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우면서도 우습지 않은 퀴즈가 있습니다.
"인생에서 없는 것, 세 가지는?"
뭘까요? ..... 첫째, 공짜이고요, 둘째, 비밀이고요, 셋째, 정답이랍니다.
맞습니까? ... 아니 그럴 듯 합니까?
어느 정도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하시고 여러 가지 맛을 보신 분들은 이 퀴즈에 어쩌면 쓴 웃음을 지으실 수도 있고, 냅다 무릎을 치며 "그렇네!" 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존 윌리암스의 <<스토너>>를 읽고 나서 ..... 왜 하필 이 퀴즈가 생각났을까요?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소설에서 설명과 묘사에 대한 탐구심때문이었습니다. 좋은 묘사를 구사한 소설이 훌륭한 소설이라는 어느 지인분의 말씀과 그에 대한 추천으로 이 책 <<스토너>>를 알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이 두꺼운 책의 책장을 넘기기까지는 좋은 글벗의 영향도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 읽고 난 지금 .... 두 분께 먼저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주인공의 아련한 죽음을 바라보게 되는 저는 다시 첫 장면의 주인공, 스토너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아무 특별할 것이 없는 특징을 가진 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스토너가 왜 이렇게 작가에 의해 특별하게 조명되어져야 할까? .... 그게 제가 겉으로봐서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이 책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책장을 넘기게 했던 초인적인 에너지였습니다.
그냥, 마냥 .... 특별하지 않은 자의 특별한 삶을 그려낸 작가의 특별함을 책의 마지막을 향해 가면서 조금씩 느껴갈 수 있었습니다.
스토너의 인생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귀족집안의 자손도 아니고,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도 아니고, 멋드러진 사랑을 향유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책을 읽는내내 그의 인생이 특별하다고 느껴지게 하는 데는 작가가 가진 특별한 묘사적 탁월함도 있을 수 있었지만 .... 그것보다 스토너와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제가 공짜가 아닌 비밀도 없는 너무도 평범한 인생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학의 조교수로서 인생을 마감하면서 .... 단 한권의 남길 수 있었던 책의 책장을 넘기며 죽음을 맞이하는 그에게 인생이 준 선물은 무엇이었을까요?
우리는 누구나 태어날 때는 모르지만 .... 살면서 특별한 인생을 꿈꿉니다.
아니, 꿈을 꾸면서 그것을 실현하는 삶에 대한 특별함에 경의를 표합니다.
성공에 대한 목표도 갖고 행복에 대한 환희를 상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만큼이 성공이고, 어떤 모습이 행복일까요?
스토너는 그의 직업인 교수나 학자로서의 특별한 성공을 이루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그의 아내와도, 그의 여자와도 사랑의 완성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 그의 삶을 작가는 슬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토너가 살아왔던 삶에 미소를 짓는 듯한 마지막 장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농부처럼 정직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인내심어린 삶에 대한 관조적인 시선을, 스토너 그 자신도 생을 마감하며 내심 감탄하지 않았을까 .... 하는 상상까지 해 봅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인생에는 A코스의 인생만이 정답이 아니라, B코스, C코스, D코스, E코스 등 ..... 다양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는 인생의 길이 있습니다. 그 어느 인생의 길도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소중한 인생의 가치를 가진 삶입니다.
이제 장마와 폭염이 끝나면 .... 가을이 옵니다.
벌써부터 예민한 살갗끝언저리에서는 가을바람이 느껴지는 듯도 하네요.
가을에는 우리나라의 진풍경 .... 인생을 담은 듯한 단풍을 보게 됩니다.
그 단풍색들 중 스토너의 색은 어떤 색일까 싶습니다. 책 표지의 멋스런 겨자색일까요?
여러분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올 가을에는 함께 단풍절경에서 우리 각자의 색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