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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운풍고난사장편 소고
1. 차운풍고난사장편 소개 2. 차운풍고난사장편 풀이 3. 박근 박사의 논문에서 관련 사항 요약 4. 정사론의 관점에서의 고찰 1) 사(䠶)와 사(射)의 구별 2) 온몸으로 활쏘기(須以全身䠶) | 3) 동력원으로서의 다리 4) 규구의 의미 5. 맺음말 첨부 1. 풍고의 한시 첨부 2. 차운풍고난사장편 원문 이미지 첨부 3. 차운풍고난사장편 자전 |
1. 차운풍고난사장편 소개
차운풍고난사장편은 두실유고에 실린 한시입니다.
풍고 김조순(金祖淳, 1765년 ~ 1832년)이 활쏘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두실 심상규(沈象奎, 1766년 ~ 1838년)에게 한시를 보냅니다.
이 한시에 화답하여 보낸 시가 바로 차운풍고난사장편입니다.
박근 박사님은 사법비전공하를 연구한 논문에서, 이 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 참고사항 : 박근, 『사법비전공하(射法秘傳攻瑕)』의 사법(射法)에 대한 연구 : 참법(站法)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2. 차운풍고난사장편 풀이
박근 박사님의 풀이는 굵은 문자로 표시하였습니다.
보통 굵기의 풀이는 필자가 추가한 것입니다.
한문에서 빨간색 굵은 글자는, 풍고의 싯구와 댓구를 이루는 글자들입니다.
상대방 시의 운율을 빌려서, 또한 깊이 있는 내용을 썼던,
두실의 문장력에 저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풍고의 30행의 문장에 맞추어,
두실도 30행의 문장으로 화답했습니다.
편의상 4행씩 나누어 표시하겠습니다.
(풍고의 한시, 두실의 한시 원문 이미지와 자전은 글의 끝에 첨부합니다.)
次韵楓臯難射長篇 활쏘기의 어려움을 토로한 풍고의 장편을 보고, 차운하여 화답하다
欲說䠶之玅 활쏘기의 오묘함에 대해 말하려 하나
此語殊玄漠 이 말은 유달리 심오하고 막막하네.
人謂射以手 사람들은 활쏘기를 손으로 한다는데
我謂䠶以脚 나는 활쏘기를 다리로 한다고 여기네.
彼爲地中蝟 저는 땅속의 고슴도치요
我爲枝上鵲 나는 나뭇가지 위의 까치라네.
脚固非執射 다리가 진실로 활을 잡지는 못하지만
無脚手仍弱 다리가 없으면 손은 이내 약해진다네.
鵲固無他異 까치는 참으로 별 다른 게 없는데도
蝟見自畏約 고슴도치가 보고 절로 두려워 움츠리네.
須以全身䠶 모름지기 온 몸으로 쏘아야만 하니
所發皆可却 발사한 화살 모두 가히 물리쳐 나가네.
臂雖極機運 팔은 비록 기회와 운을 다하더라도
心如有嫌怍 마음은 불만과 부끄러움이 있는 법이네.
任力儘能彀 힘을 다하여 활을 잔뜩 당겨야 하니
欲巧終虛拓 기교를 부리려 하면 마침내 헛쏘게 되네.
基鄕而猿號 고향에서 원숭이(무지기)가 포효하고
羿仰則烏落 후예가 태양을 바라보니, 까마귀로 변해 떨어진다네.
偉哉技至此 훌룡하도다! 재주가 이럴 수가 있는가?
其神常自若 그 신묘함이 언제나 변치 않는다네.
人之不能然 사람들은 (후예처럼) 그러하지 못하는데
神擾妄先作 귀신(=욕심)은 요망하게 먼저 작업한다네.
弧矢豈爾殊 활과 화살이 어찌 너희라고 다르겠는가?
鳥獸亦我度 새와 짐승 또한 나를 넘어 가버린다네.
嗟乎今之射 아! 지금 세상의 활쏘기는 ( 에휴! 지금의 활쏘기는 )
規䂓惡智鑿 법에 나쁜 꾀가 붙어서 ( 규구가 사악한 꾀로 빠져 버렸다네. )
必要無不中 반드시 맞힘만을 요하니 ( 맞지 않음이 없는 것을 반드시 요구하니 )
不須爭一着 더불어 겨루어 볼 수가 없네.
