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내가 아는 지인의 사주팔자이다. 남명이다.
언뜻 보기에 재성이 뿌리를 얻었고 천간으로 투출하여 보기가 좋다. 일간도 인성을 깔고 앉았고 진토 지장간에 뿌리를 내려 신약하지 않으니 재성이 용신이 되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사주인 듯 하다.
그러나 잘 보면 용신 재성을 자수 하나가 (해)자축, (신)자진 합으로 묶어서 모두 물바다를 만들고 있고 천간에서는 을목 겁재가 재성을 무자비하게 극하는데 일간 갑목은 딱히 손을 쓸 수가 없다. 즉, 재성이 확실하게 용신인데도 불구하고 천간지지로 모두 재성을 잘 써먹을 수가 없게 되어버린 사주이다. 눈물이 나는 사주이다. 차라리 용신이 없고 흉신만 가득한 사람보다도 이렇게 용신이 충극을 맞거나 합으로 없어져 버린 사주팔자가 인생을 더욱 힘들고 어렵게 산다.
실제로 이 사람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아버지는 십성으로 재성) 그나마 있던 재산을 친척들이 뜯어가 버렸으며 종교에 진심인 어머니 때문에 기독교에 심취하여 진로를 신학으로 잡고 신학 대학원까지 나왔으나(종교는 음양오행으로 수기운) 현실적 어려움으로 목사가 되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형이 제대로 사람구실을 못 하여 집안에 틀어박혀 밥만 축내고 있으니(형제는 십성으로 비견겁재) 자기가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했던 것이다.
이 사람은 수기운 인성이 합을 하여 왕해짐과 동시에 초년부터 비견겁재가 대운에서 들어옴에 따라서 원래 사주원국에 있던 쟁재구조도 더욱 심해졌음을 볼 수가 있다.
년지에서 식신생재 하는 사주팔자이므로 열심히 노력하여 한푼이라도 더 벌어보려고 노력해야 되지만 항상 "열심히 해봤자 나중에는 허무해질텐데 뭐."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원래 재성이라는 것은 생활기반, 행복의 기반, 기본적인 가족관계를 꾸준히 지켜가는 모습이다. 그런데 될 대로 되라 내 마음대로 산다는 태도인 비견겁재가 재성을 파괴하면 결국 허무주의자가 된다.
대부분 명리학 이론에서는 쟁재로 인하여 재물을 뺏고 빼앗는 쟁탈전이 벌어진다고 보통 해석을 하는데 그것은 확실하게 쟁재가 되지 않고 어정쩡하게 되었을 때 일간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재성이라는 것을 지킬 마음이 일간에게 티끌만큼이라도 남아있을 때 그렇게 되는 것이다.
오리지널 쟁재... 확실한 쟁재의 모습은 세상 다 산 것처럼 세상에 질려버린 허무주의의 모습이다. 여기에서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종교의 물상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이라는 존재는 희망을 원하고 그 희망이라는 것을 종교나 유머로 승화시킨 모습이 끝끝내 쟁재된 자가 도달하는 길이다.
물론, 쟁재가 된 사주를 갖고도 돈 잘 버는 사람들은 있다.
그것은 상관견관 된 사주를 갖고도 사회 고위층이 된 사람들이 많은 것과 똑같은 이치다.
쟁재라고 해서 무조건 인생 망한다 식의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면 사주명리는 절대로 길을 알려주지 않는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쟁재의 본모습에 대해서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