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행 문]
빈센트 반 고흐
김 명 희
파리 여행중 박물관의 수많은 명작들 중 불멸의 화가 고흐의 자화상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픈 눈빛은 그림에 문외한인 나를 그가 생을 마감한 오베르 쉬르와즈로 이끌었다.
그가 아를을 떠나 마지막 몇 달을 지내며 그림을 그렸던 여인숙의 두 세평 되는 작업실
낡은 침대와 삐걱대는 마룻바닥. 그리고 이젤
2층집 아래 카페 작은 탁자위에는 언제나 그를 추모하는 이들이 바치는 와인잔 두 개가 놓여 있다.
생전 그의 작품은 단 한 개밖에 팔리지 않았고 동생 테오의 헌신적 도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경제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에 더한 사회성 부족으로 외로움과 병마에 시달리는 시간들을 보내야만 했다.
고갱과의 갈등과 이별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신의 귀를 자르기조차 했고 결국 동생 테오의 보살핌을 받으며 이곳 2층 방에서 37세로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을 마감했다.
그가 권총 자살을 시도했다는 둔덕 위 너른 밀밭
저 멀리 사이프러스 나무가 130여 년 전 고흐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듯 내려다보고 서있다
그이 유작이 된 듯한 명작 ‘까마귀가 나는 밀밭’ 표지판이 세 갈래 길에 서 있다.
외로운 삶의 종착지
음울한 까마귀 떼들은 어디 갔나
고흐와 테오의 무덤
밀밭 한켠 공동묘지에 있는 그의 무덤은 명성에 비해 소박하다 못해 초라하기까지 했다.
아마도 하느님이 금기하신 자살을 택하였기 때문이리라
방향을 잃어버린 슬프고 고독한 영혼
온 몸을 불 태워 수많은 명작들을 그렸으나
인정받지 못했던 가엾은 그는
영원한 후원자이며 동반자였던 동생 테오와 함께
밀밭 한켠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그림에 대한 그의 무한한 열정은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에’ ‘ 해바라기’ ‘까마귀가 나는 밀밭’등 800여점의 유화와 1300여점의 드로잉을 남겼다.
인상파 화가였던 그의 작품은 동생 테오의 아내 요안나와 조카 고흐의 활약으로 인해 사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천재성을 인정받아 전 세계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23년 가을 내 마음의 숲 국보문학 동인문집 제 3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