我今著䠶說 나 이제 활쏘기를 설명하며 글을 보내니
憑君束高閣 그대여, 누각에 올려두길 바라네.
☞ 참고사항 :
① 基鄕而猿號 고향에서 원숭이(무지기)가 포효하니
무지기는 사예사일 설화에 나오는 괴물입니다.
무지기는 원숭이처럼 생겼으나, 코끼리보다 훨씬 힘이 세고,
강풍과 번개를 조종하며,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② 羿仰則烏落 후예가 태양을 바라보니, 까마귀로 변해 떨어진다네.
동이족 제후, 예가 9개의 태양을 활로 쏘아 떨어뜨렸는데,
떨어진 태양이 까마귀가 되었다는 설화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③ 鳥獸亦我度 새와 짐승 또한 나를 넘어 가버린다네.
새와 짐승 또한 나를 넘어 가버린다는 것은,
활로 새와 짐승을 못 잡았다는 의미입니다.
度(도)는 '넘는다'는 의미로 풀이하였습니다.
度(도)는 동사로 사용되면, ‘헤아릴 탁’으로 발음하기도 합니다.
하늘의 구름 짙게 덮어 어두우니 / 天雲昏泱漭
관산을 넘는 나를 고달프게 하네 / 惎我度關山
☞ 인용문 출처 : 한국고전종합DB, 도곡집 제2권,
http://db.itkc.or.kr/inLink?DCI=ITKC_BT_0464A_0020_010_1100_2015_001_XML
④ 不須爭一着 더불어 겨루어 볼 수가 없네.
不須爭一着는 '(활쏘기의 깊은 묘리를 알고 있는 그런 사람들과) 더불어 같이 겨루어 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즉, 두실 자신의 주변에는 활쏘기의 깊은 묘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⑤ 憑君束高閣 그대여, 누각에 올려두길 바라네.
마지막 문구 束高閣은 풍고의 시와 댓구를 이룹니다.
抱書臥高閣 책 안고 높은 누각에 눕는 것이 낫겠네
그 누각에 누워서 사서삼경만 읽지 말고,
내가 보낸 시도 같이 놓아두고 읽으라는 잔소리입니다.
3. 박근 박사의 논문에서 관련 사항 요약
① 이 시는 1808년 순조 8년 무렵에 보낸 것으로 확인된다.
② 풍고는 당시에 훈련대장으로서, 자신의 활쏘기에 문제가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
③ 풍고는 공습(工習, 공들여 익힘)에 마음을 붙이지 않은 것을 원인으로 뽑고 있는데,
'공습 = 참법'으로 추정한다.
④ 나뭇가지 위의 까치는 나뭇가지를 발로 움켜쥐고 있으므로, 파중(把中)을 의미한다.
파중은 발가락으로 발가락 가운데 용천혈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⑤ 온몸으로 쏘는 것(須以全身䠶)은 전사(轉射)를 의미한다.
⑥ 참법은 중력과 일직선 상으로 정렬된 상태를 요구하기 때문에, 화살을 발시하는 힘은 지면반발력으로 작용한다.
⑦ 두실유고에 활쏘기와 관련된 내용이 1편이기에, 두실 심상규가 활쏘기에 심취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사법의 심의를 얻을 수 있던 것은, 이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이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⑧ 과녁만 맞추는 것에 치중하는 세태를 비판한 내용으로 볼 때,
두실 심상규는 참법과 전사, 파중 등에 대하여, 미리 알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즉, 1799년 발간된 사법비전공하를 통하여 참법에 대해 알았다기 보다는,
사법비전공하가 '1808년 당시까지 전승된 우리 활쏘기'를 잘 설명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4. 정사론의 관점에서의 고찰
1) 사(䠶)와 사(射)의 구별
차운풍고난사장편에서 활쏘기를 뜻하는 문자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차운풍고난사장편 본문에서, 사(䠶)는 4번, 사(射)는 3번 나옵니다.
사(䠶) = 선대의 활쏘기, 온몸을 쓰는 활쏘기
사(射) = 작금의 활쏘기, 오로지 맞추기 위한 활쏘기
선대의 활쏘기와 비교하여,
작금의 활쏘기 세태를 비판하는 내용은,
차운풍고난사장편(1808년)을 비롯하여, 경세유표(1817년), 정사론(1812년 또는 1872년) 등 당대의 여러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온몸으로 활쏘기(須以全身䠶)
필자는 십여년 동안 '온몸으로 활쏘기'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온몸으로 활쏘기'는 '몸을 꼿꼿이 하고, 하체의 힘으로 상체를 당기는 동작'을 의미합니다.
