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에 대하여--
지금은 흔적조차 사라져버린, 부산진역을 출발해 포항까지 145.8km를 빼어난 바닷가 절경을 보며
두 시간에 걸쳐 달리는 동해 남부선이 있었습니다.
1930년 개통당시의 출발역이었던 부산진역을 대신해 지금은 서면 로타리 인근 부전역에서 출발합니다.
이 존재감 없는 기차 노선은 훗날 이 땅의 중년 세대를 위무하고 울리는 대중가요의 결정적인 모티브가 됩니다.
검은 교복, 얼룩무늬 교련복에 양은 도시락을 넣고 김치 국물이 밴 가방 을 옆에 끼고 통학하던 시절이 있어습니다.
'낭만에 대하여' 노랫말이 이 기차간에서 탄생합니다.
최백호는 지금은 부산광역시에 편입된 동래군 일광면에서 성장기를 보냈습니다.
부친은 29세에 부산에서 2대 국회 의원을 지낸 최원봉님이었습니다.
최백호가 태어난 그 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머니는 일광 초등학교 교사로서 최백호를 홀로 키웠습니다.
일광역에서 동래를 거쳐 부산서면을 느릿느릿 오가던 동해남부선 통학 완행열차!
최백호가 청소년기에 짝사랑한 첫사랑 그 단발머리 소녀 박경희를 만나는 설렘으로
기차에 올랐던 역광장은 이젠 주차장으로 변했습니다.
이젠 십대의 수줍음과 설렘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대목입니다.
그 후, 결핵으로 군대에서 조차 쫒겨 난 20대 초반의 대책 없는 반거지 신세의
청년 최백호는 유일한 버팀대 였던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내마음 갈 곳을 잃었던" 시절, 밥만 준다면 뭐든 다 했습니다.
서면 동보극장 영화 장면을 그리는 일도 했고 간판도 그렸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그리던 솜씨가 지금 꽤 잘나가는 화가가 된 계기가 됩니다.
가진것 없어 굶주릴 당시 청춘을 저주하며 자주 들락날락거리던 동래시장 입구 거리가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던 농담사이 로/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던" 바로 그 거리입니다.
그때 여종업원에게 "LP 재킷을 달래서 보니까" 라는 연주곡,
"바바~밤 ~ 바바~밤~"이렇게 시작하는 곡을 한 스무번 이상 들었던 기억을
끄집어 내어 노래를 만듭니다.
부산항 제3부두 선착장, 지금은 국제선 선착장이 된 이곳, 그 시절 한 일본인 친구를 배로
떠나보낸 사연이 노랫말로 만들어집니다.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돌아 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라"는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이 됩니다.
'낭만에 대하여'는 이렇게 "왠지 한곳이 비어 있는" 중년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노래 입니다.
듣는 이에게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어서 느껴보라고 속삭입니다
.'지나간 시절을 조용히 생각해 보니 그것이 첫 사랑이었다'는 그런 말들과 고스란히 일치합니다.
아무도 기억않던 숨은 이야기를 가만히 생각하게 하는 노래,뒤돌아 보면 모두 그립고 아쉬운 시간들
돌아가고픈 그 시절들에 대해 추억해 보라고 속삭입니다.
흘러 가버린 세월... 낭
만은 아득하고 추회(追懷) 마저 아련히 긴긴 세월 속에서 야위어만 갑니다.
#낭만에 대하여# /최백호 작사,작곡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리 들어보렴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사이로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잊겠냐마는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음악 감상하시고 낭만, 추억을 생각하시면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종건 교장님이 주신 카톡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