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隱者不遇(은자를 찾으러 갔는데 만나지 못하고서)
-賈島(가도, 唐 779~843)
松下問童子(송하문동자)
言師採藥去(언사채약거)
只在此山中(지재차산중)
雲深不知處(운심부지처)
소나무 아래서 동자에게 물으니
이르길, “스승님은 약 캐러 가셨습니다.
이 산속에 계시긴 하겠지만
구름 깊어 계신 곳은 모르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havfun48/222310022072에서 캡처 해옴
[감평]
隱者(은자)는 숨어 지내는 사람이다. 진리를 추구하며 도를 닦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세속을 피하여 자신만의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며 사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 은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왔는지,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은자를 찾으러 이 깊은 산속으로 왔다. 그의 제자쯤일까, 동자에게 ‘스승님이 지금 어디 계시는지?’ 물어본다. 더운 여름날일까. 무더위를 헤치고 깊은 산중으로 헥헥거리며 은자를 찾아간다. 도통이나 비법이라도 전수받으려 해서일까, 아니면 인생의 진리의 말씀을 들으러 갔을까. 풀지 못한 정국이나 난제를 풀기 위함이었을까. 그렇게 은자를 만나고 싶은 갈망을 갖고 찾아가서 들은 답이 이러하다.
“스승님께선 이 산속으로 약초를 캐러 가셨는데요. 구름이 깊어 어디 계신지는 모르겠습니다.”
찌는 더위일까, 꽁꽁 어는 겨울일까. 나는 꼭 무더운 여름일 것만 같다. 그렇게 찾아간 은자는 산속에 어딘 가에 있는데 다시 발을 내디뎌 찾으러 가자니 깊은 산중이라 답답하기만 하다. 찾으러 갔다가 못 만나면 헛걸음만 하게 될 것 같다.
은자는 세상의, 인생의 비밀을 알고 있을 것이다. 도를 터득한 사람일 것이다. 그의 한 마디만 들어도 깨우침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은자를 쉽게 만날 수 있겠는가 싶다. 은자라고 했지만, 우리가 말하는 道나 진리쯤이 아닐까. 평생을 걸쳐 찾고 또 찾아다니는 것이 도나 진리가 아니겠는가. 이게 쉽게 만나지면 허탈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도를 찾아보면 그 내용이 우리에게 허탈한 웃음 짓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이 한시의 해석을 약간 다르게 볼 수 있는데, 동자가 한 대답의 말이 ‘스승님은 약초를 캐러 가셨습니다’까지이고, 그 뒷부분 2구는 자신이 하는 독백일 수도 있다.
“이 산속 어딘가에 있겠구먼. 그런데 구름 깊은 곳, 첩첩 산 중에 어디 있는 줄 어찌 알겠나, 허허 답답한 노릇이구먼."
은자의 여유와 신비로움을 읽는 독자에게 더욱 자극시키는 한시로 읽을 때마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