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님은 군불을 넉넉히 지피고는 기다리고 계셨다.
계곡을 따라 들어오다가 마지막에 수직 절벽을 타고 오르는 겨울바람은 차갑고 세찼다.
암자 마당에 걸린 빨래가 응원하는 깃발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눈 쌓인 암자이지만 마음은 따뜻하고 편했다.
저녁공양을 하면서 뜬금없이 물었다.
“혼자 계시면 외롭지는 않습니까?”
“외로울 때가 있지요. 그런 마음이 일어나면 채전을 손보거나 산에 올라 나무를 하지요.
그러고 나면 그런 마음은 사라집니다.”
순수한 인간의 정이 느껴지는 말씀이었다.
노스님이 손수 만드신 음식은 참 맛있었다. 특히 된장찌개는 진미였다.
“내가 공양주를 오래했어요.
경전공부에는 흥미가 없었어요.
해산 큰 스님을 뫼시고 공양주도 몇 년을 했지요.”
해산스님!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인연이 닿았던 분들은
스님을 진정한 도인이라고 말씀하신다.
공양주를 했다면 가장 지근거리에서 모셨을 터이다.
해산스님의 행적이 궁금했다.
“그 분은 상(相)이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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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 그림자”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출처: 웹진 <마음> https://mahadohi.tistory.com/entry/천천히-읽는-명상제약산-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