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힘이 있습니다
신학생 때 강론을 들으며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신부님의 저 말씀은 내 이야기인데..!’라며 말입니다. 뇌리에 깊게 박혔는지 시간이 지나도 그 말씀은 지워지지 않았고, 제 삶에 여러 변화들을 가져왔습니다. 그때 전 ‘말에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 한마디로 제 삶이 변하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말에 힘이 있다’는 명제는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이성, 감정, 기억, 의지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가치관과 세계관을 송두리째 바꿔 놓기도 하지요. 또한 말 한마디로 사람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합니다. 이만큼 말에는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일상을 살며 의식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언어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말, 상대를 비방하는 말, 제3자에게 타인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뒷담화, 사실과 다른 탐욕에 바탕한 인위적인 거짓 정보들 등 부정성의 언어는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한편, ‘말해야 하는 것’ 혹은 ‘말할 수 있는 것’은 긍정성의 언어로 구성되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일상 안에서 말할 수 있는 것들, 말해야 하는 것들로 담론이 오간다면 우리의 언어문화는 성화(聖化) 될 것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고, 우리 가운데 그분이 함께 사십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존재와 사명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말씀은 나 자신과 세상을 아름답게 변모시키는 생명의 힘입니다.
▶글쓴이 : 박윤흡 윤일요한 신부는 2009년 수원가톨릭대학교에 입학하여 2017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수원교구 범계성당과 신갈성당을 거쳐 현재 수원교구 학교법인 광암학원 효명고등학교에서 교목 신부이자 철학 교사로 재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