정사론 제22에서도 설명하고 있듯이,
'손 - 팔 - 견갑 - 등 - 견갑 - 팔 - 손'으로 이어지는 수평의 근육들보다는,
'머리 - 목 - 견갑 - 흉갑 - 허리 - 골반 - 넓적다리 - 종아리 - 발'로 이어지는 수직의 근육들이 더 많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須以全身䠶를 전사(轉射)로 풀이하는 박근 박사님의 견해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3) 동력원으로서의 다리
필자는 소타를 '흉곽을 떨구는 동작' 또는 '하체를 떨구는 동작'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소타가 '몸을 땅으로 주저앉듯이 떨구는 동작'이라면,
소료는 '정수리를 하늘로 향하도록 몸을 꼿꼿이 세우는 동작'을 의미합니다.
'넓적다리의 힘으로 허리와 골반을 내리는 동작'과
'발바닥으로 온몸을 세우는 동작'은 다리의 근육을 반드시 사용하게 됩니다.
박근 박사님의 참법에서 다리는, 시즈 탱크(게임 스타크래프트)의 고정 받침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주장하는 다리의 역할은 엔진, 동력원 그 자체입니다.
4) 규구의 의미
규는 컴퍼스같은 각도기를, 구는 'ㄱ'자 각은 곱자를 의미합니다.
맹자 이루상 편에서 규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規矩, 方員之至也, 聖人, 人倫之至也.
규구는 방원의 지극함이요, 성인은 인륜의 지극함이다.
정사론 사론에서도 '하늘에는 일월의 도가 있고, 땅에는 사람과 물건의 도가 있고,
활쏘기에는 군자의 도가 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천지인은 우리 민족의 뿌리와 같은 사상입니다.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과 고향을 사랑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사론과 두실의 시에 규구라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규구는 당시 사회에서 '기본에 충실하라'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 같습니다.
5. 맺음말
박근 박사님의 논문을 세미나 개최 일주일 전에야 보았습니다.
(4월 26일에 국궁신문에 올리신 논문을 확인하지 않았었습니다.)
어떤 내용을 알면, 그것을 한 문장 또는 한 단어로 비유하여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그 내용을 모르는 사람에게, 그 내용을 설명하려면, 10시간도 부족할 수 있습니다.
차운풍고난사장편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정사론의 내용과 99%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좋은 문장을 소개하여 주신 박근 박사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차후로도 훌륭한 문장들이 발굴되어서, 우리 활쏘기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첨부 1. 풍고의 한시
굵은 글자 한글 풀이는 박근 박사님께서,
보통 글자 한글 풀이는 필자가 하였습니다.
편의상 6행씩 나누어 표시하겠습니다.
步溪至中日閣 개울을 걸어 중일각에 이르니,
伴衛士射的 두명의 위사가 과녁에 활을 쏘네.
漫賦十五韻 감흥이 일어나 15개 운율을 지어,
呈斗室 두실에게 보낸다.
交冬木葉脫 동지를 넘겨 나뭇잎은 옷을 벗었고
山氣窅以漠 산기운을 바라보니 막막함이 있네.
豹直少所事 숙직하려니 일할 바는 적고
飯畢步林脚 식사 후에 숲을 걸어 (다리로) 자취를 남기네.
午煦溫可愛 오후의 온화하고 따스함이 가히 사랑스러운데
空原噪鴉鵲 빈 들판에는 갈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네.
一思調臂力 팔 힘을 단련할까 하는 생각에
彈弦試強弱 활시위 튕기며 강약을 시험하자
衛士來肄巧 위사들이 와서 재주를 익히니
十耦不待約 약속도 없이 십우가 이루어졌네.
指矢對堋立 화살 손에 들고 살받이 마주해 서서
審勢乍前却 형세를 살피며 잠시 나아갔다 물러났다 했는데
揚棲不在皮 날아가 머문 곳이 과녁에 있지 않으니
纔送旋悔怍 쏘자마자 후회되고 부끄러웠네.
緬彼由與羿 생각건대 저 유(=양유기)와 예라는 명궁은
百彎無虛拓 백 번을 당겨 적중하지 않은 적 없었는데
如何我志彀 어이하여 나는 만작에 신중히 했으면서도
箭箭去自落 화살마다 날아가다 저절로 떨어지니
諒異器不精 진실로 이상하니 활이 정밀하지 않은 것인가?
