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에게 하는 말

[김동지]

    구조론은 무엇을 가르치는가? 여러분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어리광은 걷어치우고 진지한 이야기를 하자. 떠먹여주는 것은 여기까지. 옹알이 시즌은 인큐베이터 안에서 끝나야 한다. 인생은 실전이고 현장은 살벌하다. 아군이 아니면 적군이다. 살아남으려면 도구가 필요하다. 동물에게는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것은? 도구다. 동물도 발톱과 이빨을 도구를 쓰는 수가 있지만 인간은 그 도구를 발전시켜 가는 점이 다르다.

    구조론은 사람의 도리를 가르친다. 인간의 행색을 했다고 다 인간은 아니다. 인간대접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다. 스스로 대접하지 않으면 남도 대접하지 않는다. 작은 사람은 깔보고 큰 사람은 우러러보는게 세상이다. 남들이 우러러 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도구를 사용하여 환경을 장악하는 방법으로 인간은 동물과 다른 존재로 거듭나는 법이다. 인간은 누구나 동물로 태어나지만 동물로 죽지는 않는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 분별이 있듯이 인간 사이에도 분별이 있다. 사람을 동원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것이 사람의 도리다. 그것이 사람대접을 받는 것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도구다. 그것은 생각과 언어와 문자다. 도구는 어떤 둘을 연결한다. 인간은 도구를 이용하여 환경을 장악하고 주변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몸뚱이만 내가 아니다. 나의 밖에도 나의 지점이 개설된다. 나의 일부가 외부에 파견되어 있다. 나의 영향력이 작용하는 범위가 모두 나의 자아에 속한다. 인간은 사회로 침투하고 환경으로 침투하여 더 큰 존재가 된다. 언어와 문자로 그것은 가능하다.

    인간다움의 뿌리는 생각이다. 생각과 언어와 문명이야말로 인간을 특별히 인간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사실은 생각할줄 모르는 동물이다. 지구촌의 어떤 학교도 생각하는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다. 인간은 반응하는 동물이다. 자극과 반응으로 상호작용한다. 반응은 확률에 달려 있다. 상생도 되고 상극도 된다. 상극의 악순환에 전쟁으로 절멸하기도 하고 상생의 선순환에 부흥하기도 한다. 인류의 진보는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연속이다. 이런 식으로는 고도화된 현대문명을 감당할 수 없다.

    이것저것 다 시도해 보고 그 중에 먹히는 것을 선택하는게 인간이다. 인류 전체는 그렇게 해도 되지만 선장은 달라야 한다. 대중은 그렇게 해도 되지만 지도자가 그렇게 하면 망한다. 로또의 당첨확률은 1/2이라고 생각한다. 당첨되거나 당첨되지 않거나. 이런 식의 사유로는 고도로 발달한 현대문명을 유지할 수 없다. 일반인은 그래도 되는데 과학자가 그러면 안 된다. 

    구조론은 의미는 생각할줄 아는 사람으로 거듭나는데 있다. 집단에 묻어가지 말고 독립적으로 사유해야 한다. 생각은 대칭을 따른다. 대칭은 축이 있다. 그 맞은 편에서 또다른 축을 발견하는게 생각이다. 대칭 위의 또다른 대칭을 찾아내기다. 더 높은 층위로 올라서야 한다. 좌우의 수평적 균형에서 상하의 수직적 균형으로 도약하기다. 하나의 균형에서 또다른 균형으로 갈아탈 수 있어야 한다. 보통은 그렇게 못한다. 자극과 반응으로 상호작용하며 붙잡은 것을 놓지 못하고 대칭을 갈아타지 못한다.

    왜 인도의 발리우드 영화는 춤으로 때우는가? 왜 중국의 경극은 장국영 혼자 원맨쇼인가? 왜 한국의 젊은이는 앞이마를 가리는 찐따머리를 하는가? 그런 식으로는 세계와 연결될 수 없다. 보편성을 잃고 특수성에 갇혀 있다. 인도에만 있다는, 중국에만 있다는, 일본에만 있다는, 한국에만 있다는 괴상한 표지는 문명의 주류에서 벗어나 변방에서 고립되는 갈라파고스 현상이다. 보편주의를 잃고 괴력난신을 추종하는 소인배 심리를 들킨다. 부끄러운줄 알아야지. 

    미국인의 뻘짓도 마찬가지다. 마약 먹고, 노숙 하고, 유리창 깨고, 낙서 한다. 장발에 통기타에 맨발에 LSD에 프리섹스가 좋을씨고. 한 두 번은 재미로 그럴 수 있지만 반복되면 수준을 들킨다. 문명의 방향이 틀어지고 만다. 중국의 불결한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여긴 중국이니까 하는 변방의 사고방식으로는 주류의 큰 물줄기를 움직이는 엔진을 돌릴 수 없다. 

    왜 그런 머저리 짓을 하는가? 집단과 각을 세우고 대칭을 유지하려는 무의식 때문이다. 자극과 반응으로 작동하는 상호작용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준석의 찐따머리 반대편에 김어준의 사자머리가 있다. 이준석 머리가 권위에 순종한다는 표지라면 김어준의 머리를 크게 보이려는 자기과시의 무의식이 작용한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집단과 대칭을 세우고 그렇게 부여잡은 끈을 절대로 놓지 못하는 존재다. 양아치들은 자기들만 아는 은어와 몸짓신호를 쓰는 방법으로 집단에서 분리한다. 주도하지 못하므로 자극하여 반응을 끌어내려는 소인배의 심리다. 좌파든 우파든 극단에 서서 대칭의 끝단을 붙잡으려고 한다. 수평에서 교착되고 수직으로 도약하지 못하는 것이다. 서로의 변발을 움켜잡고 30분간 씩씩거리며 꼼짝 못하고 교착된 아Q와 소D 신세가 되고마는 것이다. 

    대칭시키고 자극해야 상대의 반응이 돌아온다. 반응이 와야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그렇게 상대의 반응에 의지하다가 자체동력을 잃고 비참해진다. 그런 식이라면 짐승과 다를바 없다. 생각할줄 아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인간이 비참한 이유는 생산력의 부재 때문이다. 손에 쥔 도구가 없고, 지렛대가 없다. 99명이 왼쪽을 가리켜도 한 사람이 오른쪽을 가리키면 어쩔 것인가? 막연히 대세를 따르지 말고 내 눈으로 진실을 봐야 한다. 머리를 써서 생각을 해야 한다. 방향전환을 훈련해야 한다. 벌거숭이 임금님을 보고 벌거숭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