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클래식 음악 오해와 편견잡기(1)
비구상 계열의 추상화를 눈앞에 둔 사람들은‘저 그림은 무엇을 그린 그림일까,사람일까,동물일까’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경향이 있다.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들 역시 음악이야말로 추상화보다 더 깊은 추상의 세계인데도,음악을 들으며 ‘저 음악은 무엇을 표현한 음악일까’하고 거기서 어떤 사연이나 배경,인간사의 스토리 같은 것을 찾아보려고 애쓴다.이것이야 말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와 편견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제 여기서부터 근본과 핵심을 이야기하고저 한다.
I_1.어느날 문득 찾아온 클래식
클래식FM을 들었더니 어느 순간 음악이 내 가슴을 쏘옥 파고들던 적이 있었다. 곡 이름도,작곡자도,아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그 음악이 갑자기 내혼을 흔들어 놓고야 말던 순간이 있었다.
어느 가을날 주차를 하고 창밖을 보니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휩쓸려 날리고 있을 때, 차에 틀어둔 FM음악이 나를 휘감아든다. 한참 동안 멍하니 차창 밖을 바라보며 음악에 끌려 앉아있는데 그 음악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몇 번 몇 악장이라 했다.
“우와~나도 클래식 음악에 가능성이 있는가 보다”하고 클래식 음악을 찾아 나서봤다. 바흐의<G선상의 아리아>도 들어봤고,엘가의<사랑의 인사>·쇼팽의<즉흥환상곡>·비발디의<사계>·모차르트의 오페라 아리아·베르디의<개선 행진곡>등등.....
이런 음악들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감동적이어서 우쭐해하면서 한동안 클래식에 푹 빠져 살았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3분짜리, 5분짜리, 8분짜리 정도 되는 음악에서는 그 아름다움에 빨려 들어가며 몰입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소나타니 교향곡이니 협주곡이니 하는30분, 40분 정도의 음악이 되면 잠깐 아름다운 음악이 들리다가도 금방 알아들을 수 없는, 느낌이 전혀 오지 않는 음악이 나타나서 곧 실증이 나게 되고 귀에 들어오지도 않아 어느새 내 마음이 음악을 떠나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그래서 “아!역시나 본격적인 클래식은 내 분수에는 맞지 않는가 보구나”하고 거기서 그냥 그 정도로 멈추어 버리고 말았던 경험을 몇 차례 반복했던 기억이 있었다.
바로 그것이다.
클래식의 단맛은 금방 감성으로 느끼고 황홀해질 수 있지만 얼핏 단맛이 쉽게 느껴지지 않는 음악에서는 클래식의 진정한 묘미를 느끼고 감동해 보는 수준까지는 미쳐 가보지 못한 채 아예 포기해버리거나 아니면 그 정도의 수준에서 쳇바퀴처럼 겉돌고 있는 바로 그런 상황 말이다.
클래식 음악의 진정한 가치를 향한 적극적인 상상력은 잠들어 있는 채 음악이 던지는 파문이나 여파에 감성으로만 반응하고 있는 그런 상황에서 이제 우리는 잠들어 있는 우리들의 상상력을 일깨워 클래식의 오묘한 세계를 찾아 나서는 길을 떠나고자 한다.
<출처:김승일「클레식의 오해와 편견」,PP.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