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포천구곡] “이곳은 인간 세상이 아니라 별천지라네” 제주목사 출신 문신, 고향 땅 성주 옥계에 조성한 걷기 길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2단을 이뤄 하나의 폭포로 흘러내리는 만귀폭포. 경북 성주의 포천구곡(布川九曲)은 조선 후기의 문신인 응와(凝窩) 이원조(李源祚, 1792~1872)가 설정하고 경영한 구곡 원림이다. 제주목사로 있을 때 조세와 부역을 경감하는 등 굶주린 백성을 구제하면서 선정(善政)을 베풀고 학문을 장려했던 그는 여러 벼슬을 두루 지낸 뒤 고향인 성주로 돌아와 가야산 북쪽의 옥계에 포천구곡을 경영했다. “가야산 정상에는 선령이 살고 있으니 / 산은 절로 깊고 물은 절로 맑다네 / 산 밖의 유람객 여기 찾아온 적 없는데 / 달 밝은 밤 생학(笙鶴) 소리만 들리네” 포천구곡은 가야산(伽倻山, 1,430m)에서 첫 물방울이 시작하는 계류에 설정한 구곡인데 어찌 가야산을 언급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름다운 구곡을 빚은 근원인 가야산 정상에는 당연히 선령이 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원조는 깊고 깊어 유람객도 찾지 않는 이곳을 ‘신선이 학을 타고 부는 피리 소리’인 생학(笙鶴) 소리만 들리는 신선의 땅이라 노래했다. 제1곡 법림교 자리엔 아전촌교 있어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포천구곡의 제7곡인 석탑동. 진짜 석탑이 아니라 석탑처럼 생긴 바위 층층 벼랑을 일컫는다. 이렇게 신령스런 땅으로 다가가는 과정으로 조성된 포천구곡의 제1곡은 법림교(法林橋)다. 성주군 가천면 소재지의 창천삼거리에서 903번 지방도를 타고 포천계곡 방면으로 3.3km 정도 달리면 왼쪽으로 ‘아전촌’ 마을 표지석이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그 길로 내려가면 포천계곡에 걸린 아전촌교 앞에 이르는데, 여기가 포천구곡의 첫 번째 굽이다. 가야산 정상에서 발원해 아전촌마을을 지나온 계류와 가야산 서쪽 능선의 두리봉에서 발원한 계류가 이 지점에서 합류한다. 이곳은 여러 개의 아기자기한 폭포가 연달아 흘러 경치도 괜찮고 물도 맑아 여름이면 물놀이를 즐기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제1곡에서 포천계곡 물길을 왼쪽에 끼고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약 400m 거슬러 오르면 물길이 부드럽게 굽이도는 지점에 다다른다. 제2곡인 조연(槽淵)이다. 통바위를 굽이굽이 돌아가며 흘러가는 옥빛 계류는 중간 중간에 아기자기한 소(沼)에서 잠깐씩 쉬었다 간다. 이원조는 이 부근의 바위가 패인 것이 마치 구유[槽]와 같아 조연이라 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조연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산길을 넓히고 포장할 때 계곡의 바윗덩이들이 훼손되면서 지형이 바뀌었기 때문인 듯하다. 옛날 포천계곡으로 이어진 산길은 마치 한 가닥의 실처럼 가늘게 이어지는 오솔길이었다. 산도 휘돌아 가고, 물도 휘돌아 가니 신령스런 비취빛이 과연 몇 겹이었을까. 제2곡을 뒤로하고 맑은 계류를 따라 600m 정도 오른 뒤 만나는 갈림길에서 ‘포천관광농원’으로 가는 왼쪽 길로 80m 내려서면 포천교가 나온다. 다리에서 하류를 바라보면 계곡 바닥 전체가 새하얀 반석으로 깔려 있는 경관이 눈에 든다. 