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1월30일 농어업 농어촌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산림생태 복원방안 토론회에서 우종영 선생님이 주제 발표한 글입니다.
산불, 복원과 시민 참여 방안
부제 : 나무의 언어로 본 산불피해지의 치유와 회복
발표자 : 우종영
심각한 산불의 대형화 추세
1. 산불의 심각성
25년 12월 30일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이 최근 10년 새 0.9도 상승했다고 합니다. 1910년대에서 2010년대까지 100년 동안 1.9도 상승하였는데 201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단 10년 동안 0.9도가 오른 것입니다. 폭염일수, 열대야일수 등,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여러 다른 지표들도 지난 10년 사이 덩달아 상승했습니다. 산불 또한 이 수치와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발생한 대형 산불
2017년 : 1,017ha 강릉, 삼척
2019년 : 1,757ha 고성, 속초
2020년 : 1,944ha 안동시 풍천면일대
2022년 : 24,797ha 울진, 삼척 9일 만에 진화 최장시간
2023년 : 4월4일 전국8곳 동시다발 홍성, 대전, 당진 영주 함평 등, 4월11일 강릉
2025년 : 99,490ha 안동 의성 청송, 영덕지역
2. 산불 후 현재의 현황
이번 25년 경북지역의 산불은 서울시 면적의 1.7배 전국토의 100분의1에 해당하는 10만ha에 달합니다. 왜 그렇게 많이 탔을까요? 25년 10월 10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어담리를 방문하였습니다. 불을 막아줄 방화벽은 없고 지형은 마치 말달리기에 좋은 광야 같았습니다. 그래도 사방은 녹색입니다. 그러나 풀은 났지만 숲이 돌아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시 많은 산초나무가 무성하고 덩굴식물인 칡이나 바람에 씨앗이 날아오는 미역줄나무, 사위질빵이 정착하면 오히려 나무들이 정착하는 데 시간만 더딜 뿐입니다. 원인은 반복됩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만 안고 돌아왔습니다.
3. 지형과 산불과의 관계
말달리기에 좋은 지형은 바람이 달리기에도 좋습니다. 내륙에서 머물던 산불이 순식간에 해안을 덮친 이유도 지형과 관계가 깊습니다. 연소의 강도는 고도가 높고 경사가 급할수록 약해집니다. 따라서 고도와 산불의 강도는 반비례합니다. 이번 경북지역에서 불이 빠르게 번져나간 주요인은 강한 바람과 낮은 지형도 한 몫을 했습니다. 이런 지형일수록 내화수림대의 조성이 절실히 필요한 곳입니다.
내화수림대 조성이 절실하다
1. 내화수림대(耐火樹林帶)란
내화수림대는 산불이 났을 때 불이 번지는 속도를 늦추거나 막기 위해, 불에 잘 타지 않는 나무(내화수목)를 심어 조성한 숲으로, 산불의 확산을 차단하는 방화벽 역할을 하는 숲을 말합니다. 특히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림 지역의 외곽에 조성하며 굴참나무 등 활엽수를 혼합하여 산불 피해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내화수림대를 조성하면 소나무 숲에서 수관화로 번져오던 산불이 내화수림대에 막혀 더 이상 수관화로 확산되지 못합니다. 그러면 산불은 지표화로 진행되면서 화염의 강도가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이 경우 산불로부터 발생하는 열에너지가 함께 줄어들기 때문에 건축물 등이 쉽게 타지 못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내화수림대의 조성은 마을이나 도로 ,저수지, 중요시설 등으로 부터 일정한 구간이며 이번 도토리 심기의 해당지역입니다.
2. 내화수림대의 조건
①불에 강한 수종 ②근계의 다양성 ③생태계 서비스
3. 내화수림대 내에서 자연복원 시 맹아림 문제
산불 발생 후의 맹아림은 주로 내화수종인 굴참나무와 신갈나무가 주를 이루며 형태적 특징은 다간형을 이루며 자랍니다. 다간형은 일시적으로 자연회복이 빠른 것처럼 보이나 자람에 따라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서로 밀며 찢어지는 경향이 있어 폭우나 습설 시 재해에 약한 숲이 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맹아림은 왜림화 되고 가지들의 교차로 인해 마을 사람들의 출입이 제한되게 됩니다.
산불피해지에 맹아는 주로 굴참나무나 신갈나무에서 출현하며 이런 맹아림으로 이루어진 숲은 재난에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맹아림은 산불 후, 초기에는 산사태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위험해지기에 어떤 방법으로 복원을 하든 내화수림대에 해당하는 곳의 맹아지는 정리되어야 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맹아 사이에 파종조림을 해야 합니다.
도토리 생태 이해하기
1. 도토리 의 특성
첫째, 휴면을 하지 않는다. 도토리는 온대지방에서 휴면을 하지 않는 특이한 종자입니다. 따라서 채파(채취하여 바로 파종)를 해야 하며 겨울이 오기 전 뿌리를 내려야 하므로 9월 말까지는 심어야 합니다.