亦非力不若 나 또한 힘이 저들만 못한 것도 아닌데
兩手邈不從 두 손은 아득히 뜻대로 되지 않고
尾輟反首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원점만 빙빙 도니
試復求諸身 한번 다시 내 몸에 돌이켜 구해 보았지만
芒然昧所度 망연하여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겠으니
譬如愚人事 비유 하건데 어리석은 사람이 일을 할 때
渴急始井鑿 목이 말라서야 우물을 파는 것과 같네.
置置且休恠 내버려두고 괴이하게 여기지 말자.
工習非素著 기술을 익힘은 평소 마음 둔 것도 아니니
不如歸繹心 돌아가 기쁜 마음으로
抱書臥高閣 책 안고 높은 누각에 눕는 것이 낫겠네.
첨부 2. 차운풍고난사장편 원문 이미지
첨부 3. 차운풍고난사장편 자전
자전이 필요하신 분을 위하여 첨부합니다.
문장의 순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배치했습니다.
나 아 我 일컫을 위 謂 射 = 쏠 사 䠶 써 이 以 다리 각 脚 | 사람 인 人 일컫을 위 謂 쏠 사 射 써 이 以 손 수 手 | 이 차 此 말씀 어 語 유달리 수 殊 현묘할 현 玄 막막할 막 漠 | 하고자할 욕 欲 말씀 설 說 射 = 쏠 사 䠶 어조사 지 之 묘할 묘 玅 |
없을 무 無 다리 각 脚 손 수 手 이내 잉 仍 약할 약 弱 | 다리 각 脚 한결같을 고 固 아닐 비 非 잡을 집 執 쏠 사 射 | 나 아 我 할 위 爲 가지 지 枝 위 상 上 까치 작 鵲 | 저 사람 피 彼 할 위 爲 땅 지 地 가운데 중 中 고슴도치 위 蝟 |
바 소 所 쏠 발 發 모두 개 皆 가히 가 可 물리칠 각 却 | 모름지기 수 須 써 이 以 온전할 전 全 몸 신 身 射 = 쏠 사 䠶 | 고슴도치 위 蝟 볼 견 見 스스로 자 自 두려워할 외 畏 묶일 약 約 | 까치 작 鵲 한결같을 고 固 없을 무 無 다를 타 他 다를 이 異 |
하고자 할 욕 欲 기교 교 巧 마칠 종 終 빌 허 虛 넓힐 척 拓 | 맡길 임 任 힘 력 力 다할 진 儘 능할 능 能 당길 구 彀 | 마음 심 心 같을 여 如 있을 유 有 불만스러울 협 嫌 부끄러울 작 怍 | 팔 비 臂 비록 수 雖 다할 극 極 기회 기 機 운수 운 運 |
그 기 其 신묘할 신 神 항상 상 常 스스로 자 自 같을 약 若 | 훌륭할 위 偉 어조사 재 哉 재주 기 技 이를 지 至 이 차 此 | 후예 예 羿 우러러볼 앙 仰 곧 즉 則 까마귀 오 烏 떨어질 락 落 | 근본 기 基 고향 향 鄕 말이을 이 而 원숭이 원 猿 부르짖을 호 號 |
새 조 鳥 짐승 수 獸 또 역 亦 나 아 我 넘을 도 度 | 활 호 弧 화살 시 矢 어찌 기 豈 어조사 이 爾 뛰어날 수 殊 | 귀신 신 神 어지럽힐 요 擾 망할 망 妄 먼저 선 先 지을 작 作 | 사람 인 人 어조사 지 之 아니 불 不 능할 능 能 그럴 연 然 |
아니 불 不 모름지기 수 須 다툴 쟁 爭 한 일 一 붙을 착 着 | 반드시 필 必 요구할 요 要 없을 무 無 아니 부 不 가운데 중 中 | 각도기 규 規 곱자 구 䂓 악할 악 惡 지혜 지 智 뚫을 착 鑿 | 탄식할 차 嗟 어조사 호 乎 이제 금 今 어조사 지 之 쏠 사 射 |
기댈 빙 憑 군자 군 君 묶을 속 束 높을 고 高 세울 각 閣 | 나 아 我 아제 금 今 기록할 저 著 射 = 쏠 사 䠶 말씀 설 說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