계류가 와폭으로 흐르는 경사진 반석이 끝나는 지점에는 옥빛의 맑은 소가 다소곳이 반긴다. 제3곡인 구로동(九老洞)이다. 새하얗게 빛나는 너른 반석의 옛 모습이 거의 훼손되지 않은 굽이다. 탁족하기 이보다 좋은 곳이 없다. 시원한 물소리 바람소리로 잠시 더위를 식히고 물길을 700~800m 정도 거슬러 오르면 제4곡인 포천(布川)에 닿는다. ‘바위에 심청색 무늬가 있어 마치 베를 널어 놓은 듯하다’는 곳이다. 상류서부터 제법 너른 반석 위를 흐르는 계류가 작은 와폭 몇 개를 지나는데, 마지막 작은 폭포 아래에는 제법 너른 소가 형성돼 있다. 물빛은 선녀가 목욕이라도 했을 만큼 정갈한 옥빛이다. “기다란 반석 한 자락이 씻은 듯 깨끗한데 / 신선 사는 대와 집이 푸른 못을 굽어보네”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포천구곡의 제8곡인 반선대는 소나무 그늘에서 주변 풍광을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아마도 이원조는 위쪽 너럭바위에 앉아 이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이후로 계곡 풍광은 점점 더 좋아진다. 통바위 협곡을 연상케 하는 물가에서는 더위를 식히는 피서객들의 여유로운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포천구곡에서 더위를 식히기에는 이 부근이 제일인 듯하다. 이렇게 750m 정도 오르면 물길이 왼쪽으로 살짝 굽이도는 지점에 이른다. 제5곡 당폭(堂瀑)이다. 이원조는 이곳에 너럭바위와 폭포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계곡 주변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폭포라고 할 만한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원래 이곳에는 폭포도 있고, 그 아래에는 제법 너른 소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10여 년 전에 홍수가 나면서 모래와 자갈이 소를 메워 버렸지요. 나중에 또 홍수가 나면 모래와 자갈이 떠내려가면서 예전 모습을 되찾게 될 겁니다.” 늙수그레한 환경지킴이 주민은 이 계곡은 큰 홍수가 들 때마다 지형이 가끔 바뀐다고 귀띔한다. 그렇지만 다시 큰물이 들어 자갈과 모래가 떠내려가면 맑은 소를 다시 볼 수 있다 해도, 도로를 넓힐 때 묻혀버린 수십 보가 되는 너럭바위는 어찌 다시 볼 수 있을까.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1 만산일폭루 작은 정자 창문 너머로 보는 풍경은 조물주가 그려놓은 한 폭의 산수화다. 2 맑은 물살이 반석 위로 쉼 없이 흘러내리는 사연. 포천구곡의 제6곡이다. 폭포와 못이 연이어 펼쳐져 부드러운 물굽이를 몇 번 돌아가면서 사부랭마을 입구를 지나면 물굽이가 급하게 휘도는 지점의 언덕 갈림길에 이른다. 이 지점에서 ‘연주대’ 이정표를 따라 왼쪽 길로 내려가면 계류에 걸린 작은 다리가 나온다. 이 굽이가 바로 제6곡인 사연(沙淵)이다. 다리 상류서부터 층층의 폭포들이 우렁찬 소리로 흐르는데, 그 아래에는 역시 맑은 소가 형성돼 있다. 규모는 크지 않아도 반석으로 이루어진 계곡 풍광은 제법 괜찮다. 제6곡에서 한 굽이를 돌아 오르면 다시 하늘이 넓게 트인다. 계곡 너머로는 마치 톱날 같은 가야산 능선이 걸려 있다. 이원조가 포천구곡을 경영할 당시 이곳에는 주막이 몇 집 있었을 정도니 예전에도 제법 규모가 있는 산골이었던가보다. 현재는 맑은 물가 곳곳에는 펜션과 깨끗한 농가들이 들어서 있다. 