둘째, 수분함량이 많다. 수분함량이 많은 종자는 말리면 원형질막이 파괴되므로 일시적으로 갈무리를 하더라도 수분유지를 시켜주어야 합니다.
셋째, 전분종자다. 전분종자는 지방 종자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므로 오래 묵혀두면 에너지를 다써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채파를 해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2. 왜 직파를 해야 하는가
일부에서는 포트재배를 하여 임지에 심는 경우도 있지만, 3, 4월은 바람이 많이 불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기에 반드시 물을 주어야 합니다. 한편 산불지역의 토양은 유기물층이 타거나 빗물에 씻겨 광물질만 남은 사막과 같은 상태이므로 척박하고 건조합니다. 육묘된 모종을 심을 경우, 이에 대비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므로 경비는 물론 많은 인력이 소요 됩니다. 따라서 직파가 여러모로 경제적이며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3. 어떤 도토리를 수집해야 하는가
참나무 6형제 중에서 산불지역의 특징인 건조와 척박함을 견딜 수 있는 나무는 굴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입니다. 이들 중 신갈나무가 가장 흔하고 순림을 이루므로 수집하기가 수월하며 떡갈나무는 바람이 많이 부는 능선에서 가끔 만날 수 있는 나무라 신갈나무와 섞여 수집해도 무방합니다. 한편 굴참나무는 남사면이나 남서사면에 주로 서식하는데 위로는 신갈나무와 겹치고 아래로는 상수리나무와 겹치기 때문에 굴참나무 열매만 수집하기에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숲이 깊숙이 들여다보이는 겨울에 굴참나무 열매만 수집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해놔야 합니다.
4. 어떻게 심어야 하는가.
적지적수 개념을 실천하기 위해 굴참나무는 남쪽 또는 남서사면, 신갈나무는 그 이외 지역에, 상수리나무는 마을 인접지 비옥한 토양에 심으면 됩니다. 단 아무리 적지적수를 지킨다고 해도 척박하고 건조한 곳에 그냥 심을 수는 없습니다. 용도에 맞는 토양 보습제 일정량을 흙과 섞은 후, 도토리를 심고 물을 주어야 합니다. 물은 단 1회로 끝나며, 투입량은 흙 1리터에 토양 보습제 5그램이면 충분합니다.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1. 채종림 확보
현재 참나무류의 채종림은 1.4ha에 불과하다고 하며, 이번 경북지역의 피해지의 5%만 내화수림대로 조성한다고 해도 5천ha에 심을 도토리가 필요합니다. 이 면적은 축구장 7천여 개에 해당하는 면적입니다. 가장 필요한 굴참나무의 군락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굴참나무 군락을 조사하고 대형 산불이 난 해에는 일시적으로 채종림 지정을 하여 수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2. 안내자 양성
수집과 파종 기간이 한 달 정도로 짧기 때문에 단기간에 수집과 파종이 이루어지려면, 서식지 파악과 참여자의 교육이 사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생태적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사전 답사를 통해 수집 장소를 확보한 다음, 참여를 원하는 이들을 사전에 교육하고 지역 단위의 조직을 통해 수집과 동시에 파종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전문성 문제는 전국에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숲길등산지도사, 나무의사 등 생태교육을 받은 사람이 많으므로(22년기준 28,000명) 이들을 교육시키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집 및 파종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안내할 수 있습니다.
3. 시민참여
전 국민이 나서야 하는 이유는 산불 피해지역이 넓어 특정 도토리의 수요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 복구에 사용되는 도토리는 굴참나무나 신갈나무가 필요한데 굴참나무는 대규모 군락이 많지 않고 소규모로 일정 지역에서 서식하므로 소수 인원의 참여로는 수집에 실효성이 없으므로 많은 국민이 참여해야 가능합니다.
4. 정책적 뒷받침
시민들의 복구 의지가 헛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임지정리, 경제적 보상, 가치 인정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정책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합니다.
첫째, 임지정리.
시민들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임지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합니다. 무분별한 진입은 2차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지자체가 임지정리를 통해 시민 참여가 가능한 '시민 복원의 숲' 구역을 별도로 지정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타버린 나무(고사목) 중 도복 위험이 있는 나무를 미리 정리하고, 토사 유실 방지를 위한 공사를 마친 상태에서 시민들이 나무 심기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부지 정리 사업을 우선 집행해야 합니다.
둘째, 경제적 인센티브 및 물류지원.
참여에 따르는 개인의 비용 및 보습제 구입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실질적인 지원책입니다. 활동비 및 물품 지원: 봉사자들에게 단순한 식비 외에도 활동에 필요한 장화, 장갑, 묘목, 삽 등 복구 키트를 무상 제공하거나, 지역 상품권을 지급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와 연계합니다.
셋째, 사회적 가치 인정.
