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 구간 중 태백산 구간을 빠졌다. 도래기재에서 화방재까지 한번에 치는 무박 구간은 사정이 있기도 했고 겁도 나 다른 구간을 했고 곰넘이재에서 한번 끊는 산행도 참가하지 못하여 빠진 구간이 되었다.이번에 한 산악회에서 14일과 28일 두 번에 걸쳐 종주하는 케이스가 있어 우선 도래기재 - 구룡산 - 곰넘이재를 따라갔다. 7시30분 신갈. 대간 산행치고 아니 일반 산행이라도 늦게 출발한다 싶었다. 1시간만 일찍 출발해도 좋으련만. 그러나 친목 산악회도 아니고 상업 산악회라 무어라 말할 처지도 못 되었다. 신갈에서 탑승하니 만차에다 세사람은 임시 간이 의자를 놓고 간다.
용인 휴게소에서 아침을 제공한다. 제천 IC에서 나와 영월 쪽으로 가는 것 같다. 그리고 춘양, 봉화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구절양장이다. 높은 산길을 거의 360도 회전하며 오르고 내리니 심하게 차멀미가 날 정도이다. 전에 도래기재에서 올 때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심하게 높은 재를 오르내린다. 10시 50분 우구치 휴게소에서 잠시 멈췄다가 도래기재 도착. 11시 5분 산행 시작. 이번에도 우물쭈물하다가 선두에 합류하지 못하여 후미로 처진다. 고생깨나 하겠다. 오늘 날씨가 아주 쌀쌀하다 해서 걱정했는데 예상외로 햇빛이 따스하고 바람도 심하지 않다. 처음엔 가파른 오르막, 숨을 가쁘게 한다. 첫 번째 임도를 지나고 12시 허물어진 작은 헬기장,12시 18분에 두 번째 임도를 지난다. 이곳은 첩첩산중, 인공물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산,산,산, 나무,나무,나무다. 개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닭 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청정 자연의 깊은 산길을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부드러운 흙위에 쌓인 낙엽을 밟으며 걷는다. 이보다 더 기분 좋은 숲길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이 산악회 산꾼들은 빠르다. 영산회 산꾼들 보다 훨씬 빠른 것 같다. 아무래도 선두를 따라 잡을 수가 없다.
12시 50분, 이 구간에 종종 설치되어 있는 나무 평벤치에 앉아 잠시 쉬며 약간의 간식을 먹는다. 이어서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선두 회원들이 둘러 앉아 점심을 먹는 구룡산 정상이다. 13시 10분. 1435.7미터. 도래기재 5.5km, 태백산 14.2km 표지판이 있다. 나도 왕뚜껑으로 점심을 먹는다. 밥을 먹는 것 보다 시간이 좀 단축되는 것 같다. 내가 도착할 때는 이미 출발하는 회원도 있다.
13시 35분 점심을 마치고 회원들이 단체 사진을 찍는다고 하는 사이 나는 먼저 출발한다. 곰넘이재3.7km라는데 나눠준 프린트는 3km로 되어 있고 여기 표지판은 구룡산 1.3km, 곰넘이재 3.65km로 되어 있으니 이상하다. 내가 선두로 출발했으니 회원들 사진 찍고 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한동안 선두에 설 줄 알았는데 이내 여자 회원들이 바람같이 달려 와 나를 앞지른다. 민망한 EDPS를 거침없이 주고 받으며 번개같이 내달리니 상당한 경공의 고수들이라서 이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영영 따라 잡을 수가 없다. 이 산악회 계속 따라가기는 어렵겠다 싶었다.
14시30분, 곰넘이재에 도착하고 이어서 대간 마루금을 벗어나 임도를 따라 애당리로 향한다. 15시 15분 버스에 도착 산행을 마치고 16시 10분 버스가 출발한다.
오는 길 무지하게 막힌다. 10시 반은 되어서 도착하니 아침 저녁 버스에서 10시간 넘게 보낸 셈이다. 4시간 10분 산행하고 10시간 넘게 버스타니 참 비효율적이다. 대간 종주 끝내면 이런 산행 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