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테의 돈으로 세상 읽기 5
카페에서 보고 싶은 산중 여인
공자가 태산을 지날 때 어느 여인이 새로 만든 무덤 앞에서 슬피 울었다. 제자인 자로를 시켜 알아본즉 여인은 아들의 무덤에서 울고 있었고 시아버지부터 3대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다른 곳으로 이사 가지 않는 이유가 기막혔다. 그곳이 너무 외져서 부역이나 세금을 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니 호랑이보다 무서운 게 세금이었다. 예기(禮記)에 나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이야기다. 이 고사가 지금도 회자 되는 것은 현대국가라고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일 거다.
세금 때문에 못 살겠다고 푸념하는 소리가 들린다. 소득세나 재산세를 내지 않는 사람조차 수도세와 전기세가 만만치 않다고 앓는 소리 한다. 물과 전기는 사용한 만큼 후불로 계산하는 상품인데도 사람들이 세금이라고 우기는 모양새다. 얼마나 세금 내기를 싫어하면 그럴까 싶어 무덤에서 울고 있는 산중 여인 얼굴이 그려진다. 문제는 세금으로 백성들 등이 휜다는데 나라 쌀독에 거미줄 칠까 걱정이다.
사실 조세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우리가 내는 국세만 해도 소득세를 비롯하여 13가지가 있으며 지방세는 11개다. 단순히 세목이나 세율뿐만 아니라 과세권, 과세대상과 과세시점, 과세의 형평성과 과세표준, 절세와 탈세의 경계, 여기에 권리와 납세와의 관계까지 고려하면 따질 게 끝도 없는 것이 세금논쟁이다. 그럼 왜 이토록 말 많은 세금 제도를 만든 걸까?
세금과 관련하여 국가의 탄생을 논할 때 주로 사회계약론을 근거로 삼는다. 국가는 사람들의 사회계약을 통하여 만들어지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가는 매우 착한 경비아저씨고 경비수당이 세금이다. 물론 갓 태어나는 신생아도 탯줄을 자르는 순간 경비아저씨와 계약하는 어른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근원적 계약론을 부정하고 국가를 강도로 비유한 이는 미국의 맨슈어 올슨(Mancur Olson) 교수다. 그가 말하는 강도에는 유랑형(流浪形)과 정주형(定住形)이 있다. 유랑형은 마을을 몽땅 털어 쑥대밭으로 만들고 가버리지만, 정주형은 다르다.
마을에 터를 잡은 강도는 그곳이 번창할수록 뺏을 것이 많아지므로 자기 구역에 다른 강도가 오지 못하게끔 주민을 보호하게 된다. 동네 건달이 지역 유흥업소의 뒷배 노릇하며 적당히 금품을 갈취하는 꼴이라는 말이다. 올슨 교수는 이 같은 정주형의 강도가 국가며 국가는 자발적 사회계약이 아니라 정복의 과정에서 탄생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정복자에게 상납하는 것이 세금이라는 주장이다.
아무튼 세금징수에는 몇 가지 이론적 배경이 있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현대국가의 대부분은 법규 의무설을 따르고 있다. 이 이론 배경으로 대의정치에 의한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의 의사로 법을 만들고 그 법규에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고 전제한다. 그러므로 과세권의 주체인 국가는 채권자가 되고 납세의무자인 국민은 채무자가 된다. 잘라 말하면 세금은 나라 법에 정한 것이니 이삿짐 싸 들고 화성으로 이주하기 전까지는 의무적으로 그리고 의심 없이 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인은 어느 정도 세금을 내야 할까?
세율과 관련하여 자주 거론되는 것 중의 하나는 래퍼곡선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아서 래퍼(Arthur Laffer)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던 중에 누군가 적정 세율을 묻자 식탁에 있는 냅킨에 그렸다는 이론은 단순하다. 세율과 조세수입과의 관계를 나타낸 래퍼곡선에서 x축에 세율 y축에 세수를 놓고 그림을 그려보면 무작정 세율을 올린다고 조세수입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세율이 0%일 때 세수입이 0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세율이 100%가 되도 세수입은 0이 된다. 올슨 교수 말대로 강도가 가게 주인이 번 돈을 몽땅 뺏어간다면 사람들이 가게 문을 닫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적정한 세율이 얼마인지 가름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이 같은 조세수입의 한계를 인정한다면 조세지출을 고민해 봐야 한다. 가정이든 국가든 벌이는 컵라면인데 먹는 것이 한우 갈비면 언젠가 돌려막던 신용카드를 자식에게 건네줘야 하는 것은 뻔한 이치다.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고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어렵게 거둬들인 세금이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적정한 시기에 투입되도록 따져야 하고 그런 감시를 잘하라고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것이다. 그런데도 본래 할 일은 내팽개치고 표 딱지 붙어 있는 곳만 찾아다니며 멀쩡한 사람을 내편 네편으로 칼질하고 다니는 망나니가 있다면 곤장 칠 일이다.
알고 보면 바이러스에도 유랑형이 있고 정주형과 비슷한 것이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 치사율이 아주 높고 기생 숙주인 사람을 순식간에 죽여버린다. 이렇게 되면 자신도 증식의 기회를 상실하고 곧 죽게 된다. 이러한 특성에 의하면 에볼라는 치명적이지만 전염될 확률이 떨어지는 역설이 성립한다.
반면 코로나라는 놈은 정주형이라고 볼 수 있다. 치사율이 아주 높지 않은 대신 사람에게 오랫동안 기생하면서 다른 사람으로 말을 갈아탄다. 놈이 건달과 다른 것은 뒤도 봐주지 않고 제 욕심만 차린다는 점이다. 생존 전략으로 보면 꾀가 많은 바이러스라서 토착화를 염려하게 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나중에 컵라면을 먹더라도 빨리 백신을 구해 노약자와 의료종사자부터 접종해줘야 한다. 우선 숨구멍이 뚫려있어야 자비로운 경비아저씨를 만나 봉투를 건네든 건달을 만나 손을 비비든 할 것 아니겠는가.
백신 주사기도 구경 못 할 산중 여인이 걱정이다. 바라기는 시절이 좋아져 강도보다 착한 호랑이와 결별했으면 좋겠다. 아주매요! 자식 무덤 있는 초막에 홀로 앉아 아주까리 등잔불에 삼베바느질이 되능교? 물세, 전기세는 내가 낼 테니 전깃불 있는 카페로 내려와 보소. 마주 앉아 대추차를 홀짝이며 거북등같은 삶의 불면증을 잠시라도 녹여내면 어떨까 싶어 하는 말이오. 취소다. 전깃불이 있는 세상에는 호랑이보다 사납고 강도보다 무서운 코로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