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메가느와 비슷한 실내. 스티어링 휠과 기어 노브 주변이 조금 더 단정하다
1.6L H4M 엔진은 최고출력 112마력에 최대토크 15.9kg의 평균적인 성능을 낸다.
LE 플러스부터는 17인치 휠과 타이어가 달린다.
지난 6월 18~19일, 르노삼성의 2세대 SM3 기자 시승회가 전라남도 목포 인근에서 열렸다. 시승코스는 전라남도 영암에 위치한 호텔현대에서 해남의 땅끝마을까지 170km가 넘는 왕복코스. 고속주행과 와인딩, 거친 노면이 골고루 섞인 복합코스로 새 모델을 테스트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처음 만난 하늘빛 보디의 SM3은 사진보다 실물이 나아 보였다. 사진으로는 르노 메가느의 위를 누르고 앞뒤로 ‘주~욱’ 당긴 것처럼 보였지만 눈앞에 선 SM3의 자태는 볼륨감이 넘친다. 르노삼성 패밀리를 상징하는 프론트 그릴과 가로로 긴 헤드램프의 얼굴이 수줍은 새색시의 모습과 농익은 섹시함을 동시에 뿜어낸다. 블랙 톤의 언더 그릴과 둥근 안개등이 어우러지면서 중국 전통의 사자탈이 연상된다. 그릴 위에서 시작된 보닛의 캐릭터라인은 자연스럽게 윈드 스크린으로 이어진다. 선과 면을 살려 단순하지 않으면서도 깨끗한 분위기다. 그러나 보닛의 끝단을 그릴까지 이었다면 조금 더 단정한 모습이 되었을 것 같아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헤드램프의 끝에서 시작되어 휠 아치를 타고 넘어 테일램프 위로 뻗은 캐릭터라인은 형제모델이 되는 르노 메가느 스포츠 투어러를 닮았다. 별 장식 없이 마무리한 사이드 뷰의 포인트는 로커패널 부근까지 내려붙인 몰딩. 이것 역시 메가느의 유전자로 유약해 보일 실루엣을 스포티한 얼굴로 만들어준다. 아웃사이드 미러에 리피터를 붙인 것은 국내 소비자들의 유행을 따른 것. 애프터마켓의 커다란 DIY 키트와 다른 모습이어서 다행이다. 뒤로 갈수록 숄더라인을 높이고 루프를 살짝 눌러놓아 스포티한 분위기를 낸다. 2,700mm로 동급 최강의 휠베이스를 자랑하지만 4,620mm의 긴 차체 때문에 앞뒤 오버행은 생각보다 짧지 않다.
뒤 타이어까지 파고든 테일램프의 디자인도 가로형이다. 직선을 강조한 테일램프의 끝마무리가 곡선의 트렁크라인과 대비를 이루면서 야무지다.
사진보다 생얼이 더 예뻐
SM3은 LE 플러스부터 인텔리전트 스마트카드 시스템을 갖췄다. 시승차인 RE는 그 윗급이라 당연지사. 중형차에나 있을 법한 이런 사치를 베푼 것은 그만큼 준중형차 시장의 눈높이가 올라갔다는 증거다. SM3의 오너라면 적어도 중형차의 넓적한 스마트키에 주눅들 일은 없겠다.
예전보다 묵직해진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시트 감각이 단단하다. 그 기준이 모호하긴 하지만 1세대보다는 확실히 단단하고 기아 포르테와 비슷한 느낌이다. 스포티함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한 모델이기 때문에 시트의 옆구리 지지력은 약간 부족하다. 동급 최초로 운전석 6웨이(상하, 전후, 등받이조절) 전동식 시트를 달아 편의성을 높였다. 다만 히팅기능은 3단이 대세인 최근 추세와 달리 온오프에 그친다. 질감은 르노삼성의 말대로 ‘스페셜 가죽시트’라고 거창하게 부르기는 뭣하지만 평균이상의 점수를 줄 만하다.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은 르노 메가느의 것보다 단정해 보기 좋다. 그 너머로 3개의 원을 포개 크롬 테두리를 두른 계기판이 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시인성이 좋다. 특히 계기판의 윗부분을 앞으로 길게 빼 강렬한 태양빛 속에서도 선명하게 계기판의 글을 읽을 수 있다. 스티어링 휠 왼쪽 밑에 자리한 오디오 조작 스위치는 로터리와 버튼의 혼용으로 처음엔 낯설지만 익숙해지면 무척 편리하다.
대시보드의 디자인은 외형처럼 깔끔하고 감성 품질이 뛰어나다. 상대적으로 큼지막한 버튼들이 센터페시아를 장악했던 현대 아반떼의 그것이 왠지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 맨 꼭대기의 고정식 내비게이션은 애프터마켓에서 ‘아이나비’란 브랜드로 유명한 팅크웨어가 개발한 7인치 제품이다. SD메모리 방식이라 맵 업데이트가 손쉽고 터치스크린, TPEG, DMB, 영화보기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운전자의 손이 닿기에 조금 멀다. 리모트 컨트롤을 기본으로 주니 다행이다.
르노 라디에이터 그릴과 비슷한 모습의 송풍구를 지나면 공조기 스위치와 오디오 스위치가 순서대로 자리한다. 전체적으로 버튼이 작지만 조작하기 불편할 정도는 아니며 금속느낌의 테두리로 포인트를 주었다. 그 밑의 스타트 버튼은 화려한 장식을 빼 담백하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외부입력단자(기아 포르테도 그대로 있다)는 덮개를 마련했으면 더 깔끔했을 법하다.
