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고 가는 40분 정도 가면 헬레실트라는 조그만 마을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작은 고개를 넘어 30여분 정도 가면 유럽에서 제일 깊은 호수라는 호닝달이라는 호수가 있는 그로다스를 지나 모그렌다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해 연어구이로 점심을 먹는다.
호닝달 호수를 끼고 조금 달리다가 조그만 고개를 넘으면 스트린, 로엔, 올덴, 인빅과 웃빅이란 피요르 주변에 있는 조그만 도시들을 지나게 되는데 동네 이름에 빅(vik)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면 바이킹과 연관이 있는 도시다. 호닝달 호수를 지나면 노르드 피요르를 만나게 되는데 그 주변의 마을들을 보면서 빙하박물관으로 간다.
바위에 세로로 나무 줄이 나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것은 나무가 자라면 바위에 겨우 뿌리를 붙이고 있던 나무들이 쓸려 내려오면서 생긴 자국으로 그 자국에서 나무가 자라면 또 흘러내리기를 반복해 생긴 것이라 한다. 뉴질랜드 밀포드를 가는 도중에도 이런 것을 본 기억이 있다.
1시간 반 정도 피요르를 돌아 고개를 넘어 뵈이야 빙하가 있는 골짜기로 들어간다. 이곳 주차장에서 내려 조금 걸어 들어가면 빙하가 보인다. 이 빙하는 세계에서 넓고 오래된 빙원(氷原)을 자랑하는 요스테달 빙원(면적 487㎢,빙원 두께 30~600m)의 끝자락으로 빙하는 만년설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눈이 오랜 시간 쌓여 견고하고 단단한 얼음덩이로 변하는데 불순물 중 파장이 짧은 파란색이 반사되어 파랗게 보이는(햇살 속에 다른 색들은 빙하가 모두 흡수하나 파란색은 흡수하지 못해 파랗게 보임) 것이다. 빙하가 녹아 생긴 작은 호수가 다 그렇듯 회옥색 빛을 띄고 있고 호수에서 불어오는 싸늘한 공기가 피부에 와 닿는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면 빙원과 빙하를 같이 볼 수 있겠지만 아래서 위를 보기 때문에 보이는 그리 넓지 않아서 우리가 흔히 상상하던 그런 빙하의 모습은 아니다. 수백만 년 전부터 생긴 빙하는 계곡과 빙하호수, 피오르들 만들었지만 지구 온난화로 점점 녹아 내려 상당부분 사라졌고 머지않아 자취를 감출 것이다. 이 빙원의 한 자락이었던 브릭스달 빙하는 녹아 사라져 볼 수가 없고 뵈이야 빙하는 멀리 빙하의 끝자락만 보이고 빙원은 보이지 않는다. 뵈이야 빙하는 남미여행 시 보았던 모레노 빙하의 위용에는 견줄 수 없지만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두 빙하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한 모습들이 안타깝다.
빙하에서 버스를 타고 조금 가니 빙하 박물관에 이른다. 이 박물관은 빙하가 있는 계곡의 송네 피요르 한 끝에 있는 피얼란드에 있는데 1991년에 개관되었다. 박물관은 단층의 자그마하고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주변 마을과, 들판, 높은 산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건물은 지구의 온난화의 영향으로 조금씩 사라져가는 빙하를 안타깝게 생각한 노르웨이 공주가 약 20억원을 출자하고 ,스베레 펜이라는 노르웨이의 건축가가 스칸디나비아의 자연암석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콘크리트와 자연의 환상적인 조화를 보여주는 건축물로 죽기 전에 꼭 봐야할 건축물이라고 한다. 입구에는 맘모스를 재현한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빙하 및 기후변화에 관련된 자료들을 모아 전시도하고 빙하기에 살았던 맘모스나 북극곰 그리고 1991년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경계에 있는 외치달 알프스의 빙하에서 발견된 5,300년 전 사람인 외치의 모형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상해를 당하고 도망치다가 얼음에 빠져 죽어 그대로 보존되어 DNA까지 복원이 가능할 정도로 완벽하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내부 전시물들은 짜임새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고 매우 단조로워 눈으로만 대충 흝어보고 밖으로 나온다.
다시 버스에 올라 오늘의 숙소인 래르달로 향한다. 빙하박물관에서 송달(songdal)이란 작은 도시를 지나 송네 피오르 한쪽 끝 만헬러에서 페리를 타고 포드네스까지 간 후 다시 버스를 타고 래르달로 향하게 된다. 송네 피오르의 최대 수심은 1,307m로 피오르 중 가장 깊다고 한다.
만헬러와 포드네스를 왕복하는 페리선
노르웨이 도로를 달리다 보면 졸음 방지 경고판이 종종 보이는데 졸음으로 몽롱해지면 이렇게 보인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다.
레르달 지역은 과거 노르웨이 동부와 서부 간의 무역 중심지였으며, 긴 피오르인 송네피요르(Sognefjord)의 입구 근처에 위치해 있어 해상운송을 통해 물품들이 내륙까지 운반되었다고 한다. 레르달(Lærdal)라는 이름은 마을을 흐르는 레르(Lærr)강과 "계곡" 또는 "골짜기"를 의미하는 달(dal)을 합성한 것으로 래르 강 골짜기란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래르달은 조용한 시골마을로 하루 쉬어가기 좋은 곳처럼 보인다. 마을 중턱에 아름다운 Stødnafossen 폭포가 있어 둘러보면 좋을 것 같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다. 다운타운에는 대형 마켓과 여러 상점들이 있어 여행에 부족한 물품들을 보충하기에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