제7곡 석탑동(石塔洞)으로 가려면 신계교를 건너기 직전 왼쪽 마을길로 200m 더 내려가야 한다. 그러면 눈앞에 석탑처럼 생긴 층층 바위가 보인다. 그 아래에는 맑은 소가 형성돼 있다. 석탑동이라 했지만 진짜 석탑이 아니다. 물가에 붙어 있는 바위들이 마치 석탑처럼 쌓여 있어 이런 이름을 얻은 것이다. 석탑동을 뒤로하면 계단식 논 너머로 민가들이 군데군데 터를 잡고 살아가는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가야산에서 발원한 계류는 이 마을 언덕을 크게 휘돌아가면서 흘러간다. 이원조는 “신평촌 옆에 언덕이 우뚝 솟아 계곡에 접하고 있는데, 그 위에는 큰 나무들이 많다. 해마다 고을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연회를 베풀고 술을 마신다. 물이 달고 땅이 비옥하니, 은자가 깃들어 살기에 마땅한 곳이다”고 했다. 즉 제8곡 반선대(般旋臺)는 제법 넓은 언덕이다.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1 이원조가 만년에 은거했던 만귀정(晩歸亭). ‘늙어서 돌아온다’는 소박한 뜻을 지니고 있다. 2 포천구곡의 제3곡인 구로동. 맑은 시냇물이 반석 위로 흘러간다. 이 널따란 언덕에서 마을사람들이 농한기에 모여 연회 베풀기 좋은 곳은, 신계교에서 도로를 따라 900~950m 정도 올라간 지점인 만귀정 갈림길 바로 앞의 솔밭 언덕이다. 현재 이곳에는 아름드리 소나무 수십 그루와 묘가 한 기 있는데, 조망이 좋다. 위로는 가야산 정상에서 뻗어 내리는 가야산 칠불봉 암봉들이 가슴을 시원하게 하고, 산 아래로 고개 돌리면 성주와 김천 쪽으로 펼쳐진 첩첩 산그리메가 아련하다. 반선대 앞 갈림길에서 만귀정 이정표를 따라 350m 정도 들어가면 이원조가 만년에 은거했던 만귀정(晩歸亭, 경북문화재자료 제462호)이 숲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 아래쪽에서는 우렁찬 폭포수 소리가 들려온다. 포천구곡의 극처인 제9곡 홍개동((洪開洞)이다. 이원조가 머물던 만귀정 앞의 바위 협곡에는 만귀폭포가 2~3m 높이로 2단을 이뤄 흘러내린다. 협곡에 울려 퍼지는 폭포수 소리에 귀가 멍해질 것만 같다. 그 광경을 내려다보기 좋은 아름드리 소나무 그늘 아래에는 작은 정자가 있다. ‘일만 개의 산에서 내려온 물이 하나의 폭포로 흐르는 광경을 바라보는 정자’라는 뜻의 만산일폭루(萬山一瀑樓)다. 정자의 작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조물주가 그려놓은 한 폭의 산수화다. 폭포소리 우렁찬 깊은 계곡 어디선가 이원조의 노랫소리가 들려올 듯하다. “구곡이라 홍개동 한 동천 넓게 열리니 / 백 년 동안 조물주가 이 산천을 숨겨 왔네 / 새로 정자를 지어 내 안신처를 얻었으니 / 이곳은 인간세상이 아니라 별천지라네”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여행 길잡이 경북 성주 포천구곡(布川九曲)은 가야산에서 발원하는 포천 물줄기에 조성된 구곡이다. 포천구곡의 아홉 굽이는 제1곡 법림교(法林橋), 제2곡 조연(槽淵), 제3곡 구로동(九老洞), 제4곡 포천(布川), 제5곡 당폭(堂瀑), 제6곡 사연(沙淵), 제7곡 석탑동(石塔洞), 제8곡 반선대(般旋臺), 제9곡 홍개동(洪開洞)이다. 물길로 따르는 총 거리는 약 5.4km다. 전 구간 도로가 가까이 붙어 있다. 도보로 답사도 가능하다. 각 굽이마다 더위를 식힐 공간이 있는데, 제4곡 포천과 제5곡 당폭 사이가 가장 좋다. 제9곡은 물놀이 금지 구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