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5시부터 잠이 안와 산책을 나갔다
근 2시간 반 동안 쌍용동을 빙 둘러 로데오거리에서 이마트 나사렛대 쌍용동일하이빌을 거쳐 봉서산 쌍용공원을 거니는 신세가 되었다
결국 기운이 빠져 봉서산 생태공원 데크 위에서 대자로 뻗어 아침 하늘을 본다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과 청명한 새벽 하늘 그리고 싱그러운 고로쇠나무 이파리가 어울려 생기를 불러 일으킨다 아니 생기를 일으키고 있다 강요하다 생기를 일으켜야 한다 강압한다
그렇다 노자가 주장한 무위의 삶! 그것이 삶의 답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 부단히 염불을 외워도 우리네 삶은 또다시 색으로 빠져 온갖 사단칠정의 번민과 맞닥뜨린다 칠정의 기를 사단의 이로 다스려야 한다는 같잖은 학설은 그 자체로 나의 번민을 가져오고 나의 삶을 고통에 빠뜨릴 뿐이다
색은 그렇게 우리네 삶과 뗄래야 뗄수 없으니 공으로 돌아가라 누누이 역설하는게 아닌가
공으로 돌아가라는 그 말이 주는 역설의 크기만큼이나 우리에게 색은 자연스레 더 다가오고 또 중요해진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 꼴리면 꼴리는대로, 내 마음이 그 시각 그 장소에서 원하는 그 상태대로 내가 따르면 그 뿐인데 왜 우리는 거기에 이성이니 문명이니 양심이니 배움이니 등등 별별 그지같은 가치를 끌어다 연관시켜 그 자연스런 꼴림을 인위적으로 방해하려 하는가?
무위를 하자면 자연스레 자연이 원하는대로 내가 자연으로 되어서 그렇게 자연스레 자연이 되면 된다 다만 다른 자연에게 내 자연스러움이 피해를 주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무위로 돌아간다는 그 순간 나에겐 자연스러움을 잃게 되니 그것은 제대로 된 무위가 아니다 자연으로서 자연스럽게 이 생에서 살아가는 나의 흔적은 절대 다른 타 자연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없게 되니 그것이 한이로다
인생사 공수래 공수거라 하지만 그것은 태어나고 죽을때에 한해서지 살아있는한 우리네 입으로는 무엇인가를 넣어야만 삶이 유지되니 욕망을 버리란 말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다
오늘 과거 25년여전 첫 발령지인 당진에 있을 때 우리 아이들을 키워준 지인의 큰아들 결혼식이 있어 코로나19의 위험을 무릅쓰고 당진 설악웨딩홀을 찾아 출발했다
축하 후 오는 길을 죽동리와 면천 쪽으로 잡았다
먼저 과거 면천초 죽동분교에 들렀다 내가 이곳 면천에 첫 발령으로 임용되었을때 면천초 죽동분교장이어서 여러번 왔었다
지금은 교육청 산하 과학관 학습관 등으로 쓰였다 옆에 아미산 등산길이 있어 탐방센터 등으로 많이 개발이 되었다
건강에 좋다는 송이버섯을 파는 분이 등산객들을 맞는다 우리는 교정만 한바퀴 돌며 석훈이 어렸을때 찾았던 경험에 이야기꽃을 피었다 그때에는 모험훈련장이 있어 탐험하기 좋았다
그리고 1995년인가 면천초 아이들을 데리고 야영하다가 저녁에 비가 쏟아부어 물바다인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긴급히 구조하던 것들이 생각나 지금같은 시대면 뉴스를 타도 여러번 탔겠구나 생각했다
면천으로 왔다
첫 발령지 학교는 요즈음 면천읍성 복원계획에 의해 철거되고 면천현청을 복원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 다닐때 없던 풍악루라는 관아 문루가 세워져 있다 옛날 면사무소 자리였던 것 같다
교정 앞엔 역시 그 때엔 없었던 만세운동 추모비들이 세워졌다
당시 임간교실로 지냈던 은행나무는 아직도 건재하다
총각이라 당시 주사(학교아저씨)의 꾐에 빠져 자주 숙직을 했는데 혼자 숙직하다 보면 이 은행나무 아래에서 한밤중 두런두런 천년의 영혼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 밤새 혼났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학교 옆 군자정은 그대로 있었다. 총각 처녀들이 많아 학교가 끝나고 밤에 달을 보며 술잔 기울이던 과거모습 등 많은 추억들이 새록새록 솟는다
못지에 어미 잃은 청둥오리 새끼 두 마리가 우리 인기척에 놀라 허둥지둥 헤엄치는데 우리는 귀여워 죽을 지경이다
그 때는 몰랐는데 이 면천관아는 우리 선조 오시겸 할아버지가 부임을 해서 다스리던 과거도 있고 현재 묘도 옆마을 성상리와 양유리 사이에 있는 것 같다 연암 박지원도 이곳에서 치정을 보았다
곽중룡이 심은 연을 이제현이 칭송하는데 진흙에서 생긴 花實이 과연 군자같은 시내라며 극찬하는 내용인것 같다
군자정에서 안샘까지는 영랑효공원으로 시설이 바뀌었다
이 안샘은 복지겸과 관계하여 면천 두견주를 만들어낸 물이다
시문집 <운양집(雲養集)>에는 고려의 개국공신 복지겸이 병에 걸리자 그의 딸 영랑이 꿈에 나타난 신선의 말을 따라 아미산에 피어있는 진달래와 안샘에서 나온 물로 두견주를 빚어 아버지에게 마시게 했더니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가끔 두견주에 취하여 합덕 자취방에 못가면 학교관사에서 잠을 자고 출근했는데 관사 자리는 말끔이 없어지고 무슨 바람길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