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명동성당 홍희원 사도요한
삶으로 피워낸 신앙의 향기
신금철 수산나 |서부 자비의 모후 Co. 명예기자
아름다운 헌신(獻身)과 여정
신앙은 화려한 말의 고백보다 일상 속에서 묵묵히 실천하는 삶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 누군가를 하느님께 인도하는 일,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기꺼이 손을 내미는 일,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는 일은 모두 깊은 사랑에서 비롯된다. 성모님의 군단 레지오 마리애 안에는 바로 이러한 사랑으로 조용하지만 향기로운 신앙의 꽃을 피워내는 이들이 있다.
청주교구 봉명1동 성당(주임신부 반영억 라파엘) 치명자의 모후 Cu. 직속 ‘상아탑 Pr.’은 여덟 명의 남성 단원이 굳건히 활동하며 공동체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이들이 한마음으로 모여 기도하고 봉사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단장 홍희원 사도요한 형제의 남다른 열정과 헌신이 있었다. 2005년 5월 15일 세례를 받은 직후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한 그는 회계, 서기, 부단장을 거쳐 단장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의 신앙 여정은 단순히 직책을 맡아온 시간이 아니라,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이웃에게 돌려주기 위해 한 걸음씩 걸어온 아름다운 헌신이었다.
위기를 희망으로 일구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지나며 한국 천주교회는 신자 수 감소와 냉담자 증가라는 큰 도전에 직면했다. 기존 단원들의 감소와 신규 단원 영입의 어려움은 많은 레지오 단체가 함께 겪는 현실이었으며, ‘상아탑 Pr.’ 역시 해체 위기를 걱정해야 할 만큼 심각한 운영난을 겪었다. 홍희원 사도요한 형제는 결코 주저앉지 않았다. 오히려 어려울수록 마음을 더욱 굳게 모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단원 확보에 온 힘을 기울였다. 이웃과 교회, 직장 등 어디에서나 기회가 닿을 때마다 레지오의 참된 의미를 알리고 참여를 권유했다. 말로만 신앙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올곧은 신앙인의 삶을 살아가며 행동으로 가치를 증명했다.
그는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작은 가능성에도 희망을 걸며 묵묵히 나아갔다. 오늘날 여덟 명의 남성 단원이 함께 호흡하는 ‘상아탑 Pr.’의 모습은 포기하지 않은 단장의 기도와 노력이 맺어준 찬란한 결실이다. 진정한 리더란 앞에서 지휘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어려운 순간에 책임을 짊어지고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길을 걸으며 다른 이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사람임을 그는 삶으로 보여주었다.
선교의 열매
홍희원 형제가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에는 동생의 영향이 컸다. 작가이자 레지오 꾸리아 단장을 지낸 열정적인 신앙인인 동생은, 직장생활로 바쁘다는 핑계로 입교를 미루던 형을 따뜻하게 하느님께 인도했다. 자신에게 신앙의 길을 열어준 동생에게 늘 깊은 감사를 품어온 그는, 그 은총의 소중함을 알기에 다른 가족과 이웃에게도 그 사랑을 전하고자 했다. 하지만 가까운 가족에게 신앙을 권하는 일은 조심스럽고 때로는 갈등을 유발할까 두려운 일이었다. 그때마다 그는 ‘내 가족도 하느님께 인도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이를 인도할 수 있을까?’라는 깊은 물음과 마주했다. 이 고민은 그를 포기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용기를 내게 했다.
그는 억지로 설득하기보다 자신의 삶으로 신앙을 증명하기로 마음먹었다. 형제들을 자주 만나 시간을 보내고, 성당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며, 신앙 안에서 평화롭게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진솔하게 드러냈다. 묵묵히 기다리고 사랑으로 다가간 그의 진심은 굳게 닫혀 있던 가족들의 마음을 서서히 열었다. 그 결과 사촌 형제들과 지인 등 열 명이 넘는 이들을 하느님의 자녀로 인도하는 풍성한 결실을 거두었다. 한 사람을 하느님께 인도하는 것은 단순히 성당에 발걸음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위로와 희망을 찾는 사랑의 다리를 놓아주는 일임을 그는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어나는 사랑
그의 헌신은 선교에만 머물지 않았다. 매주 주일미사 시간이 되기 전, 그는 남들보다 훨씬 일찍 집을 나선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성당과 거리가 멀어 미사 참례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과 신자들을 태우기 위한 차량 봉사를 위해서이다.
주일 아침 골목골목에서 그를 기다리는 신자들의 얼굴에는 반가움과 평온함이 가득하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그의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하느님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는 고마운 손길이자 따뜻한 위로이다. 도움을 받는 이들에게 그가 내미는 손길은 일주일을 살아갈 힘과 신앙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희망이다.
그는 P 중학교에서 5년째 학교 지킴이를 하며 학생들의 등하교 때 안전을 돕고, 도로 청소를 하는 등의 봉사로 학생들과 인근 주민의 칭송도 받고 있다. 더욱 감동적인 점은 그 자신 역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연로한 나이(1950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봉사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기쁨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칭찬을 바라거나 이름을 알리기 위함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곳에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채워온 그의 선행 덕분에 본당 신자들 사이에서 그는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린다.
거룩한 봉헌
큰일을 해야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소외된 이웃을 기억하는 마음, 누군가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배려,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충실하게 살아가는 그 모든 과정이 곧 하느님께 드리는 가장 거룩한 봉헌이다.
홍희원 사도요한 형제가 지금까지 그러했듯 앞으로도 건강과 기쁨 속에서 이웃을 향한 사랑의 길을 아름답게 걸어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