봉사점수 및 경력 증명은 시민들의 땀방울을 공적 기록으로 남겨 자긍심을 높여주는 제도입니다. 1365 자원 봉사 포털이나 VMS를 통해 산불 복구 활동 시간을 엄격히 관리하여야 합니다. 이를 취업이나 진학 시 활용할 수 있는 '생태 복원 참여 확인서'로 발급하여야 합니다. 우수 참여 시민이나 단체의 이름을 복구된 숲 입구에 기념비로 새기거나, 정부 포상 기회를 확대하여 사회적 예우를 다해야 합니다.
기대 효과
1. 재해극복
첫째, 산불피해지역을 답사해 보면, 주로 굴참나무만 피해를 덜 입고 생존해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불에 잘 견디는 수종으로 산불의 비화를 막아 마을이나 중요시설의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둘째, 참나무 종류 중 굴참나무와 신갈나무는 직근이 발달하므로 타 수종과 어울려 다양한 근계를 형성함으로 산사태 방지나 토사유출을 억제함으로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합니다.
셋째, 맹아림을 극복하여 산간주민의 출입 용이합니다.
2. 경제성
첫째, 용재생산. 굴참나무는 완만통직하고 무절간재하므로 용재용으로 적합합니다.
둘째, 코르크 생산. 굴참나무는 주기적으로 코르크 생산이 가능하므로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셋째, 표고목 생산. 굴참나무와 신갈나무 간벌목은 최고 품질의 표고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3. 생태계서비스
도토리를 심으면 수원함양 외에도 생태계의 안정성, 야생동물의 먹이원 조기 확보의 효과가 뒤따릅니다.
산림과학원의 발표에 의하면, 2020년 기준 산림의 공익기능은 총 259조 원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이번 평가액은 직전 평가 연도인 2018년 기준 평가액 221조 원보다 약 38조 원이 증가한 수치이며, 국민 1명당 연간 499만 원의 혜택을 받는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이 평가액은 2020년 국내 총생산의 13.3%, 농림어업 총생산의 8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산림의 공익기능 평가는 온실가스 흡수·저장, 수원함양, 토사유출 방지, 산림휴양, 생물다양성 보전 등 기존 12개 기능을 평가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의 약 63.5%가 산림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숲으로부터 충분한 생태계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만 잘 살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혜택을 산불이 가져갔습니다. 산에 도토리를 심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4. 국민대통합
IMF 당시 국민들은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며 장롱 깊숙이 넣어둔 금붙이를 꺼내 경제 주권을 지켜냈고,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에도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매서운 겨울 바닷바람 속에서 맨손으로 기름 찌꺼기를 닦아내는 숭고한 헌신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누구의 강요도 아닌, 오직 자발적인 의지로 모인, 뜨거운 연대는 불가능해 보였던 경제 회복과 생태계 복원을 단기간에 이뤄냈습니다. 이러한 성숙한 시민의식은 단순히 재난을 극복한 것을 넘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았습니다. 이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는 강력한 사회적 자본이자, 우리 민족의 영원한 자긍심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왜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을까요? 불에 검게 탄 나무와 기름 범벅이 된 조개들과 바위가 오버랩 되었기 때문입니다. 금 모으기와 태안의 기적이 그러했듯, 산에 도토리를 심는 일은 피해지역 주민들과 전 국민이 다시 한 번 하나로 뭉치는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과거의 재난을 극복했던 그 뜨거운 심장으로, 이제 검게 그을린 산에 희망의 나무를 심읍시다. 그러면 우리가 함께 심은 그 자리에 진정한 국민대통합의 꽃이 피어날 것입니다.
모니터링 및 토론 제안
토토리 심기 운동이 성공적으로 진행, 수행되기 위해서는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① 표지기 설치, ② 방형구 설치, ③ 발아율 및 생육 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아울러 다음과 같은 문제도 의견을 모으고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이에 토론회를 제안합니다. ①내화수림대에 적합한 수종, ②맹아림 문제, ③채종림 확보 ④.시민과 활동가들의 참여 방안.
맺음말
以能順木之天(이능순목지천)
以致其性焉爾(이치기성언이)
나무의 천성에 잘 따르고 순종하여 그 본성을 다하도록 한다.
유종원의 종수 곽탁타전에 등장하는 글입니다. 그가 심은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늘 이렇게 대답하였다지요. 그의 비법은 결코 거창하지 않습니다. 그는 그저 나무의 천성을 따르고, 뿌리를 잘 펴준 뒤 본래 살던 흙을 북돋아 주어 나무가 스스로 자라게끔 돕는 것뿐이었습니다.
산불로 검게 그을린 땅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일 또한 이와 같아야 합니다. 단순히 녹색을 채우기 위해 심는 것이 아니라, 곽탁타처럼 적지적수(適地適樹), 즉 땅의 성질에 맞는 도토리를 골라 정성껏 심어야 합니다.
우리가 오늘 내딛는 이 작은 걸음이 곽탁타의 지혜와 맞닿을 때, 불탄 산은 비로소 자생력을 회복할 것입니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정직한 노력을 통해, 훗날 우리 후손들이 짙푸른 그늘 아래에서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건강한 숲을 물려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첫댓글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자료로 활용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