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바리와 옴파리 Ⅰ
중국에 사는 조선족 동포들과 함께 술을 마셔 보면, 으레 “술 마십시다” 하는데 그분들은 “굽을 냅시다” 한다. 굽이란 잔 밑에 붙어서 그 그릇이나 잔이 흔들림 없이 놓여지게 하는 둥근 받침을 말하고, 굽이 달린 그릇을 굽달이라 한다. 그러므로 굽을 낸다는 말은 잔을 비워서 굽이 보이게 하자는 말이다. 그런데 굽을 내잔다고 넙죽넙죽 굽을 내다가는 네 굽으로 기게 되는 수가 있다. 독한 백주(白酒)에 취하면, 더구나 중국 땅에서는 대책이 없다는 것을 마음에 새길 일이다.
우리가 밥을 담아 먹는 그릇에는 사발이나 주발이 있다. 사발(沙鉢)은 사기로 만든 것이고, 주발(周鉢)은 놋쇠로 만든 것인데, 주발 뚜껑은 복지개나 복주깨라고 한다. 방짜는 품질이 좋은 놋쇠를 두드려 만든 놋그릇, 통은 품질이 나쁜 놋쇠를 가리키는 말이고, 바리는 놋쇠로 만든 여자의 밥그릇을 말한다. 통으로 만든 바리를 동바리라고 하는데, 무엇을 부탁하다가 매몰스럽게 거절을 당하는 것을 ‘동바리맞는다’고 한다. 동바리로 맞으면 아프기는 꽤 아플 것 같다. 사기로 만든 작고 오목한 바리는 옴파리라고 하는데, 오목오목하고 탄탄하며 예쁜 것을 가리켜 ‘옴파리같다’고 한다. 같은 바리라고 해도 이렇게 음지가 있고 양지가 있는 것이다.
중이 쓰는 나무 밥그릇은 바리때라고 한다. 나무로 된 식기를가리키는 말로는 바리때 말고도 두가리가 있는데, 고양이 밥그릇을 가리키는 두가리와 헷갈리기 쉽다. 개의 밥그릇은 다른 이름이 없어서 그냥 개 밥그릇이라고 해야 할 것 같고, 말이나 소의 밥그릇은 우리가 잘 아는 구유다.
보시기는 김치나 깍두기를 담는 작은 사발이고, 보시기보다 입이 훨씬 더 벌어진 반찬 그릇은 바라기라고 한다. 김칫보는 김치를 담는 보시기인데, 조칫보는 김칫보보다 조금 크고 운두가 낮아서 조치를 담는 데 쓰는 보시기다. 조치는 국물이 바특하게 많은 찌개나 찜 같은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운두는 그릇의 울의 높이를 말하는데, 그릇의 가를 둘러싼 부분이 울이다.
물이나 술을 흘리지 않고 잘 따를 수 있도록 그릇의 입에 조금 내민 부리를 귀때라고 하는데, 귀때가 붙은 그릇이 귀때그릇이고 귀때그릇에는 귀때항아리, 귀때병, 귀때동이 같은 것들이 있다. 동이는 양옆에 손잡이가 있어서 물 긷는 데 쓰는 질그릇인데, 서양식 동이인 양동이는 손잡이가 옆이 아니라 위에 달린 것이 동이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동이의 손잡이같이 그릇에 달린 손잡이는 걸손이나 들손, 또는 족자리라고 한다.
동이보다 비슷하되 조금 작은 그릇은 방구리인데, 술집에서 막걸리나 동동주를 담아 쪽박을 띄워 내오는 그릇이 바로 방구리다.
기억해 둘 만한 도사리들
두가리 나무로 된 식기.
바리 놋쇠로 만든 여자의 밥그릇.
옴파리 사기로 만든 작고 오목한 바리.
운두 그릇의 울의 높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