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수장 알자와히리의 죽음에서 얻는 교훈 이상호<소소감리더십연구소 소장> 나라가 정말 위험한 시기는 언제일까?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는 또 언제일까? 많은 사람이 적과 대치하고 있는 절박한 순간이라고 말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정말 위험한 시기는 다른 곳에도 있다. 그것은 바로 평화가 지속되고 있을 때이며, 전투에서 승리하고 난 직후 축배를 들 때이며, 위험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다. 전쟁이 사라지고 오랫동안 평화가 지속되면 국가의 위정자들은 국방을 게을리하며 국민도 전쟁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게 된다. 혹여 국가가 전쟁에 대비하여야 한다고 역설하여도 국민은 전혀 위험이 없는데 왜 전쟁위험을 내세우며 위기의식을 조장하느냐,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따지기도 한다. 또 전쟁의 위기의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위기 조장자들이라고 매도하기도 한다. 그래서 국방을 게을리하고 사람들은 평화를 구가하면서 즐기게 된다. 그러나 세계는 늘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다양한 형태의 전쟁의 연속이었다. 조선은 건국 후 200년간 큰 전란이 없었다. 그 결과 조선은 국방에 너무나 게을리하였다. 율곡 선생의 10만 양병론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었다. 그 결과는 임진왜란으로 인해 전 국토가 초토화되고 수많은 사람이 전장에서 희생되었고 왜군에 의해 유린당했다. 6.25 전쟁도 평화로운 휴일인 일요일을 택하여 김일성이 기습 남침을 해 왔다. 전국은 초토화되었다. 『히틀러시대의 여행자들』(줄리아 보이드, 이종인 역, 페이퍼로드)에 의하면, 독일의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수많은 사람이 베를린을 여행하면서 히틀러가 제공하는 여행 상품을 즐겼다. 당시 언론들이 히틀러의 광기를 걱정하는 보도를 하였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이 역시 평화의 이면에 숨은 침략의 야수를 평화의 시기에는 사람들이 믿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전쟁에서 승리하고 나면 군사들은 긴장을 풀고 축배를 들게 된다. 그러나 적은 바로 그 순간을 노리게 되어 있다. 축배에 가장 취해 있는 순간 기습을 해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노련한 장수는 축배의 순간에 늘 경계를 더욱 강화했다. 여러 역사적 사례에서 모든 위기의 씨앗은 평화를 구가하는 시간에 싹이 튼다는 것은 하나의 진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평화의 시기에 항상 위기에 대비하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한때 리더들의 필독서로 읽혀 왔던 스펜스 존슨의 책 『누가 내 치즈를 다 옮겼을까?』(이명진 역 진명출판사, 2000)도 치즈가 풍부하던 시기에 치즈가 영원히 풍족하리라고 믿으면 나중에 큰 낭패를 본다는 것으로 결국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정신을 일깨우고 있다. 그리고 위기를 감지한 순간 재빨리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9.11 테러를 설계한 이슬람 테러 조직 알카에다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24년간이나 그를 집요하게 추적한 미국 CIA에서 운용한 드론 ‘닌자 미사일’에 의해 살해되었다. 그는 용의 주도하기로 유명했다. 그러기에 24년간이나 고도로 발달한 CIA의 추적을 피해 온 것이었다. CIA는 1998년 그를 수배대상에 올린 후 2011년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추적했다. 알카에다 제1인자가 된 알자와히리는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미 정보국은 파악했다. 그리고 2021년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으로 그가 돌아올 것이라고 추측했다. 아프간 정권을 장악한 탈레반이 알카에다에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 CIA의 예상은 적중했다. CIA는 계속 추적한 끝에 알자와히리 가족이 수도 카불의 고급 주택가의 한 집에 거처를 옮긴 것을 알아 냈다. CIA는 위성과 드론을 이용해 이 주택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몇 개월 동안 집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는 한 남성이 가끔 발코니에 나와 한가롭게 독서를 즐긴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그리고 그가 바로 알자와히리라는 것도 알아냈다. 그리고 2022년 7월 31일 새벽 동틀 무렵 발코니에 나와 독서를 즐기던 그를 ‘닌자 미사일’이 날아가 난자해 버렸다. 이로써 24년간이나 미국 정보망을 피해 은닉하면서 알카에다를 지휘했던 용의주도했던 알자와히리는 죽었다. 알자와히리는 미 정보국의 추적을 왜 피하지 못했을까? 미군이 아프카니스탄에서 철수하고 난 후 경계와 긴장감이 느슨해진 탓이다. 이 역시 가장 위험하다고 여긴 요인이 사라졌다고 여기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임을 그는 잠시 잊었기 때문이다. 우린 이 일을 지켜보면서 테러리스트 알자와히리의 제거에 박수 칠 일만은 아니다. 지금 평화를 노래하는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이 시점에 북한에 대해 어떻게 대하고 그들에게 접근하며 그들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도 생각해야 한다. 평화의 제스처와 대화를 통한 교류는 늘 그들의 긴장을 완화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 또한 그 평화의 늪에 빠져 그들의 발톱을 모자 못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 우리 역시 평화를 노래하면서도 더욱 강한 경계심과 강한 발톱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중국의 움직임도 예의 주시해야 하며, 일본의 우호도 한편으로는 경계하여야 한다. 누가 뭐래도 국방력 강화와 경계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곧 진정한 평화를 지키는 길이리라. 알카에다 수장 알자와히리의 죽음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