동급최대(1,810mm)의 너비를 지녔지만 센터콘솔은 생각보다 폭이 넓지 않다. 2개의 서로 다른 크기의 컵홀더를 준비했고 1개의 분리형 재떨이(이 자리를 컵홀더로 사용해도 된다)를 준비했다. 센터콘솔박스는 깊숙하지만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다.
뒷좌석을 위한 에어 벤틸레이션(송풍구)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노릇. 2단 구성의 글러브박스는 깊어 생각보다 쓰임새가 많다.
보도자료에 큰 자랑거리로 실었던 긴 휠베이스를 뒷좌석에 앉아 확인할 차례. 엉덩이를 깊숙이 밀고 자세를 바로 세웠을 때 무릎공간은 주먹 두어 개 들어갈 정도. 기아 포르테보다는 넉넉하고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확실히 요즘 준중형차의 실내는 한두 세대 전의 중형차 수준으로 넓어졌다. 공간도 공간이지만 무엇보다 시트의 착좌감이 훌륭하다.
1세대 SM3의 뒷좌석은 장거리를 여행하노라면 허리가 불편했다. 아반떼는 그보다 조금 나았지만 아주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듯 2세대 SM3의 뒷좌석은 편안함을 준다. RE에 달린 암레스트를 내리면 그럭저럭 중형차 타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가운데에 헤드레스트가 없는 점은 아쉽다. 6:4로 접히는 시트는 더블 폴딩(스페셜 가죽시트 패키지에 포함)되는 방식이라 트렁크 바닥과 평평하게 짐공간을 키울 수 있다. 트렁크 위쪽에는 파워풀한 사운드를 뿜는 보스 외부앰프와 서브우퍼가 붙어 있다.
엔진과 엑스트로닉의 부드러운 하모니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나지막이 엔진의 진동이 느껴진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국내 메이커의 진동 및 소음 억제 능력은 모두 뛰어난 편이다. 동급으로 비교하면 세계 톱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SM3도 예외가 아니다. 스티어링 휠은 속도감응식 전동식이기 때문에 저속에선 무척 가볍다. 여성오너에게 환영받을 만하다. 기어를 D모드에 넣고 액셀을 밟자 부드럽게 움직인다. 직렬 4기통 1.6L의 H4M 엔진은 닛산 HR 계열의 르노 버전이다. 르노삼성이 직접 개발하지 않았다고 아쉬워하는 이가 있다면 맘 고쳐먹어야 한다. 요즘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 시대에는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엔진 회전은 부드럽다. 정확히 말하면 엔진과 구동축을 연결하는 변속기의 느낌이 부드럽다. CVT(무단변속기) 덕분이다. 무단변속기는 닛산이 16년간 밀고 있는 변속기로 단수가 정해진 보통의 자동변속기와 달리 2개의 풀리와 벨트를 이용해 무단(기어비 2.561~0.427 사이에서)으로 토크를 전달한다. 때문에 변속충격이 전혀 없다. 급가속을 하면 타코미터의 바늘은 빠르게 6,000rpm(한계회전수)에 붙고 스피도미터는 부드럽게 그 뒤를 따라 올라간다. 수동변속기에 익숙한 경우라면 가속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닛산은 엑스트로닉(닛산 무단변속기의 이름)에 6단 수동 모드를 마련했다. 기어 노브를 왼쪽으로 밀면 수동 모드가 되고 위로 밀면 시프트업, 아래로 당기면 시프트다운이다. 수동 모드에서는 기어비를 조금 높게 쓴다. 100km 정속주행 때와 비교할 때 약 20% 정도 기어비가 높다. 때문에 연비는 조금 나빠지지만 액셀 반응은 빠르다. 그렇더라도 배기량 1.6L의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초기 가속에서 엔진의 회전수만큼 충분히 스포티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은 1.6L의 여느 준중형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초기 가속능력이나 중속 이후의 가속능력이 아반떼와 비슷한 느낌이다. 고속 크루징이 편안하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에서도 피곤함을 느끼지 않을 듯하다.
소음억제 능력도 만족스럽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도 바람소리와 노면 소음이 크지 않다. 시속 130km에서도 옆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거나 클래식 음악을 들을 만하다. 경쟁 모델에서 볼 수 없는 외부앰프와 서브우퍼로 구성된 보스 사운드 시스템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드럼 소리와 베이스 기타의 저음을 준중형차에서 이 정도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반길 일이다.
7년 만에 등장한 새 SM3은 모기업의 효율경영에 따라 닛산의 플랫폼 대신 르노의 최신 플랫폼으로 태어났다. 1세대 SM3의 외소 콤플렉스를 벗어나려는 듯 몸집을 동급 최대로 키웠고 동급의 모범생이라 할 만한 아반떼의 무난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따랐다. 여기에 준중형 모델 처음으로 파워 시트, 인텔리전트 스마트 시스템, 독립 에어컨 등의 편의장비를 더해 상품성을 높였다.
2세대 SM3은 현대 아반떼, 기아 포르테,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 등 국내 준중형차 시장의 경쟁자들을 이기기 위해 안팎으로 동급 모델의 데이터를 쓸어 담은 흔적이 보인다. ‘공정한 경쟁은 너와 나를 살찌우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으니 이를 잘 활용한 SM3의 선전은 이미 떼어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