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관(無門關) 구칙(九則)
대통지승불(大通智勝佛) 과거세 부처님.
본칙(本則) 역(譯)
흥양 양 화상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다. 대통지승불이 십 겁(劫) 동안 도량(道場)에 앉았어도 불법이 앞에 드러나지 않아서 불도를 이룰 수 없었다는데 이러할 때는 어떻습니까? 흥양 화상이 말했다. 그 질문이 매우 합당하구나! 스님 말했다. 이미 도량(道場)에 앉았는데 어째서 불도를 이룰 수 없었습니까? 흥양 화상이 말했다. 그가 부처를 이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興陽讓和尚, 因僧問, 大通智勝佛, 十劫坐道場, 佛法不現前, 不得成佛道時如何. 讓曰, 其問甚諦當. 僧云, 既是坐道場, 為甚麼不得成佛道. 讓曰, 為伊不成佛.
평창(評唱) 역(譯)
무문은 말한다. 다만 늙은 오랑캐가 깨달아 아는 것만 허락할 뿐 늙은 오랑캐가 알음알이로 이해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범부라도 만약 깨달아 안다면 곧 성인이요, 성인이라도 만약 알음알이로 이해한다면 곧 범부이다. 無門曰只許老胡知, 不許老胡會. 凡夫若知即是聖人, 聖人若會即是凡夫.
송(頌) 역(譯)
게송으로 읋다. 몸을 닦는 것이 어찌 마음을 깨달아 쉬는 것만 하겠는가? 마음을 깨닫고 나면 몸을 근심하지 않나니, 만약 몸과 마음을 모두 깨닫는다면 신선이 어찌 다시 벼슬자리를 받겠는가? 頌曰了身何似了心休, 了得心兮身不愁, 若也身心俱了了, 神仙何必更封侯.
사족(蛇足)
흥양선사(興陽禪師)는 백장선사(百丈禪師)의 오대(五代) 법손(法孫)이다. 위앙종(潙仰宗)을 창종(創宗)한 앙산선사(仰山禪師)의 삼대법손(三代法孫)이니, 그의 법력(法力)은 물어보나 마나다. 대통지승불(大通智勝佛)은 법화경(法華經) 화성유품(化城喩品)에 나온다. 무한한 과거 아승지겁전(阿僧祗劫)의 호성(好城)이란 나라의 부처였다. 출가전에는 16명의 왕자(王子)을 둔 전륜성왕(轉輪聖王)이었고, 수명은 540만억 나유타겁이며, 10소겁 동안 결과부좌(結跏趺)하고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으나 불법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도리천 사람들이 그를 위하여 보리수 아래에 사자좌를 마련하였고 이 자리에서 다시 10소겁을 선정에 들어 최상의 깨달음을 얻었다. 이때 시방의 각 500만억 부처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해와 달이 없는 캄캄한 곳까지 모두 밝아졌다고 한다. 왕자들은 아버지가 최상의 깨달음을 얻었다는 말을 듣고는 모두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었다. 그중 막내아들은 석가모니불의 전생이라고 한다. 일겁(一劫)도 수학적으로 헤아릴 수도 없는 시간인데, 십겁(十劫)을 도량에 앉아서, 참선하였는데도 왜? 성불하지 못했느냐? 가 승려가 묻는, 질문이다. 흥양선사가 답(答)은, 간단명료(簡單明瞭)하다. 그가 성불(成佛)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불(成佛)은 마음의 미오(迷悟)에 있다. 미혹(迷惑)하면 중생(衆生)이고, 깨달으면 부처다. 십겁(十劫)이 아니라 백겁(百劫)을 앉아 있어도 깨닫지 못하면 범부(凡夫) 중생(衆生)이라는 답(答)이다.
화옹(和翁) 송평(頌評) 역(譯)
십겁동안 대통지승불은 앉아 참선했으나 몸만 앉아서 십겁을 노고만 쌓았네, 자성을 깨달아 얻으면 찰나에 성불인데 무한한 공력 들였으나 허송, 세월만 보냈네, 十劫坐禪大通智 身座十劫積勞苦 悟得自性刹那佛 無限功力虛送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