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휴가가 이제 내일 하루 밖에 남지않아 나에겐 다행이라 생각했다. 집에서 놀기에도 지쳐갈 무렵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다리 운동도 할겸 오랜만에 남포동에 한번 가 보실래요."
내가 마다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지금의 나에겐 딸아이의 전화가 제일 반갑다. 카톡에서 '사랑합니다'하고 알림소리가 나면 딸아이다. 카톡 알림소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도서관에 있을 때인데 느닷없이 '사랑합니다'하고 벨 소리가 요란하다. 마침, 책을 대출하려고 와 있던 초등학생이 '선생님, 애인에게서 문자 왔어요' 옆에 있던 아이의 어머니도 묘한 웃음을 띄고 바라본다. 아이는 눈이 초롱초롱하여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톡을열어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니 아이가 하는 말. "아! 할아버지가 아니네요." 도서관이 떠나갈 듯 크게 웃었다.
곧 외출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 걸음이 설렌다. 부산에 살면서도 남포동이나 광복동 거리를 걸어본지가 몇 년이나 되었는가 가물하다. 손에 손을 잡고 이곳 저곳 구경도 하고 기웃대기도 하며 꼭 시골에서 도시 구경 나온 할머니 처럼...........
광복동 거리는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 변화가 없었다. 충무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서너시간을 걷다 집으로 왔다.
어미에게 옛날을 상기시켜 주기 위한 딸 아이의 배려였다. 한참 젊었을때 남포동 거리를 친구들과 휩쓸려 다니며 신나했던 추억들이 떠올라 뭉클하기도 하였다.
"착한딸 고마웠다." 집으로 오는 길에 지하상가를 걸었다. 지하 공터에 포토죤이 있기에 사진도 찍으며 허리며 다리가 아픈것도 잊고 유쾌하기만 하였던 휴일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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