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박정현
일제강점기 공출과 같은
날선 칼바람에 들키지 않으려고
아버지 손에 이끌려
시댁으로 들어가 아픔의 바닥이 되어갔다
전쟁터로 떠난
남편의 발자국 소리
열두 식구 대 가족에 눌린 막내며느리 짐은
아우성으로 잠들지 못한다
엉킨 실타래 풀어 가듯
고된 하루 일상도 애타는 기다림도
아슬아슬 지나온 어둠의 터널
차라리 돌이 되어라 주문 외우고
자식들을 이고 지며
한 땀 한 땀 이어 가는 세월의 바느질
풋풋한 청춘은
어디에도 없고 심한 성장통만 앓는다
마당에 주저앉아
새 되어 날고 싶다고 썼다 지우고
애처로운 노래 흥얼거리다
혼자 살아내는 방법을 터득하며
서러운 의혹들을 길가에 뿌려 날려 보낸다
내일은
가면을 쓴 신부의 몸짓으로 유혹하지만
자식의 울타리가 되어주기 위해
엉겅퀴의 길
그 가시에 찔리며 날마다 일어섰다
곡예사처럼
상사화
박 정현
떠오르는 빛을 향해
오롯이 피어오르는 꽃잎의 기다림
밤마다 총총 빛나는
별빛 닦아 그리움의 시간 사위어간다
생각할수록 더욱 선명하게 다가와
산 초록으로 가슴속 기운 머금고
함초롬 영글어가는 꽃잎의 붉디붉은 사랑
마음은
몰아치는 바람이 되고 출렁이는 파도 되어
꽃잎의 그리움이 빛 닮아가듯
그대 향해 손풍금을 뜯으며
오늘도 돌아가고 있다
미완의 노래 부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