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쨍쨍한 벌건 여름 대낮에 나일론 2호 줄도 약하다고 3호 줄에 15g 미꾸라지 스푼루어를 매달아서 힘껏 던지고 감기만 하던 시절엔 그만큼 쏘가리 잡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용한 밤중에 4lb(1호) 라인에 1/16oz나 그것보다 작은 지그헤드, 1.5인치 초소형 그럼웜을 달아 연안으로 던져 살살살 흘려주니 마릿수에서나 사이즈에서나 스푼루어로 쏘가리 잡던 시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조과를 만나곤 한다. 하지만 강가에서 스푼루어로 만나던 그 호쾌함이나 장쾌함은 간데없고 극단적인 피네스피싱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 최근 쏘가리 루어낚시의 전체적인 경향이다.
그러나 피네스피싱이 꼭 능사인 걸까? 여름과 가을날 여울에서는 무언가 좀 호쾌하고 시원하게 쏘가리를 만나는 방법이 없을까? 하지만 스푼루어처럼 극심한 밑걸림에 조과가 저조한 루어를 쓸 수도 없고… 월등한 조과와 장쾌함을 함께 얻을 수 있는 낚시 방법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렇다! 그 정답이 바로 미노우나 섈로우 크랭크베이트를 이용한 낚시다.
미노우는 쏘가리의 습성에 맞는 루어
쏘가리는 죽어있는 것은 절대 먹지 않는다. 그래서 사료를 이용한 양식이 불가능하고, 살아있다 하더라도 물고기 외의 수생생물은 그다지 즐겨 먹지도 않는다. 여름에 징거미나 새우를 먹기도 하고 우화하기 전의 곤충 애벌레를 잡아먹기도 하지만 쏘가리의 궁극의 먹잇감은 파닥파닥 살아서 헤엄쳐 움직이는 작은 물고기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배스보다도 물고기를 닮은 미노우류에 더욱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쏘가리다.
98년쯤인가? 유명한 낚시인 한 분이 5월 초에 소양호에서 미노우로 쏘가리를 타작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특히 보트를 타고 소양호 곳곳을 다니며 산란 직전의 쏘가리를 수십 kg 잡았다는 소문에 워킹으로 스푼을 날리던 쏘가리 낚시꾼들은 경악하고 한편으로는 분노했었다. 그 분이 대박을 칠 때 사용했던 미노우가 럭키크래프트의 스테이시 90이었다. 그러자 전국 낚시점에서는 스테이시 90과 스테이시 60, 그보다 큰 것들까지 스테이시라는 미노우 종류는 모조리 품절된 적이 있었다. 나도 스테이시 90을 기존에 사용하던 낭창거리는 쏘가리 낚싯대에 달아 캐스팅하다가 금세 강바닥에 수장하고 아쉬워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그 해에 파로호의 월명리와 다람쥐섬, 소양호의 부귀리와 오항리 콧부리에서 쏘가리는 못 잡고 비싼 미노우 몇 개를 수장시키고는 입맛만 쩝쩝 다시면서 쏘가리 미노우낚시에 대한 미련을 버렸었다. 그 후 지그헤드 채비로 쏘가리를 잡을 만큼 잡은 후, 최근 3~4년 전부터는 다시 쏘가리 하드베이트낚시에 집중하고 있는데, 결론은 잘만 알고 잘 맞추어 쓴다면 흐르는 강에서의 하드베이트 미노우나 섈로우 크랭크베이트를 이용한 쏘가리 루어낚시가 그리 어렵고 부담스러운 것만도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시중에는 몇 만원짜리 명품 미노우부터 2~3천원짜리 중국산 미노우까지 있으며, 적당한 가격대의 품질 좋은 미노우만 찾는다면 즐거운 쏘가리와의 만남을 하드베이트를 통해 이룰 수 있다. 또 오염되지 않은(사람의 손을 덜 탄) 강의 상류지역은 폐그물이나 낚싯줄 등의 치명적인 밑걸림 요인들이 없기 때문에 약간의 요령만 터득하면 거의 밑걸림 없이 하루 종일 낚시할 수 있다.
미노우에 유혹된 쏘가리. 쏘가리낚시에서 미노우의 위력에 대한 소문은 많이 돌지만 기법이나 테크닉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적다.
8~10cm 길이에 잠행수심 1m가 최적모델
강에서 쏘가리가 잘 낚이는 미노우는 어떤 것인가? 초창기에는 주로 3~4cm 길이에 5g 미만의 소형 미노우를 사용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8~10cm 길이에 10g가량의 무게를 가진 미노우나 길이는 그보다 짧지만 무게는 그와 비슷한 섈로우 크랭크베이트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너무 깊은 수심을 파고 드는, 립이 긴 미노우보다는 1~1.5m 가량 파고들며 안정적으로 유영하는 서스펜딩 타입의 미노우가 좋다. 안정적인 유영을 위해서는 뒤쪽의 훅이 패더훅(깃털이 덧감아져 안정감과 시인성을 획득한 트레훅)인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강에서 여울을 거슬러 감게 되는 쏘가리 하드베이트낚시의 특성상, 너무 작고 가벼우면 아무리 밸런스가 잘 맞는 제품이라 하여도 여울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뒤집히거나 심한 경우 뱅글뱅글 돌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미노우가 커지면 어지간한 여울에서도 밸런스가 깨지지 않으며 비거리가 월등히 좋은 장점이 있다.
섈로우 크랭크베이트의 경우 ‘Match the Bait’라는 면에서는 미노우에 비해 덜 적합하지만 유속이 빠른 강물 속에서의 안정성과 캐스팅 비거리라는 면에서 훨씬 유리하며 수량이 많은 장마철이나 비 온 후에 사용하기에는 미노우보다 더욱 좋은 편이다. 여울에 있는 쏘가리들은 높은 활성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이즈나 모양에 상관없이 섈로우 크랭크베이트나 큰 미노우에 겁없이 달려드는 경우가 많으므로 최근의 경향은 너무 지나치지 않는 범위에서 되도록 큰 미노우를 사용하는 추세다.
미노우의 잠수 깊이를 결정하는 립의 크기는 초창기엔 큰 립을 가진 미노우를 이용해 어떻게든 바닥 근처까지 도달케 하기 위해 애쓰곤 했지만, 커다란 립을 가진 미노우는 유속이 빠른 여울에서는 안전성이 덜할 뿐더러 밑걸림에도 취약하고 결정적으로 쏘가리가 물었을 때 너무 큰 저항 때문에 잘 빠지곤 한다. 그보다는 수심 1m 내외를 잠수하는 작은 립을 가진 미노우를 사용하면서 극단적으로 바닥에 붙여준다는 느낌보다는 여러 번의 반복된 캐스팅으로 바닥의 쏘가리를 유혹해 띄워내 입질을 받아낸다는 느낌으로 운용해주는 것이 좋다.
하드베이트들은 대략 싱킹, 서스펜딩, 플로팅의 세 가지로 구분되어 판매되고 있는데, 역시 서스펜딩 타입이 가장 입질이 잦았고 플로팅 타입은 밑걸림 방지와 운용에 편리한 점이 있다. 내가 즐겨 사용하는 루어를 사진으로 보여줌으로써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미노우를 안내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