젖어 불렀다. 무척 떨렸지만, 생각보다 담담하게 불러낼 수 있었다. 박수가 대단했다. 이어 부른 노래는 한 대수 작사 작곡으로 가수 양희은이 부른 노래 ‘행복의 나라로’ 이다. 신나는 비트로 리듬을 치면서 빠른 템포로 신나게 부르자, 관객들이 박수로 리듬을 타주고 있었다. 와우! 이거다. 이거! 우리는 짜릿함을 느끼며 일어서서 관객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열정의 쌍둥이 꽃, ‘트윈 플라워즈’ 입니다.”
둘이서 입을 맞춰 시작 인사를 드렸다. 와주셔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공연의 배경 이야기를 짧게 주고 받았다. 나와 똑같은 존재인 쌍둥이가 똑같이 행복하다 하니 우리는 두 배로 행복하며, 모두에게 행복이 넘치는 행복 콘서트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의 노래를 풍성하고 화려하게 반주해줄 세션팀을 소개하고 노래를 이어갔다. 우리 콘서트의 주제인 ‘두 배로 행복하기’에 걸맞는 노래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을 우리 트윈스 버전으로 빠른 리듬타며 화끈하게 불렀다. 계속해서 예전 팦송인 캐롤 킹의 히트곡 ‘You’ve got a friend((우린 친구잖아)’ 를 우리는 디바라도 되는 양 여유있게 불렀다.
뜨거운 함성에 이어 박수 소리 요란한 가운데, 온화의 솔로 차례이다. 온화의 노래 인생 스토리가 동영상으로 흘러나가고, 계화가 온화를 소개한다. 온화는 주부가요열창 장원 출신이며, 상당히 어려운 질곡의 삶을 살았으면서도 항상 밝고 활기차게 웃으면서 열정을 다해 삶을 살아왔음을 얘기했다. 검은 바지, 검은 긴 옷에 검은 장갑을 끼고, 빨간 꽃장식 모자를 쓴 온화는 윤시내 곡의 ‘열애’를 가슴 속 저 밑바닥에서부터 끌어내어 절절하게 불렀다. 정말 대단하게 불렀다. 장내가 떠나갈 듯 질러대는 환호성과 기립박수도 터져나왔다.
다시 나란히 듀엣을 이어 불렀다. 올리비아 뉴튼 존의 옛날 팦송 ‘Have you never been mellow(너 느긋해 본 적 없니?)’ 와 정지용 시 김희갑 작곡으로 가수 이동원과 박인수가 듀오로 불러 당시 크게 히트했던 노래 ‘향수’를 감정 실어 불렀다. 오랫동안 우리 쌍둥이들을 지켜봐왔던 기타합창단의 후배 뮤지션이 특별히 작사 작곡해준 곡 ‘그 동안 참 고마웠어요’ 를 마주보고 서서 노래했다. 이어 우리의 후배들인 대학생 연합합창단 ‘쌍투스 코러스’ 와 함께 한 무대에서 신나도록 박수 받으며, 그 시절의 노래 ‘학창시절’을 불렀다.
이번엔 계화 솔로의 차례이다. 계화가 보라색 단아한 원피스를 입고 나오는 동안, 계화의 동영상 화면이 퍼져나갔고, 이어 온화가 계화를 소개했다. 한국초등여교장회 회장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모임의 회장을 맡아 많은 일을 하였으며, 주변에 항상 밝은 웃음과 활기를 불어 넣어 주는 자랑스러운 언니라고 칭찬했다. 강동교직원 빅밴드 단장으로 퍼커션 연주자이기도 한 계화를 힘찬 박수로 맞이해 달라고 했다. 열화와 같은 박수 속에 계화는 무대 위로 나왔다. 열정을 다해 신효범의 ‘난 너를 사랑해’를 화려하게 온 몸으로 열창했다.
우리는 공주처럼 눈에 띄는 반짝이 의상을 입고, 빨강이 파랑이 옷의 어린이 천사들 속으로 걸어나왔다. 양쪽 학교의 예쁜 어린이 6명씩 12명은 우리 양 옆에 날개처럼 서서 우리가 안무하고 지도한 율동을 하며 동요 세곡을 이어 불렀다. 대형을 바꾸어 행진하면서 빨간 하트 모양의 사랑 표시를 흔들며 아이들이 “사랑해요!” 하고 끝을 맺자, 여기저기서 탄성과 함성이 물결쳤다.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 절정의 무대는 공연 거의 끝날 무렵의 영화 음악 2곡을 춤추며 부르는 때였다. 연출할 때서부터 예상한 바였지만, 실황은 더 요란했다. 라인댄스 공연할 때 입는 돌고래 무늬의 반짝이는 화려한 의상, 흔들리는 귀걸이, 장식 모자, 가죽 롱부츠, 반짝이 팔찌까지 착용하고 뛰어나오니, 관객들은 시작부터 압도당한 것 같다. 우리는 아바의 ‘Waterloo(워터루)' 와 보니엠의 ’Sunny(써니)' 를 대회 출전하는 라인댄서처럼 무대 위를 날랐다. 숨도 가빴지만 할 수 있는 한껏 춤추며 열창했다. 꼭 쓰러질 것만 같았다. 소리소리 지르는 폭발적인 반응! 예상을 뛰어 넘었다. 땀으로 온 몸이 흥건했다.
끝 무대는 부모님께 올리는 편지와 노래, 그리고 교육 평생 40 여년을 마감하며 동료 교사들과 제자들, 관객 모든 분들에게 바치는 노래 시간이었다. 은은한 배경음악이 깔리는 가운데에 울려나오는 양쪽 학교 선생님들의 시 낭송에 이어, ‘꽃으로 태어나라’ 우리 시의 노래를 엄마 아버지 생각하며 불렀다. 끝으로 우리는 제자들의 발전을 소망하고, 동료들과 살아가는 정을 느끼면서 새로운 길을 가겠노라고 우리가 개사한 노래 ‘나의 길’ 을 열정 다해 불렀다.
계속 연발로 터지는 앙코르! 우리는 땀범벅이 되어 얼굴에 흥건히 젖은 채 무대로 다시 뛰어나왔다. 기립박수에 소리소리 외치며 화답하는 관객들! 앙코르곡 ‘목로주점’ 을 기타 둘러멘 채 서서 부르고, 강렬하게 인식시켰던 영화음악 춤곡을 다시 마음껏 끼를 발산하며 불렀다. 많은 관객들이 우리를 연예인 스타처럼 환호해 주었다. 선생님이 최고라고 엄지 치켜 올리며 휘파람을 불어대는 제자들도 보였다. 엄마 아버지 생각이 왜 이토록 나는 걸까? 황홀하고 기뻐서 눈물인지 땀인지 마구 흘러내리는 방울들을 그대로 둔 채 우리는 감사의 인사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드렸다. 감동했다, 신선했다, 참 흐뭇하다며 관객들은 트윈 플라워즈의 웃음꽃을 마냥 피워 주었다.
=== 2013년 6월 ===
(퇴임기념 문집 중의 트윈 플라워즈 콘서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