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고: 원문은 http://www.hknews.co.kr/shk01/shkli000000/shkli050000/1232608_6782.asp?qry=3D%20%C7%C1%B8%B0%C5%CD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희망의 선물’
“작년에 사고로 양손 손목이 절단됐습니다 - 올해 35살입니다. 나이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의수 가격 때문에 포기하려고 했으나 쉽게 포기가 안 되네요.”
올해 1월,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사람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안타깝네요” “힘내세요!”
그러다가 글쓴이에게 정말로 희망적인 댓글 하나가 달렸다.
“아래 뉴스 기사 첨부하니 봐 주세요. (뉴스 링크) 위 정도만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하나 ‘만드로’ 볼까요?”

만드로 이상호 대표
댓글을 단 사람은 3D 프린팅 기업 ‘만드로’의 이상호 대표였다. 2013년, 대기업에 다니던 이 대표는 객원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의 한 세미나에 참석했고 그날 처음으로 3D 프린터를 보게 됐다. 머릿속에 있는 물체를 짧은 시간 내로 내 손에 직접 쥐어볼 수 있다니! 설?다.
이미 30년 전에 만들어진 3D 프린터는 특허로 묶여있어 고가의 장비를 만드는 산업에서만 사용됐었다. 이제는 관련 특허들이 하나둘씩 풀려 상용화되는 추세다. 원래 이름은 적층가공기기로 재료를 프린터로 녹여 덧붙여나가는 형식이다. 이 대표는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DIY(Do It Yourself) 3D 프린터를 샀고 그때부터 3D 프린터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리고 2014년 3월, 본격적으로 3D 프린팅 회사를 차렸다.
“처음엔 3D 프린터로 뭐든지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과연 이것들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때 우연히 보게 된 그 글이 전환점이 됐습니다.”
3D 프린터로 주로 시제품 제작을 하던 이 대표에게 전자 의수는 머나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런데 서른다섯, 자신과 같은 나이에 손을 잃은 그 남자가 너무나 안타까웠다.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작년 5월 워싱턴대학교에서 3D 프린터로 전자 의수를 만들었다는 내용을 찾았다.
“살펴보니 제가 알고 있는 지식만 가지고도 할 수 있겠더라고요. 처음에는 쉬울 줄 알고 뛰어들었습니다. 빙산의 일각만 본 거죠.”
필요한 재료들을 모으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다. 또 로봇 제작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는 계속됐다. 3D 프린터로 손가락 관절을 모두 출력한 다음 아두이노 보드(마이크로컨트롤러를 내장한 기기 제어용 기판)와 각종 센서를 연결해 첫 번째 전자의수를 완성했다. 근육을 움직여 특정 패턴을 입력하면 손가락이 접히는 식으로 작동했다. 그 후로도 계속 사연의 주인공을 만나 테스트를 진행하며 개선해나갔다. 이제는 엄지와 검지로 물건을 집거나 물컵을 잡을 수 있을 정도까지 발전시켰다.
전자 의수는 기능에 따라 가격이 나뉘는데 기본 1000만 원에서 최고 4000만 원 정도 선이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개발한 정도 기능이면 시중에서 파는 1000만 원 정도의 전자 의수 기능을 하는 셈이라고 했다.
국내에 의수가 필요한 사람들은 3만~4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3D 프린터로 제작하면 가격을 확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별 맞춤 제작이 용이합니다. 의수를 쓰는 사람이 아이인지 성인인지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고 절단된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서 전체 모양이 달라지는데, 3D 프린터로 제작하면 그때 그때 원하는 형태로 디자인할 수 있으니까요.”
그가 전자 의수 한쪽을 만드는 데 든 비용은 재료비 30만 원이 전부다. 양쪽 다 해서 10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으로 전자 의수를 만든 것이다. 그는 앞으로 상품화를 시키더라도 스마트폰 가격 정도로만 책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는 걸까 궁금해졌다.
“몇 해전, 미국 실리콘밸리(첨단기술 연구단지)에 다녀오면서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게 됐어요. 그 사람들은 꼭 필요한 곳에만 시간을 쓰더라고요. 꼭 필요한 일에만 시간을 투자해서 가치 있게 일을 진행하고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교훈을 얻게 됐습니다.”
그에게 꼭 필요한 일은 자신이 의미를 느끼는 일이었다. 앞으로 그는 가벼우면서도 기능에 충실한 전자 의수를 국가 보조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금액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가 3D 프린터로 전자 의수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전자 의수를 만들겠다고 뛰어든 팀들도 여럿 생겼다. 애써 연구했는데 갑자기 따라 하는 사람들이 생겨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가 답했다.
“만약에 다른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다면 저는 그냥 오픈 소스(무상으로 공개된 소스코드) 플랫폼이나 생태계 정도만 구축해놓고 뒤에서 지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이토록 따뜻한 공학도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가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희망의 선물이 더 많은 이에게 전달되길 응원해본다.
박수인(suin@) | 화광신문 : 15/05/22 1118호
첫댓글 멋으십니다.
멋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