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전기차 충전시설은 안전한가요
전기차가 많아지면서, 100세대 이상 기존의 아파트는 2025년까지 전체 주차면의 2% 이상을 전기차 충전시설로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기차 충전시설이 늘어나고 있는 중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로 인하여, 전기차 지하 충전시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청라지역 아파트의 전기차 화재는 주차 중에 일어난 화재이지만, 지하주차장에서 난 화재이기 때문에, 유독가스와 연기 배출이 어려웠고 아파트의 계단이나 승강기가 굴뚝이 되어 전체로 순식간에 퍼졌다. 지하주차장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화재 진압이 어려워서 자동차 140여 대가 전소되거나 불에 타고, 단수 단전이 되면서 피해가 커졌다.
각 공동주택들과 주민들은 충전시설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기자,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주차를 금지하자 등 논란이 일어나고 전기차 소유자들과 갈등이 불거졌다. 그러나 상가 건물이나 최근 지어지는 공동주택은 지상 주차공간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충전시설을 모두 지상으로 이전할 수도 없다.
이번 화재의 경우 지하주차장의 문제점도 있었지만, 화재 초기에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서 화재가 확산되었다. 전기차 화재 실험에서 화재 초기에 스프링클러를 작동하게 하자 불이 꺼지지는 않았지만 옆 차량으로 옮겨붙지는 않았다. 스프링클러 작동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의 정확한 지침이 없다 보니, 각 지자체들은 질식 소화포를 구비하도록 지원하거나,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기는 공동주택에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전기차 배터리 잔량이 90%를 넘으면 지하주차장 출입을 제한하는 등 비효율적이거나 중구난방 식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매탄동의 한 아파트의 경우도 지하 1층 주차장 출입구와 가까운 곳에 충전기를 설치하고, 질식소화포를 구비하여 화재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화재진압 실험에 의하면 불이 붙은 전기차에 질식소화포를 덮었을 때 온도가 약간 내려가긴 하지만 소화포 밖으로 폭발 위험이 큰 가연성 가스가 빠져나온다. 질식소화포만으로 화재를 진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소방방재 전문가들은 대용량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방화벽 등 차단 시스템과 배기 시스템을 개선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아가 안전한 리튬 배터리와 장비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청라지역 화재의 경우 스프링클러 작동이 멈추어서 피해가 커졌다. 작동이 멈춘 이유는 관리소 직원이 방재실 수신기로 화재 신호가 감지되자 스프링클러 정지 버튼을 누른 것으로 조사되었다.
통상 아파트에서 화재 경보가 울리면 주차장 피해와 주민 민원을 고려해서 먼저 스프링클러를 정지시킨 뒤 화재인지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화재 예방과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인지 따져보고 있다고 한다. 화재예방법에 따라 소방안전관리자는 관리소 직원들에게 소방훈련과 교육을 해야 할 의무가 있고, 관리소장은 소방안전관리자를 감독할 책임이 있다. 스프링클러가 있는데도 작동을 멈추어서 화재를 키운 것은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대응으로 인한 것이다.
정부는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를 위한 보조금만 지급할 것이 아니라, 전기차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방재 시스템에 대한 규정을 만들고 방재 시스템 구축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화재 예방과 대응에 대한 관리 규정을 개선하고 지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구채윤 주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